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연옥 '가정방문'

clint 2016. 2. 25. 23:10

 

 

 

 

이 작품은 슬픈 우화이다. 미래의 아이들을 말하는 동화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인류의 미래가 ‘파리’라고 말하는, 망각의 집에서 사는 아이들. 교육의 부재 속에 사회와 마주치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그는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무슨 선생님인지 모르지만 선생님이란다. 친근한 목소리로 학교로 초대한다. 이 연극을 동화로 만드는 건 동화 같은 소품으로 가득 찬 무대와 아이들의 순수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선생이란 존재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 슬픈 동화는 그로테스크한 동화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학교 나오게 하기 위해 찾아간 선생님의 귀여운 설득의 노력과 협박의 행동들 vs 불안한 학교에 절대 보낼 수 없어 가장 안전한 장소로 선택한 쓰레기장과 이곳에서 4남매를 데리고 사는 엄마의 항변들.. 특히 가정방문을 온 선생님이 외계인으로 밝혀지고 엄마와 아이들을 푸른 별이란 곳으로 데리러 온 곳이 밝혀진다. ‘가정방문’ 역시 그렇다. 4명의 아이를 두고 있는 어머니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둬 키운다. ‘푸른 별’에서 아버지가 보냈다는 의문의 인물이 ‘가정방문’, 모두를 데리고 떠나려 한다.

 

 

 

 

 

 

 

아버지가 보낸 푸른 별의 선생은 거짓의 냄새가 물씬 나는 가운데, 창살 같은 우주선에 갇힌 채 검은 날개를 단 천사로 변한 아이들은 외부의 오염으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극단적 조치로 생각된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엄마가 있다. 이들은 제도권 밖의 사람들로,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남자 선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신고에 이곳을 방문한다. 그는 4명의 아이들에게 학교가 주는 매력을 설명한다. 그러나 학교라는 제도권을 불신하는 이들 엄마의 태도가 완강하기만 하다. 섬처럼 단절된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들, 그 문턱을 넘어서서 이들을 데려가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은유적이며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 가지 못한다. 소외된 일상으로부터 구원받기를 소망하지만, 불투명한 삶 속에서 낙담하고 마는 사람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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