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태석 '운상각'

clint 2016. 2. 24. 19:20

 

 

한국적인 연극 양식의 본류를 타고 있다고 평가되는 작품. 특히 국내 작가주의 연극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태석이 감독하고 장민호 백성희 최상설 권복순 오영수 등 정상급 연 들이 참가했다.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인 죽음과 분단의 아픔을 한국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함으로써 고난의 역사를 마감하고 밝은 새천년을 맞이하자는 의도로 제작됐다. 국립극단의 정기공연작품이다.

 

 


운상각은 우리민족 최대의 아픔인 6.25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지난역사의 상처와 앙금을 씻어내는 해원굿을 벌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운상각은 구름위에 떠있는 집이라는 뜻이지만 이 작품에선구름위에 떠있는 남과 북, 삶과 죽음을 가리킨다. 해남댁이 6.25 때 행방불명된 남편 김시량의 장례를 반세기가 다 되서야 치뤄주려는데서 시작한다. 이를 이해 못하는 외아들 영기. 그는 장례를 막고자 하나 끝내 노모의 뜻을 꺾지는 못한다. 이런 가운데 이웃마을에 사는 한 처녀에게 신이 내리고 그녀는 김시량의 초상을 자신이 치루겠다고 찾아온다. 무녀가 된 처녀와 해남댁이 치루는 장례식은 해남댁의 응어리를 푸는 해원의  마당만은 아니다. 전쟁의 와중에서 자신의 밀고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하였다는 죄의식 속에 살아온 구서방도 이 굿을 통해 구원받는다. 죽은자와 산자의 대화,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연극은포한의 반세기를 풀어내는 굿판이다. 작가는 한국인의 의식속에 깔려있는 무속신앙을 화합의 매개체로 끌어들이고 있다. 오태석 미학의 정수를 느낄수 있는 작품이다. 

 

 

'운상각'은 아직도 풀지못한 우리 가슴속 6.25와 분단의 응어리, 그리고 삶의 회한에 관한 작품이다. 전쟁중 행방불명된 남편과의 재회만을 기다리며 유복자 하나를 키우면서 한맺힌 삶을 살아온 70대 노파 해남댁이 어느 날 꿈에 남편을 본다. 남편이 죽었음을 확신한 노파가 그의 상을 치르고자 하면서 집안엔 뜻밖의 분란이 일어난다. 외아들은 이를 어이없어하며 장례를 한사코 막으려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말에 주춤하고, 이 와중에서 추진되는 손녀딸의 혼사도 옥신각신의 연속이다. 또 다른 편엔 전쟁으로 상처받은 또 하나의 노인이 있다. 40년 전 자신의 밀고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멍에를 걸머지고 평생을 실성한 채 살아온 구서방이다. 노인은 해남댁의 장례에서 긴 세월 가슴속에 맺혔던 응어리를 풀어낸다.

죽음과 삶이 서로 만나며, 우리들 삶에 깃든 회한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오태석 연극답게 부각되는 우리 몸짓과 우리 말의 '결과 무늬'도 감상 포인트. '모질고 끈끈한 인생을 이어 나가는 한국 여성의 그 집요한 집착'이 전편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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