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마을 이시미'는 욕심에 집착한 인간 군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하는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퍼포먼스 그룹 하얀 마을 배우들이 나온다. 배우들은 풍선 만들기, 차력, 탱고, 저글링, 갈갈이 쇼 등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끈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끝내고 준비한 이시미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 돕고 아끼며 살아가는 하얀 마을 사람들. 누구나 하얀 마을 사람들을 보고 나면 순박한 어린이처럼 된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고 높아가는 명성만큼 하얀 마을 사람들도 변한다. 몰랐던 명품에 눈을 뜨게 되고 그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동료들 간 물고 물리는 다툼을 한다. 하얀 마을이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물 들자 하얀 마을 전설 속의 괴물 이시미가 나타난다.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무척 좋아하는 괴물 이시미가 나타나자 하얀 마을은 옛날의 순수했던 모습을 잃어버린다.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마을로 변하는 것이다. '마을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이시미의 밥이 되는 길밖에 없다'며 희생을 요구하지만 모두가 자신은 이 마을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며 난투극을 벌인다. 하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시미의 밥이 되고 퍼포먼스 그룹 하얀 마을이 준비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하얀 마을 이시미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퍼포먼스 형식과 놀이적 형식을 대입하여 인간의 순수함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관객과 함께 만들어간다. 특이하면서도 세련된 의상과 필요 할 만한 부분에 삽입된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극을 보는 재미 속으로 푹 빠지게 한다. 자칫 유치하게 보여질 수 있는 동화적 구성은 연기자들의 기발한 애드리브와 혼신을 다하는 연기 속에서 진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말대로 ‘유치원만 다녀도 다 아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간과하고 애써 잊으려 히는 그런 이야기다. 가장 순수한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가를 표면적으로는 마치 약속 없이 진행되는 듯이 보이면서 그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현묵 '욕' (1) | 2020.12.04 |
---|---|
김민정 '미리내' (1) | 2020.11.29 |
신동삭 '열녀춘향수절가' (1) | 2020.11.27 |
김민정 '너의 왼손' (1) | 2020.11.25 |
정의신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1) | 2020.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