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정 '브라질리아'

clint 2026. 6. 23. 16:46

 

 

브라질 대수로 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꿈꾸는 아버지와,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와 딸의 일상이다. 20대 초반이나 겉늙은 딸은 재봉틀을 계속 돌리고, 
50대 어머니는 손이 굳어졌다는 이유로 일하는 딸 옆에서 불경만을 읽고 있다. 
문제의 아버지가 돌아오자 딸은 모든 기대와 환상이 깨져서, 더 이상 재봉일을 하지 않고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상대 남자는 딸이 만든 팬티를 받아 가는 물품 수거반원이며, 
딸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상이 높을수록 여자는 남자에게 쩔쩔맨다며 
약혼자를 꼬드겨, 결국 브라질에 같이 가기로 하고 뒷마당에 도착한 헬기를 타고 떠난다.

 

 

 

2003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 <브라질리아>는 많은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허풍과

환상에 젖어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드넓은 사회성을 획득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얻은 <브라질리아>는 돈을 벌기 위해 브라질로 떠난 남자가 18년 만에 빈털터리로

귀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봉틀을 돌리며 뒷바라지 하는 아내와 딸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자신의 욕망에 따라 딸의 약혼자를 꾀어 브라질로 떠나 버린 남자.

이 작품은 욕망을 성취하려는 사람과 그 욕망에 희생되는 사람의 삶의 굴레, 그리고

이 욕망이 삶을 지속시켜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우 상징적이고 부조리한 이 작품은 일차적으로는 브라질의 수도를 가리키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들이 추구하는 허망한 욕구들을 지칭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여러 관계-모녀간의 관계는 무대 장치와 공간의 활용에서도 반영된다-로 이루어진

이 극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암시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부조리한 대사로부터 온다.

과장이 섞인 상징적인 대사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브라질리아>는 일상과 꿈, 현실과 비현실을 그리고 있다. 
역시 줄거리의 개연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재봉틀질 소리와 
대조되는 그 무엇의 존재가 문제이다. 일상은 낡은 재봉틀 소리처 럼 꾀죄죄하나 성실한 
반면, 꿈은 허황될 뿐만 아니라 일상을 파괴해 간다. 더구나 여러 관계모녀관계, 부부관계, 

부녀관계 및 장인, 사위 관계 등은 꿈을 중심으로 얽혀있다. 마지막 장인과 사위가 헬기를 

타고 브라질로 떠날 때쯤이면, 꿈은 삶의 중심부로 다시 와 있다. 아무도 어떤 관계도 이 
허황된 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철저한 사실주의에 기초했으면서도 
언뜻언뜻 거역할 수 없는 비현실을 일깨웠다. 지치고 달아빠진 현실을 나타냈던 무대에서 

재봉틀 소리는 효과적인 상징이었다. 더불어 앙상블 된 연기자들의 연기도, 일상 속의 
부조리를 나타내는 데에 크게 한몫을 한다. 핀터의 일상 속의 부조리를 연상시키면서도, 
오히려 핀터보다도 일상과 부조리의 연결이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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