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꿔서 미안해' (2007. 10)는 어느 노배우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본질적으로 배우는 꿈을 꾸며,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연극이 지향하는 세계 자체가 현실에 대한 이상과 미래에 대한 상상적 삶의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배우들의 '꿈꾸기'는 그들에게 허무와 좌절을 더욱 부추기고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허황된 사람'으로 전락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배우의 입장에서는 마치 죄인 같이 '꿈 꿔서 미안'한 마음인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 독고 역시 이런 배우의 한 사람이다. 일생 순회공연까지 따라다니며 열심히 무대에 섰지만 가난에서 헤어날 수 없었고 이내를 비롯한 가족에게는 타인이나 다름없이 불성실하고 무성의하게 살았다.
사춘기의 반항심을 억제하지 못했던 딸은 전교조 교사에게 동조해 학교를 대상으로 한 동맹휴학의 주동자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대가족의 살림은 모두 아내 김 여인이 맡았다. 가족들은, 제 식구를 울리면서 다른 사림들을 웃기는 희극배우 가장을 원망하면서 살아왔다.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수차례 가출 아닌 방랑을 해야 했다.
이제 노배우는 심장병 등 중증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를 맞는 아내와 자식들의 시선은 차갑다. 남의 역할만 잘하고 막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자신의 인생이 아프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는 연극 자체에 대한 가족들의 무사나 폄훼를 도저히 첨을 수 없다. 어려울수록 연극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 동가리에서 탈춤을 추다가 만난 아내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지극한 사랑은 평생 그를 지탱해 온 원동력이 되었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며느리가 고대하던 첫 출산을 하는 날, 노배우는 같은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사자의 얼굴에는 그가 사용했던 하회탈이 씌워져 있다 김 여인은 그 탈을 벗겨주며 남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절규한다.
"내게 안기고 싶다고 했죠? 그래 안아 줄게.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당신 정말 죽었네. (남편을 안으며) 이럼 되지 여보? 진작 한 번 안아줄 걸 이렇게 후회가 될 줄 알았으면 진작 안아주는 건데. 왜 내가 고집을 부렸지? 왜? 왜? 사람은 나중에 후회할 짓만 해! 왜? (드디어 울음 터트린다)”
배우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답게 이 작품에서 탈은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오광대탈, 양반탈, 각시탈, 하회탈 같은 가면을 통해 내면적 심리의 변화를 강하게 드러낸다. 적절한 음악을 통해 설명 장면의 지루함을 덜어내었다. 외면적인 갈등이 별로 없는 드라마이지만 이면에 흐르는 노인들의 인생이 순수하게 묻어 나오는 감동을 제공한다.

이 연극은 비극이 아니다. 슬픈 코미디일 뿐! - 윤대성
누구나 꿈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 젊었을 시절엔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노력한다. 그러나 누구나 꿈을 이룰 수는 없다. 대부분은 현실에 순응해 그대로 평범한 인생을 산다. 그 몇 안 되는 몽상가 중에는 꿈을 이루어 자기가 되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반드시 희생자(?)가 있다. 그 희생자는 가족이다. 이 드라마가 연극인 가족의 얘기라고 해서 다 연극인들의 가족이 희생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 반대로 예술에도 인생에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고 알기론 연극인을 남편 또는 아내로 둔 반려자는 많은 희생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이 연극에서 나는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코미디언 뿐 아니라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 예술창조에다 인생의 의미를 둔 모든 예술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 예술가의 가족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희생의 의미...더 나아가서 인생이라는 고난의 의미, 생존의 가치 등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이 나이에 지나놓고 생각하니 아내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지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 쓴 작품이기도하다.

윤대성 극작가는 1967년<출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가로서의 인생을 출발하였다. 연극뿐만이 아니라 TV 방송작가로도 활동하며<수사반장><박순경><알뜰가족><홍변호사>특집드라마<한국인 4부작>사이코드라마<당신>등 많은 흥행작과 문제작을 집필하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담고 있으나 그의 작품을 계몽극이나 교육극으로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 안에는 한국 연극의 전통을 현대극 안에 교묘하게 접목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청소년 연극에 큰 힘을 주기도 했다. 일명 별시리즈로 유명한<방황하는 별들>(1985),<꿈꾸는 별들>(1986),<불타는 별들>(1989) 등은 그의 작품 세계가 어느 하나에 국한되어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23회 동랑 유치진 연극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2회), 동아연극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연극제 희곡상, 대한민국방송대상 극본상, 한국연극예술상, 대통령표창, 국민포장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은 그가 대한민국의 대표적 극작가임을 알려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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