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진은 시인이면서
자유기고가로 생활해 가는 서른 세 살의 커리어우먼이다.
진은 여성적인 모든 매력을 억눌러 놓은 듯 중성적인 면이 엿보이지만,
진에게는 엄청난 혼란이 슬픔과 함께 내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진은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인해 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갈등을 하게 된다. 그것은 노처녀로 매진해오면서 성공적이지는 못지만,
그래도 자신의 영역에서 희미한 진로를 찾아낸 시점이기에
큰 단절이며 타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딸이기 때문에 영아 살해되어야만 했던 여동생들을 생각하며
어린 자신을 두고 집을 나가버린 생모와,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불행한
아버지를 원망하고 증오하던 "진"이지만 아이의 배꼽 상처를 보고,
어리고 미약한 존재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느낀다.
결국 "진"은 모성의 영역은 자연의 어린 나무나 짐승을 길러내는 감정으로
여기며 자신 속에 오랫동안 내재한 열등감을 극복해 나가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구체적이고 진지함을 통해 완전한 여자로 성장한다.

극단 소극장 산울림 초연.
여성에게 있어 임신은 무엇인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여성문제를 다루어온 김윤미의 배꼽은
서른셋의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찾아
매진해 오던 여자가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겪는
수치와 모성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소품, 소리, 이미지를 활용한 극형식을 통해 잔인하도록 아름답고
숭고한 모성의 근원을 해부한다.
절대로 아이를 낳을 위험이 없는 남성작가 브레히트가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 말했다.
임신과 출산이란 하룻밤 쾌락의 댓 가일 뿐이라고. 이 냉정한 입장에,
여성들은 동의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작가의 눈에 모성과 출산은 어떻게 비춰질까.

오랫동안 여성의 삶에 천착해온 작가 김윤미가 신작'배꼽'을 통해,이번에는 그 지평을 모성으로 확장하고 있다.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미혼의 몸으로 임신한 여자를 통해,김윤미는 여성의 삶에서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어본다. 물론 열달동안 생명을 품고있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김윤미가 그려내는 모성은 브레히트처럼 냉소적이지않다. 그러나 일반적인 모성의 이미지처럼 숭고한 아름다움도 아니다. 오히려 생명의 출산과 책임감에 대한 지독한 공포와 혼란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공포는 인간을 숨게 만드는 법이다. 이 작품에서의 등장인물 역시 출산을 앞두고 돌연 과거로의 잠행을 시도하는데,이제 아무도 살지않는 고향의 빈 집에서 딸을 원하지 않던 아버지를 기억하고,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무수한 딸들을 만나며,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죽은 언니에 대해서 애달파한다.남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이런 여성의 상처를 투영하기 위해,연출가 윤우영은 무대를 온통 물로 채우고 있다. 그 물은 존재의 근원인 양수를 나타내는 것이지만,이끼라도 낀 듯 눅눅한 녹색의 물로 고여있고 가라앉은 이미지다. 마치 심연 속에 가라앉은 기억의 이미지처럼,등장인물의 기억속에 등장하는 매립된 우물처럼,가두어진 여성성의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연출은 정적을 깨는 시청각적 이미지와 물결의 흔들림을 통해,극적 사건없이 주로 기억과 독백에 의존하는 희곡에 극적인 긴장과 밀도를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감각적인 연출,또 여성들의 내밀한 상처를 섬세한 언어로 조락한한 작가의 솜씨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객석과 혼연히 하나가 되지 못한다. 연출은 여성성을 외식적으로 억압하며 살아온 주인공의 분열감을 포착하지 못했고,작가는 출산의 공포가 느닷없이 환희로 돌변하는 극적 전환을 해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등장인물에겐 극복된 모성의 공포가,객석엔 아직도 여진처럼 남겨져 있다.

