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태영 '미국 가는 길'

clint 2015. 11. 5. 14:22

 

 

작가 오태영은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주로 우화나 풍자극 형식으로 현실이나 사회 정치상황을 비틀어 풍자한 극을 발표해왔다. 일관되게 아웃사이더의 시각으로 기존 질서나 제도적 권력, 사회적 모순들을 풍자해온 그의 작품들은 때때로 공연불가 판정을 받거나 혹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작품 '미국 가는 길'은 전작인 '수레바퀴'의 속편 과 같은 작품으로 한 가족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똑같고 전작과 유사하게 반미계열의 작품이다. '미국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에서 쓰여 진 작품으로 봐야겠다.

 

 

 

 

'미국 가는 길'은 가난한 한 가족인 부모와 아들, 딸 4명이 등장하여 먼저 콩팥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땜빵 하는 에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팔이 없는 애비도 얼마간의 보상을 받고 그리 됐다고 하고 그들은 이렇게 연명하느니 죽는 게 낫다고 하다가 희망을 얘기하게 되고 돈을 모아 미국행 비행기 표를 사서 미국으로 가자고 하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구걸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아들 태오를 내세워 화풀이 상대로 매 맞고 돈을 받는 일을 추진한다. 한 여자의 욕설과 구타를 버틴 태오와 그 대가를 카드결재를 요구하는 여자 때문에 보내고 한 남자는 현금만 받는다며 그의 강펀치를 버티며 태오는 쓰러지는데.... 돈은 받았으나 태오의 상태가 좀 심각하다. 할 수 없이 거리연극도 하고 부자가 피를 뽑아 돈을 조금 받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미국에 가야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가족을 버티게 되는데 그나마 여러 시도 중에 딸 명희의 알몸 보여주기가 손님이 있어서 벌이가 괜찮은데 돈을 더블로 줄 테니 비디오에 출연, 성매매 등의 유혹이 들어온다. 그리고 한 임산부가 애를 낳으러 미국에 간다는 얘길 듣고 딸 명희를 임신시켜 미국에 가면 좋겠다는 애비의 말에 결국 딸 명희는 임신하게 되나, 누가 애 아빠인지도 모르고.... 그러느니 북조선으로 가면 천국이란 말을 주워들은 명희의 입을 가족들은 막는데 복통을 호소하던 아들 태오가 그만 숨을 거두게 된다. 태오의 유언이 미군이 되어 나쁜 놈들 모두 총으로 쏴죽이겠다는 것인데 그의 가족들이 그 유언을 받들겠다고 하면서 끝이 난다.

 

이 작품은 아직 공연이 되지 않았고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그러면서도 반미와 공산주의를 마치 희망인양 내세우는데 그 대안이 미국으로 가자, 나아가 미군이 되어 모두 죽이자는 등 작가의 삐딱한 의식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지우 '변'  (1) 2015.11.05
손기호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1) 2015.11.05
이헌 '털 없는 원숭이들'  (0) 2015.11.04
장세윤 '알유크레이지'  (1) 2015.11.04
김명화 '침향'  (1) 201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