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 여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희곡이다. 수궁가를 탈춤의 서사적 전개에 맡겨 오늘의 연극 무대에 정착시켜 보려는 시도와 토끼전에 담겨 있는 민중 의식을 파악하여 고전을 객관적으로 해석해 보려는 시도를 동시에 하고 있다. 말뚝이와 취발이가 이끌어나가는 마당판과 등장인물들이 엮어나가는 무대가 혼합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자라의 충직함과 토끼의 교활함으로 상반되는 두 성격을 대비하여 인간성의 결여를 비판, 풍자하였다. 인간 사회에 만연된 출세 지향주의, 기회주의 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교훈적 내용도 담고 있다.

1장
말뚝이가 나타나 각박한 세태로 인해 팔자에도 없는 약장사가 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수궁가를 시작한다. 용왕이 주색잡기에 빠져 만병이 들었다고 노래하자, 취발이가 튀어나와 함부로 고전을 모욕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그러나 말뚝이의 약을 판 이익금을 반분하자는 유혹에 넘어가 같이 수궁가를 부른다. 용왕의 병에는 토끼의 생간이 유일한 치료약이지만, 별주부를 비롯한 모든 신하들이 육지로 가는 것을 겁내 토끼의 간을 구할 수 없게 된다. 별주부는 집에 갔다가 노모로부터 불충(不忠)이라고 꾸지람을 듣고, 아내로부터는 출세의 기회를 잃었다며 구박을 받는다. 견디다 못해 육지로 갈 작정을 하고, 행여나 자신이 출세를 시기할 사람이 있을까봐 조정의 중신인 잉어와 거북에게 뇌물을 바친다. 이튿날, 조정에서는 얼굴에 부부싸움의 흔적이 역력한 모든 신하들이 앞다퉈 육지로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잉어와 거북의 추천으로 별주부가 육지로 떠난다.

2장
마침내 토끼를 만난 별주부는, 토끼의 가난하고 서러운 육지생활을 마구 비난한다. 토끼의 마음이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자 재빨리 용궁의 화려함과 천하 절색 8선녀를 얘기하면서 토끼를 유혹해 용궁까지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토끼는 기지를 발휘해 간을 빼두고 왔다고 용왕을 속인다. 별주부의 출세를 시기하는 다른 신하들의 맞장구로 용왕은 속아넘어간다. 급기야 간을 먹기 전에 자라탕을 먹어야 한다는 토끼의 거짓말에 속아 별주부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그러나 문어만은 별주부의 공로를 주장하다가 모진 매를 맞는다. 문어 역을 하던 취발이가, 고전 작품을 이렇게 어지럽힐 수 있냐고 화를 낸다. 그러자 말뚝이가 당분간 내 혼자 할 터이니 쉬라면서 극을 계속한다. 별주부는 집에 돌아와 탄식하다가, 아내 별부인을 토끼에게 보내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한다. 그러나 막상 토끼의 침소에 든 별부인은 토끼에게 반해 이별을 서러워 하며, 육지로 함께 나가 살자고 한다.

3장
이튿날, 토끼는 용왕에게 자라탕보다는 문어탕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어를 거칠게 끌어내는 말뚝이. 문어 역의 취발이가 화를 내자, 말뚝이는 이제 해고라며 취발이를 쫓아낸다. 퇴직금을 달라는 취발이에게 말뚝이는 임시직이 무슨 퇴직금이냐며 면박을 준다. 어이없어 하는 취발이. 말뚝이는 오히려 화를 내며 보수 없는 충(忠)의 존재 여부를 묻는다 지금까지 그려온 조정의 신하들 모습이야말로 진짜 조선시대 신하들의 모습이 아니겠냐고 되묻는 말뚝이 앞에서 취발이는 침묵을 지킨다. 한편, 별주부는 토끼를 육지에 내려준다. 그제서야 토끼는 별주부를 쫓아보내고, 벼슬이란 위험한 거라고 외치고 다닌다. 수궁의 별부인은 토끼를 기다리다 못해 상사병으로 죽는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었다며 열녀로 봉한다.

