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의재 단막 '전역'

clint 2017. 6. 23. 08:46

 

 

 

 

작품의도

 

전역은 일어날지도 모를, 어쩌면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알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군대라는 하나의 꺼대한 조직 안에서 계급을 주고, 주어진 계급에 의해 흘러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사회 안에서 정해진 법률과 도덕이라는 규칙을 지키며 살고 있다. 하지만 살아간다고 하는 행위자 모두 그러하듯이 이 규칙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전역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는 비일비재할 만큼 쉽게 일어나는 부정부패에 대해서 꾸밈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사회비판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도 하고 싶었다. 그들은 그저 악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무엇이었을까? 특정한 사회를 벗어난 그들은 여전히 악인인가?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10분의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의도를 담아낼 수 없기에,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다만 두 가지 바람이 있다. 첫 번째 바람은 전역을 접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묵시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작가소개

 

현재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공학도입니다. 사실 희곡을 쓰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았고, 많은 글을 써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내 상상을 장면으로써 표현할 때가 재미있기 때문에 짧게나마 하나씩 글을 쓰고 있습니다작가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붙어도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극작을 전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로 배운 적도 없다. 잘 생각해 보면 배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내가 희곡을 쓴다는 생각을 27년의 삶 중에서 26년 동안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짧은 극을 올리기 위해 한 작품,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20분여 분량의 짧은 희곡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글을 써내려가고, 다 써낸 글이 무대 위에서 실현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그 무대를 보면서 공감했다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었다. 나를 녹여 만든 이야기가 다른 이들로 하여금 어떠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에 엄청난 희열을 느낀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씩 기회가 생길 때 마다 글을 쓰려고 했다. 나는 소설 같은 장편은 쓰지 못 한다. 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하는 성격에다가 어떻게든 참고 쓰다보면 결국 이야기를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지금 희곡을 쓰고 있다. ‘작가’라는 거창한 타이틀 보다는 그냥 ‘정의재’라고 불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