작가와의 대화
- 다시 몽우리님이<배꼽>에서 '진실한 사랑은 6개월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요?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 배우가 극을 전개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으로써의 대사인데 , 그 '6개월'이라고 한 것은 제 말이 아니라 제가 읽은 책에서의 것 이었지요.
-<배꼽>에서의 단어들이 갖는 상징성을 풀어 주세요.
{잠근 애(아이)} 는 주인공인 여자의 자기 여성상의 분신이고요 무대에 놓여진 연등(실제무대에서의)은 실제로 제 희곡에서는 사각등롱으로 나오게 되는데 , 그 의미는 기원과 액막이 그리고 액땜의 상징이고요
..[사각등롱]은 예전에는 손님이 오셨을 때 손님을 환영하는 청사초롱의 의미와 함께 집안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액막이 혹은 집안에 변고가 있을 때 그 액이 멀리 달아나라고 거는 주술적 액땜의 의미가 있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연출자의 의도는 [낙태된 여아]의 의미가 강 했었다.
{옛집}은 정체된 자기 여성상의 가둔 집이에요.
그리고.. 무대에서의 [물]의 의미는 여성의 자궁을 의미하지요.사실은 우물부분인데 연출 윤우영님이 그렇게 커다랗게 무대에 물을 배치해서 조금 당황했었지요. (로미님이 '맞아, 나는 그것 물이 여성의 자궁으로 봤어! '하셨다.
추동님은 "그렇구나..그 의미였구나.."하면서 "장그르니에의 '섬'의 의미와 경계선상에 선 인간의 그 의미가 아니었구나..."하는 눈치였다.
작가 : 이 연극<배꼽>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일동 '왜요?')
제 희곡의 상당 부분이 연출에 의하여 뭉텅그럽게 잘려 나갔어요.
극의 중간 부분에 언니의 자살 부분이 있는데 그것 어떻게 이해하셨어요?
(추동) 전 주인공 여자의 그 전 대사가 '아빠와 언니를 만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그 때 언니와 아빠를 만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아빠가 언니를 근친상간하여 그 충격으로 우물에 투신자살한 것으로 생각을 하는데요..(뭐, 잘못됐나? 멀뚱멀뚱한 표정이다)
그것 , 사실은 , 제 희곡상에서는 ,언니의 자살 이유는 월남전에 간 애인이 전사했다는 전사통지서를 아빠가 언니에게 편지를 주면서 그녀가 우물에 자살하는 것이었어요.그런데 그것을 연출자는 극에서 생략한 것이지요. 이렇듯 많은 부분을 , 작가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코드가 연출자에 의하여 생략되거나 삭제되어 조금 맘이 아픕니다.
또한 그러한 작가가 관객에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보여주는 코드가 없는 연극을 관객이 어떻게 잘 극을 이해할까? 하는 두려움도 갖고 있고요...(일동...우와~ 나쁘다! 연출.....! 하는 분위기)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주인공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원래 제 희곡상에서 그 여주인공은 짧은 숏커트를 한 남성복장의 여자로써 자기 여성상을 스스로 제거시킨 그러한 남성상이 강한 여자인데 ,
극중 배우는 그러한 의상도 아니고..머리도 길잖아요? (일동, 맞습니다~!)
그리고 원래 희곡상에서의 주인공이 있는 무대는 원 룸인 오피스텔이고 , 옛 집에서는 우물이 있는 집이고요 ,
다시 자기 방으로 와서는 아가를 안고 있는 그러한 무대로 나타내야 하는데...그런게 다른 방법으로 연출이 무대에서 표현하여 그것을 관객이 이해할 때 과연 그곳이 어디일까? 하는 의구점이 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고...그리고 원 룸에서 옛집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옛날 할머니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서 아들을 못 낳은 한맻힌 이야기와 딸을 낳고 구박 받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의 삽입과 ,옛집에서 다시 원룸으로 넘어오는 장면 사이에서는 현대 여성들이 가면을 쓰고나와 자신들의 출산 경험과 유산의 경험등을 말하면서 , 옛날 할머니들 과는 대조적으로 모성을 이야기 하는 장면의 삽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중에서는 생략내지는 크게 축소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낙태]라고 여러분들이 이야기를 하시는데...그것 [낙태]가 아니고 [여아살해]라고 표현해 주세요. [낙태]가 아닌 [여아살해]이지요. 보바르 부인이 쓴 [제 2의성]에서도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지만 ,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중기까지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았어요. 여성의 재산권 보유및 행사도 그런 것이고....그러다가 말기에 가면서 그런 것이 [차별]과 [억압]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지요.이 극에서 저는 여성성의 회복과 모성성으로의 회구를 그리려고 했고요
그러한 것이 극으로 잘 표현되었으면 했었어요.(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으신 표정이시며.. 관객들이 이해할 기호를 가진 자신의 희곡부분 이 많이 생략과 삭제된 것을 조금 원망하시는 눈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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