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연오랑과 세오녀'

clint 2026. 6. 20. 15:54

 

 

어느 맑은 가을날. 영일군 호미곳에 있는 연오랑세오녀 조각상이 있는 공원에 학생들이 
도착한다. 일본에서 온 수학여행 일행이다. 그 자리에 통역하는 안내원과 함께 이 지역 
향토사연구가인 노인이 등장한다. 연오랑 세오녀의 우람한 석상 앞에 선 노인은 
친절한 해설을 맡게 된다. 
느티나무 마당. 오늘은 마을의 총각 연오랑과 처녀 세오녀가 혼례식을 올리는 날이다. 
마을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춘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광풍과 함께 

우박이 쏟아진다 춘삼월에 우박이라니, 게다가 번개, 벼락이 치며 하늘에서 불똥이 

떨어지더니 불기둥이 서며 큰 고목이 뿌리 채 뽑혀 쓰러지는 이변이 일어난다. 
때마침 산 속에서 한 기인 노승이 내려온다. 산에서 내려다보니 붉은 불덩어리가 
이 마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며 왔노라며 술을 청한다. 연오랑의 어머니가 순순히

술을 대접한다. 노승은 신랑 연오랑을 쳐다보는 순간 표정이 긴장된다. 그는 연오랑의

손금을 보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이런 시골 구석에 눌러 붙은 사람이 아니니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노승은 혼연히 어디론가 바람처럼 떠나가 버린다. 
약 반년 후 가을. 뜰에 감이 열렸다. 세오녀가 마을 아낙들과 함께 마루 끝에서 베틀을 놓고

비단을 짜고 있다. 아들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세오녀는 우수에 차있다.신혼생활의

달콤한 맛을 아직 모르는 듯 이닌지 공허한 표정이다. 남편은 날마다 들로 바닷가로 나가

일만 열중하고 시부모와의 사이도 어딘지 서먹한 처지라 정다운 부부애가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시부모로서는 결혼생활 반년이 지나도록 애가 없으니 그것 또한 고민거리다. 
아들이 돌아가자 바닷가에 나갔던 연오랑이 해초를 따서 지고 돌아온다. 연오랑은 아내 
세오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반년 전 우연히 노승이 남긴 말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날마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타관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만 커지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호소한다. 세오녀도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다고 어떤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둘의 이쩔 수 없는 고민은 
딱한 일이다. 그것은 마음을 지정 못하고 막연한 꿈만 꾸는 젊은이의 고민이다. 현실에서 
뛰쳐나가고픈 의욕과 신천지를 개척하고픈 모험심에서 고민은 더 커진다. 

잠깐 잠든 사이 꿈을 꾼다. 그 노승이 꿈속에서 말한다. "바다로 가라! 바다로 가라." 

 

 


바닷가. 연오랑은 뭔가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욕구를 느낀다. 아득한 수평선 
저 어딘가에 누군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환상에 몸을 떤다. 그것은 하나의 
환영이자 몽상일진데 그의 눈에는 실제로 보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다로 끌려간다. 
어떤 위대한 힘에 의해 이끌려가는 모습이다. 이윽고 파도는 연오랑의 모습을 삼켜버린다. 

파도에 파묻히는 연오랑은 마침내 사라진다. 환상적인 천상(天上)의 음악이 들려온다. 
길쌈을 끝낸 세오녀가 남편을 찾아오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목이 터져라 외져본다. 
그러나 무심한 파도소리만 대답할 뿐이다. 남편을 부르던 세오녀가 바닥에 쓰러진다.
잠시 후 사방을 휘둘러본다. 바다에 떠있는 한 켤레의 신발. 연오랑의 것이다. 미칠 듯이 
신발을 집어 들고 통곡한다. 남편이 죽은 절망에 그만 실신하고 만다.
연오랑의 집. 방안에서 굿을 하는 풍물소리만 들려온다. 굿이 절정에 달했을 때 비명을 
지르며 세오녀가 방에서 뛰쳐나온다. 병색이 완연한 데다가 머리는 산발한 게 흡사 미친
사람 같다. 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에는 어떤 귀기에 타오른다. 세오녀 손에 신발이 
들려있다. 연오랑과 어떤 교감이라도 있는 듯 말을 주고받는다. 연오랑의 환상이 손짓한다.
"나더러 따라오라고 한다! 나더러 함께 가자고 한다! 나도 가겠다! 그 분 곁으로 가야지!"
하며 뛰쳐나간다. 무대에 남은 아낙네들의 통곡과 한숨, 노래소리가 이어진다.

