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정 '하나코'

clint 2016. 2. 24. 18:25

 

 

 

 

연극 ‘하나코’ 서사는 1997년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캄보디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훈 할머니’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분이의 할머니 기억으로 열어지는 위안부의 삶은 참혹한 현장이며 죽어야 끝이 나는 잔혹한 전쟁의 비극이다. 위안부를 탈출하기위해 한분이 할머니 동생 금아의 탈출의 희망은 일본군 군의관으로 향한다.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이 지옥에서 날 건져주기만 한다면 난 뭐든지 할 거야. 그 사람 신발을 핥으라면 핥고(중략) 밤새도록 잠을 안 재워도 좋아... 여기서 날...꺼내주기만 한다면” 회상으로 올려지는 동생 금아는 일본군 군의관의 유일한 탈출의 통로다. 어린 한분이의 대답은 “죽어야 끝나지..속았어.. 다.. 망쳐 버렸어” 죽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삶이다.

작가는 극 초반에 한분이 할머니의 어린 시절 과저 캄보디아 위안소 현장을 소환하면서 훈 할머니의 사실적 모티브와 한분이의 할머니의 기억의 역사적 연대를 묶고 비극의 역사를 두 시선으로 교차시켜낸다. 그 현장을 지키는 것은 사실적 증언을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성을 바라보고 기록하려하는 극중 인물 서인경과 사회적 시선으로 투영되는 취재기자 홍창현 이다. 서인경은 두 인물의 역사적 비극을 다소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반면, 취재기자는 렌 할머니의 이야기를 마치 조작된 삶으로 바라본다.

 

 

 

 

 

배우들은 노련한 캄보디아 언어로 극의 사실적 분위기에 온도를 높이고 등장인물 메이린은 은 관객을 캄보디아 현지로 불러 세운다. 캄보디아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면서 렌의 할머니의 캄보디아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알린 극중 인물 박재상은 특유의 연기로 활력 있게 균형을 잡는다. 극의 종점은 라꾸엔(파라다이스)이라고 불리는 캄보디아에 위안소에 렌, 한분이 할머니가 찾아가면서 비극의 현장과 두 사람의 과거의 기억은 생생한 채로 참혹하게 튀겨 간다. 잔혹한 악마의 내면의 그림자다. 전쟁이 끝나도 죽음으로 돌아오고, 육신은 찢겨지고 갈라진 채로 흔들거린다. 이 장면을 통해 렌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이 명확하다는 설정을 한다. 캄보디아 위안소 안에서 터져 오르는 두 할머니의 기억은 돌아가고 싶은 고국으로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있는 동생으로, 달려가서 찾아야 되는 동생의 기억으로 멈춰있다. 가슴으로 청산 할 수 없는 죄책감이다. 할머니 가슴으로 여전히 살아있는 동생의 죽음은 비극의 역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 된 사과”로 가슴으로 온전히 씻어 내려 갈 때 가능하다. 하나코는 어린 ‘꽃분이’를 찾아 위안소를 들락거리던 극중 인물 ‘타카하시’라는 일본군이 한분이 할머니에게 지어준 일본이름이다. 다카하시는 극중에서 타이완으로 떠나면서 어린 꽃분이의 옷을 찢고 등을 칼로 눌러서 문신을 새기는 잔혹한 현장을 그린다. 일본군 타카하시가 어린 꽃분의 등을 칼로 생살을 짓누르고 등에 새겨 넣은 참혹한 역사를 증언하는 장면에서 문신을 꺼내 놓으며 한 올 한 올 풀어가는 긴 독백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의 상처를 모두 쓸어 안아버린다.

 

 

 

 

 

국내에 캄보디아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은 1997년에 알려졌다. 당시, 캄보디아에서 약재상을 하는 황기연씨가 훈 할머니의 손녀로부터 2차 세계대전 말에 일본에 의해 위안부로 캄보디아에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언론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취재를 했고, 훈 할머니는 50년의 세월을 캄보디아에서 지내면서 한국고향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몇 가지의 기억만 선명했다. 고국의 가족을 찾고 싶어 했던 훈 할머니는 유전자 감식까지 하면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유전자 감식까지 했지만 예상 했던 것과는 달리, 추정되는 고국의 기억상황과 일치하는 점이 발견이 안 되어 진짜, 가짜 논란이 됐다. 그러나 훈 할머니 기억에서 더듬어지는 일본군 장교의 이름이 실존이름이라는 사실과 여러 사실적 정황들이 밝혀지면서 1997년 경남 합천에 사는 이순이씨가 훈 할머니의 막내 여동생으로 확인되면서 극적인 자족들과 만남이 이루어졌다. 작가는 이러한 훈 할머니의 역사적 사실성을 모티브로 끌어안고는 극중 인물로 ‘렌’ 할머니와 ‘한분이’ 할머니의 비극의 역사를 연극 ‘하나코’의 주요 극적 서사로 설계한다. 한분이 할머니도 꽃다운 나이에 동생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위안부 생활을 한 피해 할머니로 설정된다. 극은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렌’ 할머니가 조선인 일본군위안부 출신이라는 정보에 따라 극중 인물 여성학 교수인 서인경은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렌’ 할머니의 증언을 채록하기 위해 프놈펜으로 떠나면서 캄보디아 일본군 위안부에서 함께 생활을 한 한분이 할머니가 렌과 자매일수 있다는 극적 설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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