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서 알아간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지만, 팽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그 설렘을 피곤함으로 바꿔놓기도 합니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게끔, 다양한 소통수단들이 세상 돌아가는 속도에 발맞춰 기술적으로 발전해준 영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서로를 만나고 싶어 하는 동시에 만나길 꺼리는 딜레마에 종종 빠집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그 딜레마의 시작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준 모습들이 ‘평가’ 당하고 ‘판단’된 기억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결과로 본다면, 그들의 허세가 앙큼한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바람, 자기 본연의 모습들 중 ‘삭제’ 하고픈 부분마저 고유한 특성으로 존중해줄 이들과의 만남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손명진
“If it’s worse it’s a sign it’s nearly over. So cheer up, Captain."(더 심하면 거의 끝장날 징조입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캡틴) 조지 버나드 쇼의 회곡 <피그말리온> 1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Percy Bysshe Shelley의 시 <Odet o the West Wind>를 마무리하는 시구입니다 맥락은 달라도 본질은 같은 말들입니다.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의 빛을 끝까지 꺼트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죠. 그런 마음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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