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의경 '길 떠나는 가족'

clint 2018. 3. 31. 12:08

 

 

 

 

이중섭의 죽음! 전신주를 타고 신문사에 전달된다.

무대에서는 그가 평소에 사랑하던 자연과 아이들, 소 등의 그의 영혼에서 빠져나가듯이 자유로이 떠돈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자연을 벗삼아 그림을 그리며 예술에 대한 정열을 키워나가지만, 그도 한국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예술과 정치적 행동 사이의 갈등을 겪는다. 결국 예술을 택한 이중섭은 일본으로 유학, 당시 유행이던 서양화풍의 조류를 마음껏 흡수하게 된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동경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내지만, 식민지 출신이라는 출생적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사생활에서도 마사꼬라는 일본여인과의 사랑도 마사꼬 부모의 반대에 부딪쳐, 홀로 한국땅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마사꼬는 가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해탄을 건너 중섭의 품으로 온다. 한국땅에서 발생한 전쟁과 좌우대립은 이중섭에게 가난이란 짐을 지워주고, 예술가로서 현실적이지 못한 중섭은 가정을 어렵사리 꾸려나가게 된다. 부인인 마사꼬는 희망이 없음을 깨닫고 아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간다. 중섭은 이제 모든 희망을 걸고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돈을 위하여 그림을 판다는 자책감을 느끼던 중섭은 사기까지 당하고, 작품은 춘화라는 고발을 당한다. 연이어 빨갱이란 말까지 듣게 되는데...

 

모든 고난에 지친 중섭은 정신적인 불안을 겪게 되고, 마사꼬에게 보내던 엽서 그림도 점차 보내지 않는다. 그림창작과 음식물을 거부하고 기괴한 행동을 일삼던 중섭은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현신을 외면하고 살아온 자기자신, 그림에 대한 회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던 이중섭은 영혼의 자유를 찾기 위해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작품은 천재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극화한 것이다. 이중섭이 저승길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고교 시절로 돌아가서 동경 유학시절을 보여준다. 그는 운명적인 여인 마사코와 만나고 광복과 전쟁 중에 월남하여 부산 피난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마사코가 떠나가고 서울에서 연 전시회는 성공하지만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차례로 되짚어진다. 무대는 특정한 공간으로 설정된 좌우의 단을 제외하고 빈 채로 있으며 장면 변화에 따라 여러 개의 대형 화폭들이나 미닫이문 등 간단한 장치들이 등장한다. 무대 중앙에 걸린 슬라이드막과 후면막에 이중섭의 그림 및 그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사진들이 비춰진다. 이중섭을 비롯한 주요 배역들을 제외한 다수의 배우들이 변신하며 집단적 동작으로 시대와 상황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배우들 외에 이중섭 그림의 소재가 된 소·아이들·물고기 등의 오브제들도 함께 활용된다. 연대기적으로 전개되는 작품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많은 장면변화를 표현하기 위해서 서사극적  테크닉이 사용되면서 영상이나 조명효과를 통한 상황 설정, 장면 전환의 노출, 영화적 수법, 동시 진행 등을 통해 풍부한 시청각적 변화를 만들어 가면서 속도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피아노를 통한 현장에서의 효과음도 작품을 생동감 있게 해준다. 이 작품은 애정, 기벽, 예술가를 억압하는 봉건적 인습, 이데올로기, 경제적 문제 등을 강조하며 이중섭의 삶을 총제적으로 조명한다. 1991년에 제15회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희곡상과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1992년 미국 뉴욕 라마마극장과 LA 포스터극장에서 공연하였다

 

 

 

 

[장] 1장
고 (故) 이중섭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장례식에는 많은 시인들과 화가들이 참여한다.
[장] 2장
학창 시절의 이중섭. 소 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만주에서 독립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임 선생의 충고로 그는 동경 유학길에 오른다.
[장] 3장
동경으로 건너간 이중섭은 턱이 길어서 아고리 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여러 미술대회에 입상하는 등 부각을 나타내지만 일본 선생들은 그가 조선인이란 이유로 트집을 잡아 구박한다. 그러던 중 이중섭은 일본인 마사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미사꼬 집안의 극구 반대로 둘은 헤어지게 되고 이중섭은 조선으로 돌아온다.
[장] 4장
마사꼬가 한국으로 건너온다. "남덕"이란 한국식 이름을 얻은 그녀는 이중섭과 결혼한 뒤 한국인으로 살 것을 결심한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중섭, 구상 등과 같은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남쪽으로 피난길을 떠난다.
[장] 5장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예술 정신을 고집하는 이중섭은 나날이 생활력이 떨어진다. 아이들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중섭을 원망하며 남덕은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난다.
[장] 6장
이중섭은 모두에게 혐오감을 주는 폐인이 되어간다. 남덕은 중섭을 그리워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일본에 온 중섭을 돌려보낸다. 전시회에서 악평을 받고 "빨갱이"라고 누명까지 쓴 중섭은 몸과 마음이 점점 망신창이가 된다.
[장] 7장
음식과 그림을 모두 거부하고 퇴폐적인 섹스에만 빠져있던 중섭은 결국 좁은 방에서 비참하게 병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