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희곡엔 '희극'이 드물다. 오영진의 〈시집가는 날〉과 〈인생 차압>,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와 〈이성계의 부동산〉, 그리고 최근 발표된 중견의 작품 몇 편뿐. 외국에서는 '희극' '소극' '풍자극' 둥 세분화한 작품들이 많다.
그런 중에 하유상의 〈감투 바람〉은 매우 회귀한 희극이다. 흔히 고대극의 '비극’ 과 '희극'을 구분할 때,'비극'은 왕, 왕비, 왕자, 공주 등 왕족이나 귀족이 주인공이고, '희극'은 평민, 민중이 주인공이라 규정짓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평민이 주인공이면서도 대원군, 민비, 고종 등 왕족들도 등장한다. 그러면, 이 작품은 '비극'이 아니냐 하는 반문도 제기할 수 있으나, 그러나 이 작품은 엄연히 '희극'이다. 단순히 우스운 연극이라서가 아니고, 대원군 등 왕족의 권위와 그들의 비극적인 종말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들 왕족의 서민적인 내면세계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벤 존슨은 '희극은 어리석은 자들과, 그들의 사회적 일탈 행위를 다루고, 비극은 범죄, 즉 더 깊은 윤리에 어긋나는 반역 행위를 다룬다.'고 했거니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거의 어리석은 취약점이 노출된다. 그래서 감투 하나 때문에 사회적 일탈행위를 자행한다.
희극이 희극다워지는 요소로는, 수사적인 말(대사), 실천적인 행동(연 기), 그리고 희극적인 사건의 국면 등을 갖추어야 한다. 이 희극은 그런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그들의 말, 행동 그리고 사건은 너무나 인간적인 취약점을 가진 어리석은 자들의 말과 행동이고, 그래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그래서 끝까지 우습다. 이 작품은 단순히 웃기는 '희극'이 아니다. 그 것은 '감투'를 상징적으로 풍자하면서, 인간들의 허욕을 신랄히 비판한 '풍자 희극' 이다.
시대 배경은, 대원군이 경복궁 중축을 위해 나라의 호조금을 임시 유용한 책임을 지고 며느리 민비 일파에게 밀려 섭정의 감투를 벗게 된 전후로 되어 있다. 울화병으로 몸져누운 대원군을 진맥한 전의가 산삼을 권하자 측근은 전국에서 산삼을 구해 오도록 한다. 그 소문을 접한 민비 일파는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맞불 작전으로 동시에 산삼을 구해 들이려 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감투'이지만, 부주제로 산삼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 무렵 강원도 홍천 지방의 박 도사 아들 명수는 백봉 스님에게 무술 지도를 받고 있었다. 명수가 무술 수업을 마치던 날, 대원군과 오랜 지기인 백봉 스님은 그에게 '한양으로 가서 은밀히 대원군을 도와드리라'고 당부한다. 명수는 천민인 춘보의 딸 점례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신분이 다른 양가 어른이 허락하지 않아, 함께 한양으로 도주할까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춘보의 집에 빚 받으러 왔던 김풍헌이 헛간 짚단 위에 던져진 산삼 뿌리를 발견, 춘보의 부인에게 말하여 빚 대신 그걸 가져간다. 고삼 따위인 줄만 알던 부인은 얼씨구나 한다. 김풍헌은 그 산삼을 동헌의 감사에게 가져가 값을 청한다. 그러자 감사가 노발대발 - 강원도에서 난 산삼을 강원 감사에게 바치고는 무슨 값 타령이냐고 오히려 그의 볼기를 되게 치게 한다. 한편, 춘보는 박 도사에게서, 그의 딸 점례를 시켜 아들 명수를 꼬여냈다는 죄목 대신, 서울 재동에 사는 박 도사의 형님 박 승지에게 전해줄 편지를 받아들고 길을 떠난다. 가다가 주막 여인의 권유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그 방에 산삼 궤짝을 두고 죽은 송장을 발견, 기겁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산삼은 김풍헌에게 뺏긴 그 산삼이었다. 여인한테 그 산삼 궤짝을 대궐로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춘보는 다시 길을 떠나려 하는데,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괴한을 만나 궤짝을 빼앗기고 만다. 그런데, 그 괴한은 바로 명수였다.
며칠 후 변장한 명수와 춘보는 민비 일파의 방해를 물리치고 우여곡절 끝에 운현궁의 대원군을 만나게 된다. 춘보는 대원군에게 산삼을 올렸고, 그리고 대원군의 일가인 전주 이씨 임이 밝혀진다. 또한, 야반에 대원군올 살해하기 위해 침입한 민비파의 괴한을 물리친 명수가 백봉 스님의 제자임울 알게 된 대원군은 명수에게 백봉을 불러오게 하고, 춘보에게는 푸짐한 상과 정자관을 씌워준다. 느닷없는 감투 바람을 탄 춘보는 금의환향한다. 아내와 딸 점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를 환대했지만, 박 도사는 그를 믿지 않고 오히려 가짜 감투를 썼다는 죄목과 심부름을 제대로 못한 죄목을 뒤집어씌워 볼기를 친다.
가까스로 도망친 춘보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 대원군을 만나, 이실직고 하자, 대원군은 즉시 재동의 박 승지를 불러들여, 그의 동생 박 도사의 외람됨을 추궁한다.
한편 민비 일파의 학정에 항거하는 난민들이 들고 일어나 선혜당상 민겸호를 살해하고 계속 난동 부린다. 고종은 다시 아버지인 대원군올 모셔와 섭정케 한다. 즉 다시 감투를 쓰게 된 것이다.
대원군에게 혼쭐이 났던 박 승지는 동생 박 도사를 데리고 와 생원 감투를 쓴 춘보에게 백배사죄한다. 그리고 박 도사는 홍천에 있는 자기 땅 반을 주겠노라고 땅문서까지 내준다.
명수가 모시고 온 백봉 스님은 5년 만에 대원군을 재회하고 회포를 푼다. 그리고 대원군은 명수에게 점례와의 혼례를 허락한다.
에필로그는 필름 영사로, 혼례식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치러진다.
돈 주앙(Don Juan)이 '모든 비극은 죽음으로 끝나고, 모든 희극은 혼인으로 끝난다' 고 말했거니와 이 희극도 경사스러운 혼인으로 끝난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색은, 위와 같이 파란만장하게 얼크러지는 사건을 리듬과 템포를 늦추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 '키노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는 사실이다. 즉, 프롤로그에서 '감투'가 바람에 날려 벗겨지는 것을 다시 잡아 쓰는 장면 등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필름 영사한 것을 비롯해서, 중간의 막간에서 산삼 궤짝을 말 등에 싣고 서울 가는 장면과 명수가 사령들을 물리치는 무술 장면 등이 그것이다. 아무튼, 재미있고 즐겁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풍자 희극'이다.
헌국문학상 수상작품이나 미공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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