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류전윈 소설 모우선 각색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clint 2022. 1. 19. 13:54

 

 

신중국 성립 전과 성립 후. 전생· 이생· 백년에 걸쳐 온갖 성씨, 온갖 직업, 온갖 일, 온갖 모습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류전윈(劉震雲)의 장편소설을 모우선 (牟森)이 각색한 작품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224장으로, 말 잘하는 사람, 말 못 하는 사람, 말 안 하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 우리의 비극적 상황을 은유와 해학으로 드러낸다.

 

 

 

하남 연진의 양씨 마을.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무시 받으며 살던 두붓집 아들 양백순이 살의가 생길만큼 상처가 깊어지자 결국 마을을 떠난다. 그러던 중 신부를 만나 양모세로 개명하고, 만두집 오향향네 데릴사위가 되어, ‘오모세로 살아간다아내 오향향이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자, ‘오모세를 따르는 오향향의 딸 교령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오모세가 잠시 한눈판 사이 교령이 쥐약 장수에게 유괴당하자, 교령을 찾지 못한 오모세는 허탈감으로 삶의 목표를 잃고 연진을 떠나는데...

이 작품은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예상과는 늘 빗겨나가는 반전을 통해 나는 누구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지?”와 같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크게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와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말 한 마디 때문에』가 과거의 이야기라면, 후반부에 해당하는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현재의 이야기다. 우모세 양녀 차오칭어의 아들 뉴아이궈는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이 통하는 친구’를 찾아 옌진으로 온다. 한 사람은 옌진을 떠나고 한 사람은 옌진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진정한 소통을 갈구하는 이 작품의 보통사람들은 도덕이나 법률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나 행위는 현실에서는 아직 정상적인 관계로 수용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갈망이나 몽상을 실현하려 한다. 신이 없는 사회에서 허무를 극복하고, 덧없는 인생 속에서 정신적 위로와 삶의 기쁨을 찾으려는 의도이다. 이 작품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인간과 대화할 것인가, 신과 대화할 것인가 하는 백 년의 사유를 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정신적인 위안과 의지, 그리고 ‘만 마디 말을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찾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백년고독의 기록’이라고 평할 만하다. 백 년에 달하는 군상의 고독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간군상들은 왜 고독한 것일까? 그들의 삶이 재현하는 고독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간군상들이 전부 타자화된 개인이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극단적으로 타자화된 개체들의 삶을 진실하고 가치 있게 해주는 유대와 도덕, 목표 등이 사소한 사건과 역학논리, 감정의 파편에 너무나 쉽게 망가지고 사라져버린다. 어떤 이념이나 유대, 목표가 그들의 삶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그들의 존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마음에 담긴 말을 하기 어려워한다.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삶의 수동적 전환을 경험해야 했던 게 그들의 곤경이었을 것이다. 지난 백 년은 다양한 급변의 소용돌이들이 이루는 격랑의 구간이었다. 특히 지난 삼십 년 동안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불균형과 부조화를 그대로 노정한 채 산업화, 도시화의 현대사회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격변이 그들의 삶을 모래알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은 20세기 초의 중화민국에서부터 현재까지 근 백 년 동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중국 공산당의 이념적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농촌의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서사는 그들의 인생역정이다.
특이한 점은 중국 근현대사의 백 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열강 침략, 민중 봉기, 국공내전, 공산주의 혁명 등 대사건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지배 권력의 해석에서 소외된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작품은 소설이 가지는 언어적 예술 외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런 중량감과 중국 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 작품은 중국 최고 권위의 장편소설상인 마오둔 문학상과 인민 문학상을 수상했다. 마오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의 수상 이유로 ‘길을 가는 사람과 세상 전체, 무수한 중생들의 인연 속에서 중국인들이 처한 정신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설명을 시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류전윈 / 중국 현대소설가

1958년 중국 허난 성(河南省) 옌진 현(延津縣) 출생. 베이징 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공부했으며, 1982년 졸업 후 농민일보에 근무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 내 루쉰문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및 베이징청년작가연맹 위원을 역임한 후, 현재는 국가가 인정하는 일급 작가로 대우받으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대하소설 '고향 얼굴의 꽃송이'( 4)와 장편소설 '고향 하늘 아래 노란꽃', '서로 어울리다 전해진 고향', '객소리 가득 찬 가슴', '내 이름은 류에진'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는 '류전윈 전집' 4권과 '류전윈 단편문집' 등이 있으며, 중단편소설로는 '진열된 탑', '새로운 전란', '단위', '닭털 같은 나날', '1942년을 돌아보다', '핸드폰' 등의 작품이 있다. 류전윈은 중국 내의 유명한 4대 문학상을 모두 섭렵했고, 그의 장편소설은 대부분 영화나 연속극으로 만들어졌으며,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일약 중국 최고의 지적인 작가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