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범선 '오발탄'

clint 2018. 5. 5. 12:15

 

 

 

 

이범선이 지은 단편소설. 1959년 10월 ≪현대문학≫에 발표되었고, 같은 해 작자의 제2창작집 ≪오발탄≫에 수록되었다. 6·25 후의 암담한 현실을 리얼하게 부각시킨 작품이다. 계리사(計理士) 사무실의 서기로 일하면서 양심과 성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송철호(宋哲浩)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제대 군인으로 양심 따위는 아랑곳없이 세상 돌아가는 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자포자기한 동생 영호, 북쪽 고향을 그리워하다 미쳐버린 어머니, 양공주로 가정의 생활에 보탬을 하는 누이동생을 구성원으로 하여 빚어내는 사건의 연속이다. 끝내 아내는 병원에서 죽고, 남동생은 강도죄로 경찰에 체포된다. 이런 불운 속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주인공 철호는 끝내 현실 앞에서 주저앉고 만다. 살아가기는 가야 하는데 지금도 가고 있기는 가고 있는데, 정작 자기가 가고 있는 방향을 모르고 허탈증에 걸려 세상에 태어난 것은 ‘조물주의 오발탄’이라고 내뱉는다. 이러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 없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양심을 지켜 성실하게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믿었던 선량한 주인공이 현실에서 감당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가에 극적인 비감을 맛보게 된다. 이 작품은 이범선의 초기의 작품과는 달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사회고발의식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으로 1961년 제5회 동인문학상(東仁文學賞) 후보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62년에는 제1회 5월문예상(五月文藝賞)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초기의 작품에서는 주로 깨끗하고 고고하고 소극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였으나 〈오발탄〉 이후 점차 사회와 현실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오발탄〉·〈냉혈동물〉·〈환상〉·〈사직(辭職) 고개〉 등을 묶어 1959년 ≪오발탄≫을 출간하였다.

 

 

 

철호의 치통은 곧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상징한다. 그는 그 고통을 그래도 참고 살 수도 있고 이를 빼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전자는 고통스럽고 후자는 돈이 든다. 그는 지금가지 생활고 때문에 그 고통을 참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 절망에 빠진 그는 아픈 이들을 모두 뽑기로 결정한다. 철호의 그러한 행위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항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동생 영호와는 대조적으로) 그라 지켜왔던 양심이라는 가시를 뽑아버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것이다. 혹은 지금가지 그를 얽매여 왔던 가난과 가족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의식을 보여 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발치의 결과는 과다 출혈과 실신과 죽음이다. 그에게는 탈출구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설정이야말로 부조리 의식에 가깝다.

 

 

 

이범선

1920∼1981. 소설가. 호는 학촌(鶴村). 평안남도 신안주(新安州) 출신. 1938년 진남포공립상공학교를 졸업하고, 평양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일제 말기에 평안북도 풍천(風泉) 탄광에 징용되었다. 광복 후 월남해서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6·25 때는 거제고등학교에서 3년간 교편을 잡았다. 이 때 ≪현대문학≫에 단편 〈암표 暗票〉(1955)와 〈일요일〉(1955)로 김동리(金東里)의 추천을 받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 뒤 휘문고등학교·숙명여자고등학교·대광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68년 한국외국어대학 전임강사로 부임하여, 1977년부터 교수로 재직하였다. 그 동안 한국문인협회 이사, 소설가협회 부대표위원에 선임되었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에 선출되었다. 초기의 작품 〈암표〉·〈일요일〉·〈이웃〉(1956)·〈학마을 사람들〉(1957)·〈수심가 愁心歌〉(1957)·〈갈매기〉(1958) 등에는 그의 생활 체험이 반영된 것으로서 어두운 사회의 단면과 무기력한 인간상(人間像)이 많이 등장한다. 담담한 필치의 서경적 묘사의 수법으로 토착 서민의 생태를 표현, 길흉의 미신 또는 무욕(無慾)의 인간상을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 뒤 〈피해자〉(1958)·〈오발탄〉과 장편 〈춤추는 선인장〉(1966∼1967) 등에서는 사회고발의식이 짙은 리얼리즘의 문학으로 전환하여 약자의 생존과 침울한 사회상, 종교의 위선, 남녀의 생태 등을 부각시키는 객관적 묘사를 보여 주었다. 후기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냉혈동물〉·〈돌무늬〉·〈삼계일심 三界一心〉(1973)에서는 인간의 궁극적 모순을 추구하려는 존재론의 회의적 허무가 깃들인 잔잔한 휴머니티가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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