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야》는 농민복수를 내용으로 한 현실성이 아주 강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희곡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 희곡이 묘사하고 있는 때는 민국 초, 북양군벌이 혼전하던 초기에 농촌에서 발생한 한 사건이다. 당시는 5. 4운동과 새로운 사조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공산당도 아직 건립이 되지 않았던 때이다. 농촌에서는 총을 가진 자면 누구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농민은 일종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처지에 있었으며, 반항하고 싶어도 출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다.” 조우는 바로 이러한 그 시대의 농촌사회 정세를 진실 되게 반영하고자 한 것이었다. 작품 속의 구호가 반항하고 복수하는 투쟁은 바로 그 시대 농촌에서 보편적인 것이었고, 또 해결이 되어야만 했던 큰 문제였다. 특히 농민의 문제는 중국혁명의 기본 문제였고, 가장 첨예한 사회 현실 문제였기에 조국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들은 모두가 시야를 농촌으로 돌려 농민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에 있었다. 이에 조우는 농촌과 농민을 잘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농민의 운명에 대한 관심은 그로 하여금 농민의 불행과 조우와 반항요구를 표현해 내게 하였던 것이다. 민국 초, 중국 각지에 도사리고 있던 크고 작은 봉건군벌은 제국주의의 조종과 도움 아래 침탈, 탐병을 더욱 심하게 진행함에 따라 사회는 극단적으로 부패하여 인민들은 어려운 가운데 있었다. 바로 《원야》에서는 당시 농촌이 혼란스런 중에 누구나 총만 있으면 패자가 될 수 있었던 현실을 형상적으로 반영하였고, 현실과 환각 장면을 통하여 농민이 암흑과 고통 중에서 그 반항과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던 사회의 모습을 생동적이고 진실하게 펼쳐 보여준 것이다.
작자가 주인공 구호를 형상화하는데 창작 영감을 주었던 것은 검은 얼굴의 한 사람이었다. 즉 "우연히 하나의 생각이 떠올라 이러한 예술형상을 쓰게 되었는데, 얼굴이 검은 사람이라고 마음이 반드시 검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전에 나는 어떤 한 사람을 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석탄처럼 검었지만 마음만큼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그는 일생동안 고생을 하다가 처참하게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데서 구호 형상이 뚜렷하게 설정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주인공의 윤곽은 설정이 되었으나 어떻게 익숙하지 못한 농촌생활과 인물성격을 묘사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은 조우에게 하 나의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우는 완전하게 묘사를 해내었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풍부한 예술 상상력과 사람을 놀라게 하는 창조적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원래 의 생활경험과 간접경험을 동원하고, 괴상한 인물, 기이한 배경, 기묘한 충돌 등의 비현실적인 방법 등을 통하여 이 모순적인 문제점을 극복하였던 것이다. 즉 농촌에는 악덕 지주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많다고 들은 이야기와, 박해 계급인물들 사이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는 인식을 통하여 초염왕, 초모와 같은 이런 박해계급의 인물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내고, 사실주의 수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새로운 창작방법을 동원함으로써 이를 잘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창작방법이라 함은, 이해가 깊지 못한 농촌과 농민의 생활을 사실주의 수법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한 조우는 강력한 자기의 주관적인 인식과 감각에 근거하여 표면적인 생활사건을 버릴 수도 있고, 또 더욱 풍부하게 인물 내심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는 표현주의 수법을 가미, 운용함으로써 그의 부족한 약점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에는 6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즉 난폭하고 과격하며 기민하고 신중한 구호를 비롯하여, 아름답고 발랄한 금자와, 질투심이 강하고 의심이 많으며 흉악하고 음험한 초모, 성실하고 고분고분하나 무능한 초대성 등이 바로 이 중심인물들이다. 구호는 전기(傳奇) 색채를 가진 비극영웅으로서, 오사 직전 군벌혼전 시기, 압박에 반항하고 각성한 농민 전형이다. 그는 등장하면서부터 전기적 색채와 강렬한 반항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철 기둥 같은 다리로 큰 나무 옆에 서서 산발하고 울룩불룩한 근육과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여주는 속에서 우리는 금방 괴상하고 야성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 이글거리는 구호의 강렬한 원한은 바로 그의 현실적인 것에 있었다. 그의 아버지를 생매장시키고, 토지를 빼앗아 가고, 집을 불사르고,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가고, 여동생을 창녀로 보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심지어는 자기를 토비라고 모함해서 감옥에 보내 절름발이로 만든 다음, 8년간 옥살이를 하게 한 초염왕에 대한 그의 복수심과, 또 억압에 의해 비뚤어진 성격의 구호는 사람 형상이라는 인상보다는 오히려 괴물과 같은 오싹함을 주는 형상이다.
