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유고 베티 '여왕과 반역자'

clint 2026. 1. 31. 07:15

 

 

어느 나라인가 여왕의 어지러운 통치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

국가권력은 전복되고 여왕은 잠적하였다. 

폭도가 수도 길목을 막고 여왕을 수색하는데 어느 새벽

여왕을 빼닮은 창녀 하나가 재수 없게 걸려든다. 

폭도는 그 창녀를 끌고 가 며칠 심문이랍시고 갖은 모욕과 고통을 주며

그녀가 여왕임을 자인케 한 뒤 엉터리 재판에 넘겨 처형장으로 보낸다. 

그런데 형장에 이르자 그렇게도 자신이 여왕이 아님을 주장하고

살려주기를 애원하던 그 창녀가 홀연 여왕의 의연함과 위엄으로

군중 사이를 가로지른 뒤 총살대 앞에 선다. 

자신을 여왕이라고 믿고 있는 군중을 위해 여왕의 기품과 비장함을

스스로 연출한 것인데, 놀랍게도 군중은 진정한 애도의 눈물과

탄식으로 자신들의 여왕을 보낸다.

"보아라, 우리의 여왕이시다. 여왕께서 의연히 죽음과 맞서신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창녀는 세상의 그 어떤 여왕보다

더 품위 있고 고귀한 여왕이 되어 죽는다.

 

 

 

이탈리아 작가 유고 베티의 작품이다. 

이 극에서 사람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왕은 용기가 처음부터 없었기에 토끼처럼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나약해졌다. 알지아는 용기를 발휘하면서부터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 한 영웅도 되고, 도망치다 죽어버린 여왕을 대신해서 그 존엄과 권위를 지켜낸 여왕도 되고, 아이의 목숨과 인생도 위기에서 지켜낸 어머니도 된다. 하룻밤 새 그녀가 보여준 변화는 사실 대단하다. 마치 이중인격자 같다. 처음 그녀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레임에게 기생해서 목숨을 구해보고자 하며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갑자기 마음을 돌이켜 달라지길 원한다. 달라진다는 것이 서서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분기점을 넘어서면서 마치 화학반응처럼 전혀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인지 묻는다면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갑자기, 돌이 금이 되듯 그렇게 위대해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초라한, 한 번도 존중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는 내가 어떻게 이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여왕으로 오인된 창녀 알지아가 회유와 협박을 물리치고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절정이다. 선과 악의 상황에 가장 인간답게 반응하고자 했던 창녀 알지아, 혁명세력의 헝클어짐을 의연하게 비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원함과 위기감의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혁명세력들은 자신들의 입장,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감행해 왔다. 여왕과 추종세력을 찾기 위한 전략은 비정상의 극치를 달린다.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에 의해 창녀 알지아는 어이없게도 여왕으로 전락된다. 혁명 앞잡이이자 기회주의자인 레임, 그는 알지아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런 그가 결정적일 때 모르는 척한다. 거짓말, 양심의 가책은 여왕같은 창녀와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