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 선반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무대
사내 1, 2가 스툴에 앉아있다.
뭔가 기다리는가 싶더니 장난감으로 장난도 치며
장난감 기관총으로 쏘기도 한다.
그래도 사내1은 뭔가 생각이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그건 여왕이다.
천년을 기다리고 있는 사모하는 여인이고
선반에 여왕 인형도 아마 여왕을 생각하려고 있는 모양이다.
사내1의 이름은 지귀. 불경죄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잠시 후, 여왕이 곧 온다는 소식을 사내2가 전하고
여왕역을 사내2가 하는데... 스툴 높이를 맞추다가 결국 헝클어지고
둘은 티격태격한다.
사내1에 비해 눈치 빠르고 순발력이 있는 사내2.
어수룩한 사내1은 사내2마저 의심스럽다.
그렇게 잠도 안 자고 천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지귀.
다시 천년을 또 기다려야하나?
그렇게 기다리다 영원히 못 만나는 걸 알게 되자
결국 불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사모하는 마음은 영원히 남는다.
극작가 이언호씨와 시인 박제천씨가 합작하여 쓴 이 직품 '새타니'에서
과거와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깨달음을 갖는 새타니(새를 탄 사람)와
사랑을 영원히 갈구하는 지귀를 통해 사랑과 生을 대비시킨다.
비록 그것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허무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영원히 해결지을 수 없는 것으로 하여 갈등, 고민, 번뇌 등
제 요소가 움트고 부딪치고 터뜨려져 진득한 진물이 흘러 악취를 풍기게 되도
비록 지귀의 행동이 어리석고 천치같더라도 애정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여왕을 사모하고 기다리다 불이 되어버린 지귀.
그러나 지귀의 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내1, 2가 펼치는 오묘한 동화인지 선문답인지 모를 연극에,
코러스로 나오는 새타니란 역이 그 상황에 어울리는(?) 시를 읊어댄다.
더더욱 헷갈린다. 그런 시가 15편이나 나온다.
마지막 시를 보면 이렇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면 두어라.
사람의 힘으로 하기보다 물이 돌에 스미고
죽은 나무에 꽃이 피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낙엽 하나를 바람이
다시 이송에 돌려 보내듯 자연의 힘에 의지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 그대들이 바라보는 무대에서
그대들이 바라보는 배우의 눈초리에
그대들의 호기심이 가득 차있다면 다만
한낮 말의 회롱이겠는가.
이윽고 막이 내려서 그대들의 정신을 수습하고
그러다 갑자기 끝마질 것을 생각하면서도 무엇인가
이에 빠트린 것이 있다면 이 또한 말의 희롱이겠는가
새타니.
우리의 미묘한 깨달음이여
늘 우리와 함께 있어라.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연옥 '내가 울어줄게' (2) | 2025.06.20 |
---|---|
이효석 '화륜(火輪) ' (5) | 2025.06.20 |
신동엽 원작 '금강(錦江)' (4) | 2025.06.19 |
이재환 '네 멋대로 해라!' (1) | 2025.06.18 |
김창우 '궁궁을을 1894' (2) | 202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