 



약 1년 후. 신라의 왕궁, 문무백관이 배석한 가운데 어전회의가 열린다. 
신라국에서 빛이 사라진 지 오래 전 일이다 곡식은 시들고 민심은 흉흉하다.
국왕은 그 타계책을 강구하는데 온갖 수단을 썼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어떤 걸출한 입관이 상신을 올린다. "신라에 해와 달이 사라짐은 연오랑과 세오녀가 
바다 건너 왜국으로 간 이후의 일인즉, 둘은 다시 국내로 불러들여야한다" 라고.
왕은 숙고 끝에 두 사람은 즉시 소환하라 명을 내리고 사신을 보낸다. 
그로부터 석달 후 일본으로 건너간 사신이 돌아왔다. 하늘의 뜻으로 일본에 건너간 
연오랑, 세오녀는 변방의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과 두 사람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사연도 보고한다. 그 대신 세오녀가 손수 짠 비단을 일월지 제단에 걸면  
신라 다시 해와 달이 되살아나리라는 소식을 전한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멀리 일본에서 연오랑 세오녀가 손수 짠 비단을 제단에 내걸자,
그 순간 하늘 한쪽의 먹구름 사이에서 한줄기 광선이 내리 비친다. 마침내 찬란한 태양의 
빛이 되어 무대에 가득 찬다. 신라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오랜 암흑생활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견뎌온 민조들의 인내심이이었다. 민초들의 감사와 흥분과 동경의 춤과 
노래가 펼쳐진다.

 

 

뮤지컬 <연오랑과 세오녀>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신라 시대 포항 영일만 설화를 
바탕으로 차범석이 대본을 쓴 창작뮤지컬이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게 된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빛을 잃은 신라를 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라 아달라왕 때 포항 영일만에 살던 부부 연오랑과 세오녀. 연오랑이 해초를 따다 
움직이는 바위를 타고 일본에 도착해 왕이 되고, 세오녀 역시 남편을 찾아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비가 된다. 부부가 신라를 떠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게 된다.
세오녀가 짠 고운 비단을 신라에 보내 제사를 지내자 다시 해와 달의 빛을 되찾았다는 
이야기이다. 공연은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대규모 창작 뮤지컬로, 국악, 무용, 연극 등을 

결합한 형태로 공연되었다.

 



차범석 작가의 글
이 작품은 포항지역에서 전래되는 설화 '연오랑 세오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설화는 삼국유사에도 그 기록이 전해진 우리나라의 유일한 일월 설화이기도 하다. 태양이 광명의 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된 것은 전 인류의 공통점이다. 특히 농경사회로서의 우리나라가 태양이나 달에 대한 관심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며, 특히 음력을 중요시하는 농촌사회 풍속에서는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 설화에서 거론되는 지명 가운데 포항시 남구 일월동 있는 일월지를 연관시켜 볼 때 그것이 단순한 설화라기보다는 실존했던 기능성까지도 추리케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설화가 포항의 지역적 특성이나 고유성을 중요시 하되 그것이 단순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보편적이고도 민족적인 정서와 함께 관객에게 공감대와 친근감을 안겨줌으로써 포항지역민의 일익이 되리라 믿는다. 일월신화 '연오랑 세오녀'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관객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있어서 필자는 해와 달의 성별과 부부간의 윤리관, 그리고 국가에까지도 심도 있는 표출올 해나감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처하고 있는 윤리관의 붕괴나 도덕관의 희박성에도 일침을 가하려는 넓은 의미의 계도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무릇 예술작품 계몽성을 주장하는 일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이디까지나 숭고한 인간성의 발전과 재음미일 뿐 결코 수신 교과서적인 교훈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예술적인 작품 속에는 직간접으로 도덕성이 강조되고, 그것은 계몽성까지도 제외시킬 수 없는 실례를 세계적인 명작인 <파우스트>나 <부활>, <죄와 벌>과 같은 문학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가장 예술적인 작품에는 윤리성도 내포된다. 그러나 희곡은 어디까지나 연극상연을 전제로 씌어진 문학이며 그것은 문학이나 TV극하고는 또 다른 독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장 연극적인 기법과 방편으로 관객과 교감되는 연극적 흥미를 유발시킴으로써 지역사회의 공연예술 저변확대에도 일익을 담당하리라는 의욕에서 이 작품을 구성, 집필하게 됨을 밝히는 바이다. 이 말은 사건의 사실성 여부나 역사성이나 지역민의 일방적인 욕구보다는 보다 보편적이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를 뜻하는 것이다. 그것은 학술연구나 논문이 아닌 예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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