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정 '너의 왼손'

clint 2020. 11. 25. 16:07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여행을 함께 갔던 커플 미영과 시복. 시복은 미영을 지키기 위해 아프간으로 향했지만, 결국 시복은 탈레반들에게 살해당하고, 시복의 시체 중 반지를 끼고 있던 왼손이 잘린 채 돌아왔다.

2년 후. 아프간 선교팀 모임에 참석한 미영은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는 그들의 말에 화를 내고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아프간 전쟁의 상처를 가진 강노인과 정 소령을 만나고, 자신이 시복과 나누어 끼었던 반지를 가지고 있는 동남아 여자를 발견한 미영은 지하철 인질극을 벌이는데...

 

 

 

 

단발마의 비명과 고함과 함께 <너의 왼손>은 서울 명동역에서 벌어지는 한 여인의 권총 인질극으로 시작된다. 여주인공 미영은 외친다. 탈레반에게 인질이 되어 목숨을 위협받는 40일 동안 이 나라는 무엇을 했느냐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무엇을 했느냐고, 왜 자신의 약혼자를 구해내지 못했느냐고. 그녀의 외침은 너의 왼손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표현이다.

전쟁과 종교라는 거대한 화두를 담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의미는 현재 한국교회들이 펼치는 선교활동을 비판적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활동을 떠난 주인공들은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고, 결국 2명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2년 뒤, 인질로 잡혔다 풀려난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살해당한 시복의 약혼녀이자 인질이었던 미영은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이쯤 되면 연극을 설마하면서도 뻔히 그려지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예상이 맞다. 용감하게도 <너의 왼손>은 초반부터 오만하고도 무책임한 선교활동을 말하지만 그 뿐이다. <너의 왼손>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유 없이 죽어야 했던 이들의 고통과 살아남은 자의 절망, 전쟁의 폭력에 희생당한 개인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다.

 

 

 

 

왜 한국교회는 왜 선교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무슨 까닭은 형제자매님들은 서슴없이 선교활동을 떠났는지, 국가 정세를 무시하고 굳이 위험한 그 땅으로 가신 것은 또 무슨 이유인지, 혹시 선교활동이 문화적 침략행위는 아닌지 <너의 왼손>은 말하지 않는다. 전쟁의 주체이자, 한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탈레반은 나쁜 놈외에 어떤 의미나 성격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차치하고도 말이다너의 왼손은 좀 더 용기가 있어야 했다. 보다 선명하고 분명했어야 했다. ‘지금, 이곳에서의 전쟁과 종교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과 진지한 고찰이 이뤄졌어야 한다. 한국 기독교의 뼈아픈 현실을 직시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2008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활동을 떠난 선교사가 주인공일 필요가 없었다. 물론, 고 김선일 씨의 죽음과 어느 교회 선교집단의 납치를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를 너의 왼손은 쉽게 끌어들인다. 하지만 불편한 과거의 상처를 상기시키는 <너의 왼손>은 클리세한 이야기 구조로 어떤 감흥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이른바 용두사미라고 할까? 물론,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의 비판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냈다면, 전쟁폭력 앞에 고통 받는 개인의 상처로 이 시대의 종교라는 질문을 막아서지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