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여1인극 '여자가 남자를 버리고 싶을 때'

clint 2025. 12. 18. 16:36

 

 

 

이 작품은 가정과 사회 속에서 여성이 처해지는 상황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함으로, 

1981년에 영국의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전체는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마다 작은 부제를 달아 나름대로의 독립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1부. 깨어나라(Waking Up)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가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출근하기 위해 문을 잠그려다, 열쇠가 없어 그 열쇠를 찾으려고 그녀의 하루를 
자세히 재구성해 보인다. 그러면서 여자가 얼마나 많은 덫에 걸려사는지 보여준다.
2부. 홀로 된 여인(A woman alone) 소유욕이 강한 남편 때문에 집에 갇혀 사는 
가정주부가 있다. 즉, 여자가 단순히 성적인 대상으로서 어떻게 남자들에게 이용되고 

있는지 아주 독설적으로, 그리고 희극적으로 해석해서 보여준다.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상징적인 인물들에 의해 포위되고 상처받는 여인을 보여주며 자연주의에서
부터 슬랩스틱적인 소극(Farc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3부. 다 그저 그런 얘기(The same old story) 아주 흥에 겨워 들뜬 외설적인 얘기다.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지만 이러한 종속관계를 거부하는 가운데 원치 않는 어린애를 
갖게 되는 한 여자의 성적 관계를 묘사한다.
4부. 메디아(Media)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디아'에서 얻어쓴 작품이다. 하지만 
여기의 메디아는 자기애들을 분노와 질투심에 죽이는 게 아니라 화가 나서 악을 
쓰면서 고통에 찬 자각 때문에 즉, 자식이란 여자들을 좀 더 쉽게 착취하고 좀 더 
쉽게 부려먹으려고 여자들 목에 걸어놓는 멍에와 같은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자각에 
자기 애들을 살해해 버린다.
이 작품은 네 이야기를 통해 아직도 여성에게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게 짜여진 
사회에 대한 강력한 고발과 격렬한 저항을 풍자적이며 밀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페미니즘 연극의 면모들의 파격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지닌 파격은 우선 주인공의 인물설정에서부터 드러난다. 
다른 페미니즘 연극의 주인공들이 창녀라든가 이혼녀, 버림받은 여인 등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인물인 반면, 이 작품의 인물들은 그저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노동자, 아내, 어머니다. 이러한 평범한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는 일상성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전달하는 힘이 
되고 있다. 또, 페미니즘 연극이 지닌 심리적이고 관념적인 전개방식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고백하면서 훌쩍거리는 여성이 아니라 
직접 결단하고 행동하는 여성으로 극적 해결의 방식도 고발이나 어정쩡한 화해가 
아니라 적극적이며 공격적이다. 다소 과격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태도는 
주제를 다루는 솔직성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논리와 설명이 아닌 직접적인 
느낌으로 다가간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공동 집필하여 균형잡힌 시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작품 곳곳에 배어있는 유머감각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소극(笑劇)이나 

슬랩 스틱의 요소들은 관객에게 주제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다리오 포(1926-2016)와 프랑카 라메 (1929-2013)은 부부이면서, 공동으로 희곡도 쓰고, 연기자로서도 같이 활동하는 독특한 연극인이다. 다리오 포의 작품은 우리나라의 경우 '돈내지 맙시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 '오픈 커플' 등 상당히 많이 소개되었다. 1996년 극단 서울앙상블이 <여자가 남자를 버리고 싶을 때>를 한국초연했다. 
다리오 포는 어렸을 때부터 유랑극단이나 인형극단의 광대들을 많이 보면서 자라나 좋은 연극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며, 프랑카 라메은 아예 유랑극단 집안에서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서게 되었다. 1954년에 이루어진 둘의 결혼은 그들의 연극 세계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이때부터 그들의 작품세계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의 작품세계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태리의 전통적인 코메디 델 아르테의 즉흥연기와 프랑스 소극의 마임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둘째, 코미디와 정치적인 풍자를 가장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세계의 부패와 억압과 무능력을 희화시켜 신랄하게 비판한다. 끊임없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면서도 그 뒤에 분노의 앙금을 남기는 묘한 여운을 주는 것이 그들 작품의 매력이다. 
그들은 이러한 작품성향 때문에 계속해서 정부의 탄압과 검열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었다. 특히 1973년, 프랑카 라메가 과격한 파시스트들에게 납치되어 집단강간을 당하고 거리에 버려지는 비극적 사건을 겪은 후에, 그들의 작품세계는 한층 더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띠게 되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분노와 고통에서 탄생한 작품인 만큼, 종교, 사회, 그리고 남성우월주의의 전통 아래에서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모순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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