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선웅 '성인용 황금박쥐'

clint 2026. 6. 26. 07:30

 

 

지하철 기관사 왕기는 결혼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 이로 인해 
소심해진 왕기는 직장 동료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따돌림당한다. 그러나 그가 사회에 
적응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내쳐지지 않기 위해 그는 
불임사실을 감추려 하고 건달 명섭과 아내 숙민을 동침시켜 아이를 낳도록 한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아내에 대한 그의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된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황금박쥐를 만난 왕기는 스스로를 황금박쥐라고 믿기 시작한다. 
황금박쥐는 평범한 박쥐들과는 다른 변종이다. 박쥐가 상징하는 것은 어디에든 소속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와 자신과 같은 '변종'이라는 점. 사회에서 도태되면 될수록 그는 
황금박쥐가 되어 날고자 한다. 결국 왕기는 황금박쥐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13층 건물 
창문에서 뛰어내린다. 관객의 상상력은 작가의 그것보다 빈약한 것일까. 
그가 결국 찬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죽고말 것이라는 관객의 예상은 빗나간다. 
그는 황금박쥐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간다.

 

 

 

사회와 가정과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남성상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외면당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과 상황을 매우 독특하고 재치 있는 극적 어법과 설정으로 풀어낸다. 
자유를 원하는 한 남자가 황극박쥐가 되는 만화 같은 이야기인 고선웅 작 남동훈 연출의
이 <황금박쥐>는 적응과 부적응, 변종과 원종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남성과 남성다움의 대한 소재를 중심으로 획일화된 삶이 당연하듯 
받아들여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삶의 대한 성찰과 반성의 무대를 선보인다.

 

 

 

 

 

어떤 물체든 견딜 수 있는 압력 이상으로 내리누르면 그 모양이 어딘가 우그러지게 마련이다.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왕기라는 남자는 어딘가 비틀려있고 우그러져 보인다. 그를 내리 누르는 힘이 아주 강한 것 같다. 강한 외압에 우그러뜨려진 이 남자는 조롱받고 무시당하며 점점 더 그 모양이 변해간다. 왕기는 '남성능력이 없어 아이를 가질수가 없다. 이 사실이 그를 묵직하게 내리누른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 남자는 '명섭이라는 양아치에게 돈을 주고 아내 '숙민과 관계하여 아이를 갖게 한다. 돈을 받고 일을 치르는 양아치 명섭조차 그 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할 만큼 이 일은 어딘지 이상하기만 하다. 기묘한 긴장 감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그를 내리누르던 무게는 속시원히 치워져야 하건만, 이 남자는 어딘가 점점 더 달라져 가고 있다. 왕기는 '그 시커먼 터널만 허구장창 쳐다보면서 달리는 지하철 기관사이다. 그는 어느 날 지하 터널 속에서 '황금박쥐를 만난다. 홀린 듯 박쥐의 힘에 사로잡힌 왕기는 박쥐가 되기로 결심이라도 한듯 배트맨 복장을 진노란색으로 물들여 입고는 '창구'의 공연장에서 열심히 나르는 연습을 한다. 마침내 왕기는 '원래부터 난 황금박쥐 걸'이라고 말하며 13층 바에서 뛰어내려 검은 어둠 속을 멋지게 날아가버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단면을 그야말로 '황금박쥐처럼 훌쩍훌쩍 건너뛰어다니는 장면들을 따라다니다보면, 완전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느낌은 여운처럼 잔 맛이 남지만 그렇다고 이 맛을 알아듣기 쉬운 문장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인간세계로 날아가버린 건지, 그리하여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숙민과 사랑을 나누게 된건지, 그리하여 마침내 '자기 스스로 인정받고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곳으로 가게 된건지.... 그 모든 질문은 어둠속에 스스로를 날개로 감춘 박쥐처럼 해답을 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 날개를 접은 이 공연이 그리 심각하게 무게만 잡는 것은 아니다. 장면들은 경쾌하고 대사들은 팝콘처럼 튀어다닌다. 은밀한 호기심과 훔쳐보기의 맛을 기대하여도 좋을 것이다. 成人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화끈한 무엇(?)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연극은 포르노가 아니"지 않은가... (임명재: 드라마투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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