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루이지 피란델로 '증명서'

clint 2015. 11. 16. 15:25

 

 

 

 

 

〈증명서〉(1918)에서 키아르키아로는 정직하게 일했으나 액운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직장에서 파면 당했다. 억울하게 쫓겨난 후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부러 더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 혐오스런 거지 역할을 택한다. 사람들은 정말 액을 몰고 오기라도 할까봐 그가 옆에 오면 얼른 돈을 주어 쫓아버린다. 더욱이 판사 1, 2, 3은 이성을 대변하여 법질서를 구현하는 자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키아르키아로가 지나가는 걸 보면 두려움에 떨며 일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하는 미신적인 행동을 똑같이 하는 자들이다. 하지만 단드레아 판사는 법의 정의를 이성적으로 실천 하고자 하는 용기 있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자이다. 키아르키아로가 직접 두 피고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하자, 그 는 키아르키아로를 부당한 평판에서 구해주고자 애쓴다. 그러나 키아르키아로는 오히려 이를 거부한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의도한대로 패소하여야 한다. 이제 키아르키아로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록 그가 원치 않았던 것이라 해도. 그러한 형식을 오히려 더 강력하게 고착화시킴으로서만 가능하게 된다. 단드레아가 키아르키아로를 내쫓기 위해 적선하는 사람들을 두고 "자신들의 무식함에 대해 바치는 세금이로구만!” 하자 오히려 키아르키아로는 "무식함에 대해서 라고요? 아니오. 이보시오! 그건 자신들의 무탈을 위해 바치는 세금이라오. 왜냐하면 나는 실제로 그 놈의 구역질나는 인간성이란 것에 대해 지금껏 온갖 분노와 증오를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고 살아왔거든. 판사님, 그래서 난 정말로 내 이 두 눈 속에 이 도시 전체를 송두리째 붕괴시켜버릴 무서운 위력이 들어 있다고 믿고 있소. 자, 그러니 액운을 피하려면 당신도 조심해요, 조심해”라고 응수한다. 그는 사람들이 그저 말로만 그럴 듯하게 읊조리는 구역질나는 인간성이란 것을 경멸하며 액을 몰고 온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구죽하려는 극단적인 상황을 유도한다. 단드레아 판사는 자신이 어찌해줄 수 없는 상황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키아르키아로를 보고 깊은 연민에 사로잡힌다.

 

 

 

 

이 극은 피란델로가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루었던 인생과 형식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본질을 이해 받지 못하고 부당한 편견 때문에 희생당한 인물 키아르키아로의 '살아가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