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쇼퍼’는 패스트푸드점 ‘Mr. Burger'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 실체 없는 존재에 의해 감시받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아낸다. 무대 중앙에 원색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돼 있어, 인간들이 사는 회색빛 공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큰 ‘M'자 간판은 흡사 ’맥도날드‘를 연상케 한다. 24시간 열려있지만 동시에 단절된 공간에 다양한 인간들이 방문한다. 현대 인간을 묘사함과 동시에 그들 간의 갈등이나 대립구도도 보여준다. 진한 애정을 과시하는 신세대 커플과 보수적인 노인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비단 세대 간의 갈등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치통을 호소하는 손님은 공연 내내 점원과의 의사소통에 애를 먹는다. 게다가 분실된 휴대폰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인간과의 대화보다 핸드폰 기계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관심’ 역시 현대인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스타벅스’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도 적당한 무관심 때문이다. 커피 주문 외에는 모두 ‘셀프서비스’이므로, 사람들은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극 중 멤버십 카드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개인정보를 묻는 점원을 향해 손님은 “왜 나한테 관심을 갖느냐”며 펄쩍 뛴다.
극 중 ‘Mr. Burger' 점원들은 ’미스터리 쇼퍼'(본사파견 매장점검 요원)를 기다린다. 그가 누구인지, 언제 오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오늘만큼은 모든 손님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는 CCTV 상황실이 있다. 'Mr. Burger'를 포함한 주상복합건물을 감시하는 관리원은 “마치 하나님이 된 기분이다. 하나님도 우리를 이렇게 보고 계실거야” 라며 묘한 쾌감을 맛본다.
바로 파놉티콘이다. 늘 감시받는 느낌을 가진 죄수들이 결국은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는 원형감옥 말이다. Mr. Burger 점원들 역시 ‘미스터리 쇼퍼’에게 감시당한다는 사실은 명백히 인식하지만,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때문에 하루 종일 자신들을 스스로 감시하고 옥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이 기다리는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손님’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손님’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 마주친 인간들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많은 배역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이슈들을 다룸에도 산만하지 않은 작품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장성희
1965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극장 극본 공모 창극부문 수상(청산에 살어리랏다 1996),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판도라의 상자 1997),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 선정(이 풍진 세상의 노래 1998), 문예진흥원 신진문학인 지원 선정(2001), 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지원 희곡부문 선정(2007), 2008 서울연극제 희곡상 수상(꿈속의 꿈)의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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