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조선의 아름다운 강산을 노래하듯 꽃다운 조선처녀들이 춤을 춘다.
처녀들의 맑고 건강한 모습 뒤에 일본의 군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짓밟힌 조국- 1940년대, 일제는 국민총동원령을 내려 조선처녀들을
종군위안부로 강제로 끌고 간다. 순이의 집에도 구장(이장)이 찾아와 정신대로
보내려 하나 순이 아버지에게 쫒겨난다. 구장은 순이 아버지를 불령 선인이라 하여
주재소에 가두고 순이의 정신대 지원을 강요한다.
순이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신대 지원을 결심한다.
황국신민대회- 조선처녀들을 성전에 복무케 한다는 명분으로 종군위안부로 나설 것을
독려하는 친일 연극이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강제 동원- 강압에 의해, 강제로 납치되거나 속아서 떠나는 조선의 처녀들
순이와 어머니는 눈물로 작별하고 선동적인 친일시가 계속 울려퍼진다.
위안소 생활-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버린 강제 종군 위안부들의
비참한 생활이 시와 춤으로 형상화 된다.
일본의 패망 그리고 해방- 해방은 되었으나 고국에 돌아오지 못 하는 조선의 딸들.
이들에게 해방은 희망이 아니라 좌절이었다.
귀한 그리고 만남- 고국에 돌아와서도 숨어 살며 그리운 고향을 찾지 못하던 순이는
할머니가 되어 마지막으로 부모님 산소라도 찾을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온다.
그러나 고향사람들은 낯선 이 할머니를 간첩으로 신고한다.
취조 과정속에서 할머니의 신분과 뼈아픈 과거가 드러나고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동생 석이를 50년만에 상봉하게 된다.
수요시위- 정신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죄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할머니들의 외침은 공허하기만 하다.
유품- 순이는 사람들을 피해 살고 석이는 그런 누님이 안타까워 같이 살기를 원하나
며느리의 반대에 부딪힌다. 누님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 느낀 석이는 어머니가
누님이 시집갈 때 즐것이라며 고이 간직해오던 유품인 비녀를 순이에게 전해준다.
꿈의 대화- 순이의 꿈속. 어머니와 정담을 나누며 순이는 한 많은 삶을 마감한다.
소리없는 만가-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여소리가 구슬프게 흘러 나오고
그 한(恨)을 풀어드리는 춤이 펼쳐지고 우리의 가슴은 할머니의 죽음을
잊지 않겠노라고 하는 다짐이 되어 소리없이 저며온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최초의 연극으로 주목받은 <소리 없는 만가>는 ‘순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적인 삶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극에서 ‘순이’는 16살에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었다가 해방을 맞아 귀국하지만 차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50여 년을 넘게 혼자 숨어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그리던 고향에 돌아와 외롭게 숨을 거두는 존재로, 이 극은 강제 동원에서부터 위안소에서의 생활, ‘민족의 오욕’으로 취급받으며 해방 이후 겪어야했던 사회적 냉대와 배제, 죄의식과 수치김의 감정으로 이중의 고통에 시달렸던 일본군‘위안부’ ‘순이’의 삶을 순차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춤과 풍물, 만가(挽歌) 등의 전통적 요소와 서사 기법을 접목하여 장면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해주거나 종전 이후 ‘위안부’들이 귀국선을 타고 돌아오는 장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 등을 슬라이드와 함께 보여주는데, <소리 없는 만가>에서 쓰인 이러한 도큐먼트 기법은 관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처럼 ‘거리감’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재현되고 있는 ‘순이’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역사적 사실이라는것을 환기하게 된다.
1993년 4월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놀이패 한두레가 주관하고 정신대 대책협의회가 주최. 서상규 극본, 남기성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으며, 총 3부 14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한 평범한 소녀가 어느 날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전선에서 겪은 수모와 동물적인 삶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며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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