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혜빈 '지금도 가슴 설렌다'

clint 2018. 5. 8. 13:23

 

 

 

구정을 앞두고 순자와 태윤의 세 아들과 가족들이 집에 모인다. 큰며느리인 은희는 남편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런 남편을 감싸는 시댁에 불만이 쌓여있다. 손자가 아니라 조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고2인 딸 달리를 애지중지하며, 딸의 성적 걱정으로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이혼한 둘째 영혼은 자신의 시야 밖에 있는 자식들 걱정이 가득하고, 셋째 아들 집안은 몸이 성치 않은 효성이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심신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달리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오랫동안 짝사랑 사람에게 고백을 하려 하지만 쉽지 않고, 성적 걱정에, 부모님의 크고 작은 다툼 사이에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할머니 순자가 가족들과 상의 없이 집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남편 태윤은 요양원에 보내라고 선언하자, 가족들은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다 결국 서로의 감저에 상처를 주며 심한 말다툼을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가족들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던 달리는 집을 나가고, 태윤은 손녀를 찾아 나섰다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한바탕 싸움 끝에, 가족들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느라 잊고 지냈던, 다시 생각하면 가슴 설레는 일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작품 정말 따뜻하고 좋은 작품이다. 내용자체는 여러 번 봐온 그런 내용이었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얼마나 그 감동이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자가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서있는 사춘기 소녀라는 점도 좋고, 관객들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극의 여운을 더 오래도록 남겨주니까.... 극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며 막을 내린다. 극의 시작. 무대 오른쪽에 놓여있던 마른 나뭇가지 화분에도 어느새 분홍빛 고은 꽃이 피었다. 이들 가족들에게도 마음 속 꽃이 함께 피었음에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또한 봄은 이제 어른의 길에 발걸음을 떼는 달리의 설레임이기도 하다.

 

 

 

 

 

작가의 글

열아홉 살이 됐을 때, 스물이 되면 어떻게든 고향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건 고향이라기 보단 가족이었다. 그땐 가족이 굴레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족이었다. 공감도, 설득도 할 수 없는 ... 스무 살이 되며 고향을 떠나왔는데, 처음엔 항수 병에 걸려 꽤 고생을 했다 내가 고향의 많은 것들을 좋아하고 있었단 걸 뒤늦게 깨달았다 뭐랄까 나열하기엔 별것 아니었던 것들인데 그저 일상적인,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 나만의 것들이었다그렇게 잠시 고향을 떠나면서 내 일상이 점차 변하게 되었다 온통 낯선 것들로 가득했다 그땐 더 새로운 걸 갈망하며 내게 익숙했던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 내가 좀 달라진 모습이 될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걸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이제는 내게 소중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극작가가 되기 위해서 먼저 사람을 알아야겠단 노력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들부터 이해하기 위해 쓴 첫 장막극이었는데 결국 이 희곡을 쓰면서도 가족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록 다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러브레터를 쓰듯 한편의 희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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