그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원수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으나 이미 그 상대는 죽고 없기에 그 복수심은 초염왕의 후대에게로 돌아간다. 그는 잃어버린 애정을 다시 찾고자 하였고, 초염왕의 대를 끊어 놓고자 하였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으나 곧바로 그는 후회심리에 휩싸이게 됨으로써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마침내는 출로를 찾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작품에서는 불같은 복수의 마음을 가진 구호 형상을 통하여 농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압박에 반항하고 복수해야 하는 당위성과, 봉건사회에 압박당하는 농민의 일생과 그의 점차적인 각성을 폭로하고자 하였다. 이 복수 과정에서 작자는 구호의 원시적인 복수관념과 그의 심리 및 잠재의식의 변화과정(망설임 - 행동 - 후회 - 자살)을 분명하게 보여주었고, 또 구호의 내적 갈등과 격화, 변화 등을 통하여 오랫동안의 봉건문화가 어떻게 농민을 파괴시켜 놓았는지를 반영해 내었다. 작품에서는 구호에 대한 묘사를 할 때 많은 부분에서 일반 농민의 일반 성과 그들의 단순한 성격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즉 지주의 아들과 형제관계를 맺은 문제, 초씨를 양엄마로 인정하는 문제, 복수의 망설임과 살인한 후의 후회문제 등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가 사실주의 수법을 떠나 비현실적인 표현주의 수법에 기인한 것이며, 또 이런 문제는 인물이 완전하게 현실 생활 중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과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해준다.
특히 구호의 복수에 대한 망설임과 복수 후의 후회는 주제의 부각에 큰 장애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나친 표현주의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표현방식이 가져다 준 손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애당초 복수를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후회는, 가문의 원수이며 자기의 인생을 망치게 한 원수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사상을 압도해 버리고, 복수를 한 사실로 인한 후회는 일종의 심리적 수갑이 되어 그의 영혼을 분열시 킴으로써 구호는 시종 그 속박을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금자는 예쁘고 성격이 강한 농촌 부녀형상이다. 그녀는 자유를 갈망하며 흉악하고 악독한 시어머니의 속박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쳤을 뿐만 아니라, 남자다운 기백이 없고 무능한 초대성을 떠나 구호를 택했으며, 자기의 사랑과 이상을 위한 선택에서는 어떠한 압력도 풍파도 능히 감내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금자는 초모와 해결하기 힘든 갈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고부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이 질투 많고 의심이 많은 초모로 인하여 비롯되며, 금자에 대한 초모의 흉악한 저주 및 학대는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였고, 이는 마침내 금자로 하여금 구호를 따라 초씨집 가정을 떠나게 한다. 금자의 성격은 많은 부분에서 비현실적이고 인지상정에 부합되지 않는 모습과 무척 변태적인 심리를 보이는데, 이는 그녀가 학대와 심한 고통을 받게 됨으로써 형성된 한 결과이며, 이런 특징은 금자와 같은 환경에서 단련된 심령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양상일 수도 있으나, 특히 구호에 대한 사랑, 초대성에 대한 증오 등에서는 모두 농촌부녀자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다. 이 역시 작가가 인물성격 묘사에서 전기적 색채를 추구한 결과라 하겠다. 초모는 눈이 멀었으나 머리가 아주 비상하며, 의심이 많고 질투심이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늘 며느리의 그 교태함에 자기의 아들을 빼앗기게 될까봐 며느리를 인간 이하로 간주하고 저주를 하였으며, 또 구호가 초씨집의 후대를 해칠까봐 걱정한 나머지 여러 수단과 방법으로 구호의 계획을 막으려는 교활하고 괴벽스런 형상이다. 그녀는 특별히 금자를 늘 학대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저주함으로써 초대성과 금자와의 관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대성은 정직하고 성실하며 부모의 말이나 아내의 말에 고분고분 할 줄 알지만, 무능하여 자기의 아내에게 다른 사람이 한계를 넘어선 행동하는 데도 항쟁할 줄 모르는 맥없는 인물이다. 초모는 비록 나이가 많고 소경인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성보다 마옴의 눈은 밝았고 용맹스럽고 사나왔는데, 초대성은 어떤 면에서도 부친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대물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이러한 추세에서 봉건계급의 몰락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는 날마다 장대해지는 인민들의 역량을 점차 감당해낼 수가 없게 된다는 작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품 《원야》의 인물형상에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등장인물 대부분의 외형이 정상이 아니고 결함이 있으며, 심리는 변태적이고 괴이한 심령을 가졌다는 점이다. 구호는 절름발이요, 초모는 소경이요, 바보는 말 그대로 멍청이이며, 초대성은 무능자이다. 물론 금자는 생리적인 결함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도 심리상에는 다른 인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짙은 변태성을 지녔다. 어쩌면 이런 형상들은 기형 사회에서 나타난 기형적인 인물들이라는 해석도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원야》는 1937년 8월 상해문화생활출판사가 단행본으로 출판한 후 이 출판사에서는 10여 년 동안 총 15번이나 재판을 하는 기록을 보였는데, 이는 백번 보아도 물리지 않는다는 극본 자체의 평가에 의한 것이라 하겠다. 해방후에 상당기간 모습을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1981년에는 영화로 제작이 되어 일부 국가와 홍콩에서 상연이 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같은 해에는 이탈리아 영화제에 참가를 하여 입상을 하기도 하였으며, 연극 무대로서는 홍콩 제14회 예술제에 참가를 하여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관중들에게는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평론가들에게는 실패작으로 평가가 되기도 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작품상에서 내용과 형식에서 보여준 모순이나 부조화, 현실주의와 표현주의가 한 작품에 병존하는 현상 외의 또 다른 여러 문제점을 가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원야》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경향의 특이한 표현수법과 풍부한 예술 상상력을 운용하여 악질토호에 대한 작자의 가슴 가득한 격분과 반항정서를 아낌없이 표현해내고 농민의 비참한 운명에 대한 관심과 동정을 훌륭하게 기탁해 낼 수 있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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