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로 정치판으로 바깥으로만 내돈 끝에 객사한 가장 남편 대신에
30년 동안 생선장수를 하며 어머니가 키운 아들은 신문기자가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문필가를 꿈꾸는 아들 K는 그런 어머니에게 염증을 느낄 뿐이다.
홀어머니의 기대와 집착, 장애인 누나를 음악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어머니의 억압으로 인해 K는 결국 육체가 제멋대로 휘고
꼬이는 '히스테리 궁'이라는 희귀한 정신질환에 걸린다. 왕진온 의사의 진단이다.
K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어머니와 세상은 사회적 의무와 역할만을 강요할 뿐이다.
신문사에서는 출근 안한다고 난리에다, 그의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명기사를 쓰라한다. 제 몸하나 움직이기 힘든데 계속 스트레스는 쌓인다.
결국 세계로 통하는 내면의 문을 닫아버린 그에게 더 큰 고통을 통해 정화된
애인이 와서 참사랑의 모습을 알려준다.

이 연극은 프란츠 카프카 원작소설인 '변신'을 이윤택씨가 우리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거대한 현대 조직사회의 톱니바퀴 속에서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힌 남성의
존재를 규명하겠다는 의도이다. 자유로운 문필가 생활을 원하는 K는 홀어머니의
기대와 집착, 장애인 누나애 대한를 의무감 때문에 힘든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첨예한 갈등은 급기야 K를 '히스테리궁'이라는 정신병으로 몰고 간다.
원작 '변신'의 주인공은 죽음을 통해 세상과 화해했지만 '사랑의 힘으로'의 K는
애인의 깨끗한 사랑의 힘으로 소외와 억압을 헤쳐나간다.
원작의 곤충으로의 변신이 아닌 정신 질환으로 그렸고 동시대 현대 남성들의
소외와 내면의 황폐화, 그리고 사랑을 통한 새로운 구원의 가능성을 그린 것이다.

카프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산업화 속에서 자기 소외와 자아 균열을
일으키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 절망과 좌절로 끝냈지만
이윤택은 20세기말 한국이라는 사회속에서 평균적 남성이 겪는 분열증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자기 고백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면서 이윤택은 특히 K의
가족관계나 극의 결말을 통해 자신의 현실인식을 드러낸다.
두 작가가 펼치는 갈등 구조와 현실인식은 비록 다르지만 카프카는 여전히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벌레로의 변신을 통해 일상 탈출을 꿈꾸는 소시민의
무의식을 일찌감치 포착한 그의 예언자적 통찰력이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이 시대
한국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윤택의 재창작한 이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이 적절하게 공존한다.
지루하고 잔인한 일상속에서 실날같은 이성에 기대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는 듯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심리를 집요히 쫓는 실내 심리극이다.
변신을 겪게 된 주인공 K를 둘러싼 인물들이 서로의 애증을 충동시키며
한인 간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 고립과 소외 속에 놓인 인간이 어떻게 치유를
받아 유형지 같은 세상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는지의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폭발이 K의 방에서 이루어진다. 이 방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4개의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의 창에는 K의
내부(가정)와 외부(사회)에 관계된 인간들이 대비되며 나타나고, 벽면의 카프카
초상화는 K와 존재의 이중구조를 보여준다. 무대는 객석을 향해 열린 구조를
취하며 섬세한 감정 변화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4개의 벽은
K의 심경 변화에 따라 색깔을 변화하고, 마지막으로는 세상의 잡스러운 지식의
찌꺼기들 이(신문, 책조각 등) 실제로 태워진다. 무대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다. 산업 사회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가족과 직장,
사랑의 끈에 얽매어 자신의 본질을 억압받는 한 젊은 직장인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파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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