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의신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clint 2020. 11. 24. 11:47

 

 

40년 역사를 견딘, 충청도 시골 변두리 레인보우 시네마가 재개발로 폐관된다.

이 극장을 운영해온 할아버지 조병식과 아버지 조한수.

그 사이에 아버지는 아들 하나를 잃었고

또 다른 아들 하나 조원우는 아버지를 떠났다가 폐관 예정 극장을 정리하러 돌아온다.

아들 애인도 따라 돌아온다. 폐관예정 극장의 마지막 상영 날을 향해 시간이 흐르는 사이,

더운 여름 찜통더위 속에서 태풍이 다가오는 사이,

사회문제인 치매 부모 부양, 재개발, 교내 따돌림과 자살, 성소수자 이야기가 엮이고 풀어진다.

과거 끈에 묶여 있는 오늘의 사람들, 이 문제를 '폐관' 계기에 펼쳐 놓는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환상을 만나고 낭만을 경험하며 일상 시름을 놓았다. 시네마 키즈- 우리 모두는 한때 시네마 키즈였다. 소피 마르소의 미소에 반하고 알랭 드롱 눈빛에 숨이 멎었던 그런 시절을 상기하지만 모두 지나간 일, 시대는 변하고 퇴물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라지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우고 싶지 않은- 지우려 했던 기억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에 얽힌 오늘이 있어 말처럼 쉽게 지우지 못한다사회 문제들을 여럿 꺼내 올린다. 폐관 앞둔 '레인보우 시네마'에서 함께 밀려가는 기억과 오늘의 문제를 껴안은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치매 노인 간병 문제, 성적 소수자와 그 가족의 갈등, 교내 따돌림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덮으려는 사회 문제 등. 예술의 장점이라면 이 문제들을 뉴스처럼 통계 수치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한 명 한 명이 치열하게 겪는 희로애락으로 바꿔 절절하게 전한다는 점이다. 이 연극이 그렇다. 작품에서는 교내 따돌림, 부양문제 등 우리 사회가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가, 또 개인이 가진 각자의 아픔을 직면하고 그것을 담담하게 들어준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처럼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아픈 현실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말

어릴 적 우리 집은 고물상을 했고, 근처의 오래된 영화관은 우리 집 단골거래처 중하나였다. 우리 집은 한 달에 한 번, 그 영화관에 박스나 깡통을 회수하러 갔었다. 몇 년 전, 그 영화관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향에 갔을 때 영화관이 있던 곳으로 가보니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영화관이 있던 자리는 텅 빈 공간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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