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마딘 '나의 우주에게'

clint 2022. 1. 3. 07:01

 

2022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별의 충돌에 의해 발생한 우주의 먼지를 찾아 떠난 남자와 지구에서 정신 연결을 통해 남자와 소통하는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로, 지구와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되고 다소 개성 강한 다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감성적인 대사가 돋보이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나의 우주는 어디이며, 나와 우주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사이 그리움, 지탱, 원동력, 충돌, 그리고 완성에 도착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으며,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심사평- 송한샘 이기쁨

올해 응모작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동안 우리의 가슴을 강력하게 두드린 것은 꿈과 희망이 부재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라는 외침이었다.작품 속 인물들은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재와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거대 가치와 개인의 이익이 대립되며 생기는 갈등을 논하거나, 가족과의 관계의 붕괴를 목격하며 겪은 괴로움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 외침들은 심사하는 내내 묘한 불편감과 갑갑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현실인 것을, 이 목소리들이 그저 어리광 같은 불만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가슴에 안겨진 무게감을 기꺼이 안은 채 당선작을 정했다. 소재의 참신함과 동시대성을 지닌 주제 의식, 우수한 구성력과 무대화의 가능성 등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고 예심을 거쳐서 최종 후보로 올라온 작품은 나의 우주에게’, ‘늑장’, ‘채송화였다.

이 중 나의 우주에게는 마치 겉보기에는 사랑을 잃어 가는 두 남녀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나 변화하는 관계성을 드러내는 세심한 대사들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무심한 듯 담담하게 엮어 내는 작가의 대담성에 매료됐다. 일상의 언어에서 출발하나 유효적절한 표현들만을 선택한 대사와 장면 구성력 또한 우리를 이 이야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우주에게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버텨 나가는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특별 보호 국민으로 분류해 희망을 죽이는 알약을 삼키게 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 늑장이나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삶을 되짚어 나가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채송화역시 우수한 작품들이었다. 비록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낸 필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후일을 기대하게 하는 수준작들이었다. 또 다른 시작선에 선 신진 작가들의 날 선 시선이 오래도록 유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선소감 김마딘

아직은 글을 쓰는 게 즐겁습니다. 물론 연인이라는 단어가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라는 희곡이 되기까지는 제 나름의 고민이 있었지만요. 올해 여름 카페에 앉아서 이 작품의 첫 대사를 끄적이던 때가 떠오릅니다. 감정에 취해서 논리를 잃기도 하고, 논리를 생각하다 보니 감정을 잃기도 하고, 그런 실수들이 하나씩 모여 이 작품과 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된 거 같습니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아주 작은 관계를 탐구하고자 했던 저의 소망이 전달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지켜보는 것’,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저의 부모님과 동생은 그걸 해낸 사람들입니다. 지금처럼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매번 같이 공연을 보는 형, 누나, 선배. 일하느라 바쁘지만, 항상 든든한 누나. 지금도 어디선가 편집을 하고 있을 나의 친구. 패션과 타투를 사랑하는 누나. 만나진 못해도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별별 이야기를 다 나누는 중고등학교 동창. 원고 마감에 지쳐 있던 저에게 활력이 되어 준 개인 사정팀원들. 소중한 광명 친구들. 밥 두 그릇 먹는 나를 군말 없이 기다려 주는 예대 동기들. 어딘가에서 꿈을 좇고 있을 느릅팀원들. 이제는 극장을 운영하시며 멋있게 연극을 하는 선생님. 빈틈 많은 저의 상상력을 존중해 주면서도 희곡의 기본을 알려 주시던 교수님. 모든 분에게 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끈질기게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삭막한 세상이지만 아름다운 부분을 포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자유롭게, 그리고 절실하게 다음을 준비하겠습니다.

김마딘 199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극작 전공 1학년 재학 중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지수 '뉴 트롤리 딜레마'  (1) 2022.01.03
이예찬 '집주인'  (1) 2022.01.03
이도경 '자정의 달방'  (1) 2022.01.02
윤지영 '상선(上船)'  (1) 2022.01.02
한옥근 '꼴뚜기 행장기'  (1)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