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는 부모의 맹목적 내리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점점 더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가는 노년층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단 한번도 부모 였던 적이 없는 젊은 작가와 연출, 배우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는 글로, 연출은 그림으로, 배우들은 언어와 몸짓으로, 우리가 노년층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실주의적 연기나 직접적인 무대장치를 피하고 담백하고 현대적인 톤으로 희곡이 가진 언어에 집중한다. 이들이 속한 세계를 특정한 사회, 특정한 시대가 아닌 부조리하고 초현실적 세계로 옮겨놓음으로 희곡에 숨어있는 본질적인 관계가 부각되고, 그로인해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려워지기'를 기대해본다.
심사평
올해 응모작 142편은 특정한 시류나 유행을 따르지 않은, 자기 개성이 분명한 좋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주제의식을 접한 것은 심사위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한결의 ‘정말 조금 그래요…’, 신유섭의 ‘폭우’, 박정규의 ‘와룡의 꿈’, 박교탁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이다. ‘정말 조금 그래요…’는 화장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극중 배경으로 설정해 현 세태를 압축하는 작품이다. 문장을 상당히 잘 쓰고 극의 전체적인 구성력도 좋았지만 소재면에서 참신성이 떨어진 점이 아쉬웠다. 당선작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는 전형적인 한국 창작극이다. 극적 공간으로 설정한 재래식 화장실부터 한국적인 해학과 골격을 갖추고 시작하는 작품이다. 변소귀신(어머니), 노인, 아들, 며느리, 손녀 등 4대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과거와 동시대를 버무렸다. 소재의 참신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말을 다루는 솜씨나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는 솜씨가 훌륭했다. 특히 바로 무대에 올릴 정도의 공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본심에 오른 4편 모두 훌륭한 작품으로 한국 희곡이 예전보다 건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복잡하고 암울한 현실에도 작가들의 작가정신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연극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당선소감 - 박교탁
이야기는 결국 두 개의 어긋난 벽돌을 가진 사람이 그 벽돌을 똑바로 세우기보다는 어긋난 채로 벽돌이 무너지지 않게 ‘괜찮다, 괜찮다’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좋아해주시고 언제나 제가 할 수 있다고 말해주시던 어머니, 누나, 형, 여동생 모두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늘 먼저 힘든 일 없느냐며 손을 내밀어주는 현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는 친구들, 글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던 이강백 선생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깊은 곳에서부터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지켜보고 웃고 계실 아버지.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많이 괜찮아 질 거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살던 모습들이 제게 가장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처음으로 극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가 불현듯 생각납니다. 도서관에서 몰리에르 수전노를 읽다가, 찰리채플린의 라임라이트를 보다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같이 살아보고 싶은, 혹은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내가 극을 쓴다면 어떤 극을 쓰게 될까 궁금했었습니다. 궁금증이 풀릴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쓰고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제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이윤택 선생님, 한태숙 선생님 고맙습니다.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제게 청개구리 엄마 같은 거짓말로 가르침을 주시는 세상의 모든 선생님, 말씀 새겨듣고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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