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단 소도시, 무의탁 노인들이 기거 하는 사랑 복지원.
신문기자가 이곳을 찾아온다. 지난 3.1절 특사로 출소한 비전향장기수가
살았다던 마을을 더듬어 혹시 연고자가 살아 있을까 하는 기대로
수소문하지만 이를 안 복지원 원장은 냉대한다. 반세기 전 빨치산에 동조한
부역자로 낙인 찍혀 한 동네가 참극을 당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고향과 부모를 등지고 사는데 김기자는 당시의 사람들을 만나
진실을 알아보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김기자는 복지원에 살고 있는 이석금 노인과 율촌댁 할머니를 만나 당시의
사정을 알아보려 하지만 그때의 상처로 자식들까지 떠나보낸 노인들과
사변 때 부모를 잃은 복지원 원장의 완강한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한편 부역자 자식이란 사실을 잊으려고 고향과 부모를 떠났던 준배와 춘옥이
부친과 모친의 안부를 알려고 수십 년만에 찾아오는데 세월을 잊고 사는
부모들께 더 큰 상처를 줄까 망설이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김기자는 역사의 진상을 밝히는 것만이 이들의 한을 푸는 길이라 생각하고
끈질기게 집착하는데 어느날 괴한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만다.
깊이 파고들 수록 암울한 역사의 긴 커널을 느꼈던 김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당시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미 서로를 용서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동족상잔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에서 희생된 서민의 아픔과
스스로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끈질긴 민중의 힘을 표출해 보인 작품이다.
분단 반세기의 질곡 속에서 아픔을 참고 살아가는 서민의 애환을
객관적인 역사의 시선으로 돌아보면,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그들만이 가지는 소망은 어떤 것인가?
억울하게 빨치산의 후손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았던 사람의
아픈 가슴은 누가 풀어줄 것인가?
이런 문제를 조명하면서 역사의 사실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청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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