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원종 '연쇄살인범의 열정'

clint 2015. 11. 5. 17:32

 

 

 

 

연쇄살인범의 기괴한 행적과 피해자간의 갈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욕조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한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이제 몸이 너무 비대해져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어져 버렸다.

욕조에 누워 소녀는 수백 개의 비누를 자신의 몸에 바르고 닦는다.

어머니의 유품인 비누... 소녀는 비누와 얘기하고 키스하고, 비누를 애무한다.

비누의 색깔, 비누의 향기 속에서 소녀는 오늘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기도 한다.

오늘 밤 소녀는 연쇄살인범을 기다린다.... 아버지...

엄마를 토막 내 살해하고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소녀의 몸은 11년간 걷잡을 수 없이 비대해져버렸다.

 

작가이름이 최원종인데 종원으로 표시됨.

 

11년 전 한때 이곳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살인마. 아름다운 여자만을 골라, 토막 내 살해하고 그녀들을 비누로 만들었던 비누장사. 오늘 아침 소녀는 문틈에서 한 통의 쪽지를 발견했다. 딸을 보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쪽지. "보고 싶구나. 오늘밤 널 찾아가마. "비만에 걸려 죽어가는 한 소녀가 욕조에 누워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현관문이 열린다. 중년의 한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는 소녀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기 시작한다.... 소녀는 희끗희끗해진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한다. 11년간 연쇄살인범을 찾아다닌 전직 형사. 개인적인 복수만이 형사를 살아있게 했던 시간들. 토막 난 아내의 처참했던 모습을 보아버린 형사. 어느 날 아내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비누를 전달받은 형사. 형사는 오늘 밤 기필코 살인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엄청난 비가 오늘 밤 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 전직 형사는 욕조 옆 의자에 앉아 비장한 기분에 사로잡혀 총을 어루만진다. 복수의 심정으로 인해 8일 동안 한 숨의 잠도 이루지 못했던 형사. 언젠가부터 형사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형사는 졸음을 쫓으려고, 자신의 뺨을 거침없이 때리기도 하고 총으로 자신의 손등을 찍어보기도 하지만, 이 순간 모든 시도가 다 무용지물일 것 같다. 형사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자꾸 졸기 시작한다. 소녀도 욕조에 기대어 잠이 든다. 폭우를 뚫고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어느 음악소리. 서커스의 음악 소리. 그 소리는 소녀의 고막을 찢어놓을 듯 터트릴 듯, 크다. 소녀가 귀를 틀어막는다. 형사를 깨우며, 이 소리가 들리느냐고 묻는다. 소리친다. 하지만 형사는 자꾸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존다. 소녀는 귀를 틀어막으며, 이 소리가 들리느냐고 고함친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고. 터질 것 같다고. 형사는 졸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서커스, 서커스!!" 소녀가 소리친다. 집 안에 빛을 내던 모든 전열기구들에서 한 순간 빛이 사라진다. 칠흑 같은 어둠... 정전. 소녀가 바닥을 기어간다. 거대한 비만의 몸을 힘겹게 이끌고 바닥을 질질 기어간다. 플래시를 찾아드는 소녀. 형사를 비춘다. 형사는 여전히 졸면서, 울고 있다. 엄청난 폭우를 뚫고, 서커스 음악이 하드코어 메탈처럼 들려온다. 소녀가 들고 있던 플래시의 불빛도 꺼진다. 11년 전 살인 현장 그곳에 형사는 와있다. 형사가 살인현장에서 아내의 흔적들을 찾는다. 왜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해야만 했을까. 살인마는 왜 내 아내를 선택한 것일까. 어떤 특별한, 이해할만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아내의 이 처참한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형사는 살인마의 아내를 만나 자신의 아내에 대한 얘기를 경청한다. 형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내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형사는 아내의 죽음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 과정 중에, 형사는 열정이라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 최원종
최원종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영화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1997년》 세대다.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내 마음의 삼류극장》이 당선되면서 연극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그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도시적 삶의 외로움을 특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극적 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호응과 주목을 받아왔다.《회전목마와 세탁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삿뽀르에서의 윈드서핑》 《이모티콘 러브》, 그리고 열정 3부작 《외계인의 열정》 《연쇄살인범의 열정》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를 썼고, 계속해서 사랑을 욕망하는 자들의 참담하고도 절실한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를 써왔다. 2006년엔 《두더지의 태양》으로 절망 끝에 선 사람들에게 살의殺意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살의MURDEROUS INTENT ’ 3부작을 쓰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청춘, 간다》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 《마냥 씩씩한 로맨스》 《 블루 하츠BLUE HEARTS》로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현대 젊은이들의 불안과 일탈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기 시작한다. 2010년엔 연극연출가로 변신하면서 《에어로빅 보이즈》 《우리들》 《헤비메탈 걸스》 음악 3부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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