한국희곡

서종현 '인어, 그때 왜 바다가 푸르지 않고 검었었는지'

clint 2023. 2. 16. 14:30

 

 

작품이 시작되면 그릭은 아이슬란드의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이바를 만나 작품의 캐스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릭은 오슬로에 돌아와 아이슬란드에서 3년의 집필기간을 거친 차기작품 인어의 무대 공연을 계획한다. 그릭은 리브를 만나 그녀에게 다시금 본인의 작품에 여배우로 출연해줄 것을 부탁하고, 아이슬란드의 일로 그릭과 잠시 결별했던 리브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그의 제안을 승낙하며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엘레나에게 그릭의 작품을 추천한다. 프레스콜을 위해 무대 연습이 시작되면, 하르데의 역할을 맡은 옐링과, 숄의 역할을 맡은 이바, 본인의 역할을 맡은 리브가, 그릭과 함께 서로 첫 만남을 갖는데.....

 

 

작품의 배경: 작품 <인어, 그때 왜 바다가 푸르지 않고 검었었는지>는 창작 대본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에 연결되는 후속 이야기로, 노르웨이 극작가 그릭이 아이슬란드에서 있었던 짧은 기간 동안 작품의 영감을 받고 그곳에서 3년 동안 극을 집필했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작품은 바다를 부른 여인을 집필하여 주목을 받은 노르웨이 국립극단 작가 그릭이 차기 작품 인어의 작가이자 연출로 참여하며,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과정부터 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작품의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인생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그들이 머물렀던 짧은 순간의 기억이 푸르었는지 검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며, 결국 이들은 찰나에 빛나는 짧은 영감을 위해 긴 시간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헤엄을 친다는 이바의 마지막 독백에 공감하고 있다. 

극의 바탕은 19-20세기 극 사실주의의 외국 문학 작품들과 사뭇 흡사하며, 인간 관계의 심리 묘사에 관한 사실적이거나 서사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추천된다.

 

 

 

이바 : 아이슬란드의 겨울엔 하루에 해를 3시간 볼 수 있다.

동물들은 오직 3시간의 활동을 위해 하루의 모든 계획을 세운다

그 짧은 시간의 소중함은 어쩌면 북쪽 사람들만 간직하고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인간은 해가 저물어 감에 상관없이 자기들의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바다 속 물고기들이 바다의 색깔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날개를 잃은 새는 육지에 내려와서야 하늘의 색깔이 푸르다는 걸 볼 수 있듯이,

날개를 잃은 새가 하늘이 푸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하늘은 검지 않고 푸르다는 사실을 다른 새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할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겨울엔 하루에 해를 3시간 볼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연극은 인간이 살아가는 긴 삶의 여정 속에서

3시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순간이지만

나의 3시간은 어쩌면

세상은 검지 않고 푸르다는 사실을 전달해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두웠던 하늘은 3시간의 짧은 순간과 함께,

푸른 바다처럼 빛날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에

인간은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잔혹한 세상과 맞서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랑하고, 이별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인어가 고통을 참으며 육지로 올라왔던

그 짧은 시간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그녀의 검은 바다 속으로 걸어간다.

 

그때 왜 아이슬란드의 바다가 푸르지 않고 검었었는지

나는 왜 검었던 바다 속에서 다시 푸른 꿈을 꾸려 하는지..

인어를 사랑한 한 인간의 이야기.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형 '이장'(移葬)  (1) 2023.02.20
김진욱 '월드다방'  (2) 2023.02.18
구도윤 '너를 만난다'  (1) 2023.02.15
이중세 '강철로 된 무지개'  (1) 2023.02.15
정지현 '세븐 씬'  (1)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