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열녀춘향수절가'는 판소리 춘향전과 박문수 설화를 토대로 춘향원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남원부사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한 채 칼을 쓰고 무대 한가운데 앉은 춘향의 장면 위로 이몽룡의 급제 행렬, 방자의 남원행이 이어진다. 남원으로 향하던 방자는 춘향이 죽었다는 헛소문을 듣고 남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다.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도망치다 역모로 몰려 관군에게 체포를 당한다. 방자는 이몽룡이 시켜 남원에 가던 길이라고 밝히지만 되레 화가 돼 이몽룡도 역모에 몰린다. 다행히 이몽룡의 서찰이 발견돼 이몽룡은 관직을 내놓고 춘향을 만나러 남원으로 향한다. 이몽룡은 왕명을 받들고 전라도로 가던 어사 박문수를 만나게 되고 서로 의관을 바꿔 입고 헤어진다. 박문수는 남원으로 잠행을 결심하고, 이몽룡은 옥사에 갇힌 춘향을 만나게 된다. 이몽룡과 박문수는 변학도의 생일 연회에 합석하고 암행어사 출도가 이뤄진다. 박문수의 지시에 따라 부사복을 입은 이몽룡은 춘향의 옷을 입고 도망가던 변학도를 잡아 심문한다. 변학도는 춘향이 자신에게 절개를 바쳤다고 말한다. 분노에 가득찬 이몽룡이 칼을 뽑아들자 월매는 변학도를 춘향으로 착각해 활을 쏜다. 이몽룡은 그 자리에서 죽고 춘향도 자결한다.
<열녀춘향수절가>는 판소리 춘향전에 어사 박문수의 설화적 이야기를 얽어 직조한 「나 박문수는」이라는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춘향과 이 도령의 순수한 사랑과 춘향의 수절에 초점이 맞추어진 기존 춘향전에 비해 이 작품은 모순된 사회적 틀거리 속에서 희생되어가는 두 연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극 구조도 복잡해지고 등장인물도 더 많아진다. 각색과 연출을 한 이정남은 좌우 양 옆 무대와 이층무대 등 다양한 무대분할을 통해 극의 복잡한 진행을 구분하고 있고, 인형을 사용한 군중장면과 마임동작을 응용한 역도 무리들 장면 등 효과적인 극적장치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극장치의 참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측면이나 극의 재미를 부가하는 측면에서는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하였다. 춘향전이라는 씨줄에 박문수 전이라는 날줄로 얽혀진 작품구조 위에 시청각적 무늬장식까지 현란하게 새겨져있어 작품은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관객들은 작품 따라가기에 바쁘다. 보석을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너무 많이 달아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다, 기존의 춘향전 속에서 보인 일편단심 춘향으로부터 잠깐 외도하여 권력과, 수절, 정치적 문제까지 모두 다루면서 현대 사회의 굴절된 현상을 고발하려한다. 흔히 그러하듯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과 퓨전적 표현은 항상 꼬리가 잡힌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장면에 등장한 인형들이 마을사람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아이디어처럼 좋은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관찰자인가? 관객의 심중을 대변하는가? 이 시대의 문제를 지적하는 평자인가? 관객들은 그냥 색다른 장면을 보았을 뿐 그 인형들이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어사 박문수의 등장은 연기의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소설처럼 유연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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