계속 수정, 그래서 완성되는 - 작가의 글
이 판소리를 연극을 위한 대본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임형택형이 소장하고 있는 필사본 「토처사전」을 보면서였다. 흔히 알려져 있는 토끼전은 별주부의 충성심에 촛점을 맞춰, 결국 장한 충으로 인하여 용왕의 병을 고치게 된다는 신재효본의 줄거리류가 태반인데, 이 「토처사전」을 비롯한 일사본, 가람본 등 몇개의 민간본에서 엿보이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풍자가 많이 무뎌져 있는 것들이었다. 가령 별주부가 갖는 헛된 출세욕이 마누라까지 바쳐가면서 토끼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고, 그 하룻밤 정사때문에 상사병에 걸려 토끼를 기 다리다 지쳐 죽는 별주부 부인이, 돌아오지 않는 별주부를 위한 수절로 칭송되며 열녀문이 세워지는 결말 등은 당시 민중들이 표현할 수 있었던 최대의 풍자요, 비판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극본으로 꾸미는 데는 난점이 많이 거론됐다. 았다. 첫째는 판소리가 지닌 공연으로서의 단조로움인데, 창극처럼 대사대로 인물을 등장시켜 풀어쓰기 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그 단조로움을 극복하기는 커녕 화려하게 떠벌여 놓음으로써 오히려 판소리 특유의 기능마저 말살시키는 위험이 있어, 민중문학의 중요 유산인 판소리를 오늘의 공연예술로 계승하는데 못마땅했고, 또한 한문 투의 난삽한 구절이 창으로 불려질때의 모호한 전달성도 문제점이었다. 이럴때 탈춤의 말뚝이와 취발이가 등장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을 갖도록 해주었다. 특히 말뚝이의 양반과장은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해주었는데, 판소리의 문학적 측면인 줄거리, 풍자, 해학과, 음악적 측면인 창이 고스란히 탈춤의 내용 및 연극적 구성과 전개 속에 흡수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극적 전개와 구성의 방법, 말뚝이의 사회의식, 시간과 공간의 자연스런 처리, 인물들의 등퇴장, 관중의 자연스런 개입, 모든 것이 객관화 되는 데서 오는 현실성의 획득, 등- 이 극본을 써나갈 때의 내 호흡은 그대로 조상들의 숨결이었고 민중들의 흥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일단 탈고한 대본은, 2천부나 찍어준 제작진의 덕분으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가 있었다. 대본을 읽은 여러 고마운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토론에 응해주었는데, 말뚝이와 취발이의 대립적인 갈등이 약한 점, 탈춤의 춤사위 및 가사가 당대서민들의 흥과 멋의 반영이라하면, 현재의춤 역시 오늘날 민중들의 흥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 토끼의 성격이 애매하다는 점 등이 이 중에서도 특히 토끼의 성격이 애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고, 그것때문에 이 작품의 일관된 주제가 흐릿해진 동시, 결말도 약화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하여 인형극의 이시미 과장을 도입하여 산중 장면을 설정하게 되었는데, 비로소 토끼의 성격이 살아나면서, 결말도 전보다 탄탄하게 맺어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극본은 절대 한 개인의 작품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연기자에 따라서, 무대조건에 따라서 연출에 따라서 계속 수정되고 보충되어, 우리의 중요한 문화 유산이 오늘날의 연극 형식으로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형태까지 제대로 갖춘 마당극본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80년대부터였다. 즉 <장산곶매>(황석영 작)라든가 <토선생전>(안종관 작)과 같이 기성 작가들이 마당극을 위해서 희곡을 쓴 것이 80년인 것이다. 마당극에서 다룬 문제는 매우 광범위할 수밖에 없었다. 군사통치와 무관할 수 없는 각종 정치비리, 산업화에 따른 노사문제, 경제부조리, 인권문제, 농촌의 피폐화, 공해문제, 빈부 격차 문제 등 다양하다. 가령 80년대에 크게 주목을 끌었던 몇 작품들만 검증해 보아도 그 점은 확인할 수 있다. 80년대 초두에 화제를 뿌렸던 <토선생전>만 보더라도 그것이 비록 전래의 판소리 <수궁가>가 바탕이 된 것이지만 주제는 현실풍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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