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칼 비트링거 작 김명곤 번안 '밀키웨이'

clint 2025. 1. 28. 17:44

 

 

 

1970년대 후반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가 함께 꾸미는 연극이 공연된다. 
환자는 자신의 자전적 인물인 사내(박성호)를 연기하고, 의사는 환자의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역할들을 1인 다역으로 소화해낸다.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군의 포로가 되어 실종된 박성호는 전쟁이 끝난 3년 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전사자로 처리되었음을 알게 된다. 
마을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박성호라는 자기 본래의 이름을 찾는 게 
불가능하게 되자 김종우라는 다름 사람의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아 고향을 
떠난다. 하지만 김종우는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도주한 범죄자. 
회사 지사장의 고발로 경찰에 체포된 사내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진단 끝에 
출소하여 헤매던 끝에 겨울안개라는 술집에서 주인과의 대화 끝에 
그의 소개로 비호 서커스단의 오토바이 쇼 운전사가 된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곡예를 해야 하는 '비행접시 운전사'로 죽음의 회전통에서 
2년을 보낸 사내는 절망한 끝에 죽음의 곡예를 한 끝에 부상을 입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사내가 쓴 희곡을 통해 사내의 사연을 알게 된 의사와 원장은 

그의 본래 이름을 되찾아주고 정규직인 우유 배달차(밀키웨이) 운전수로 채용하려 한다. 

공연을 마친 의사는 사내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준비한다...

 


독일 작가 칼 비트링거의 희곡「은하수를 아시나요?」를 김병곤이 번안각색한 작품으로 2차세계 대전 이후의 독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을 월남전 이후의 1970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대본이다. 월남전에서 살아 남았지만 전사자로 처리된 탓에 타의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상실 한 순진한 청년이 범죄자가 되었다가 서커스단에 팔려가 끊임없이 도는 회전 오토바이를 타다가 정신병동에 입원해야 했던 기구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다뤘다. 지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도덕적 개념 세계 속에서는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한 인간이 '생존'이라는 현실과 부딪쳤을 때 어떤 일을 당하고 사람들이 그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가 무슨 반응을 보이는지, 그가 끝까지 찾아 헤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배우 두 명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2인극의 형식을 보이는 이 공연은 정신병동에서 의사와 환자가 벌이는 연극놀이라는 단순하면서 서사적인 기본구조를 통해, 비극도 아닌 '순수함'으로 마침내 승리하는 영웅의 희비극을 그려낸다. 

 

 

 

이 작품의 작가인 칼 비트링거 패전국 포로로서 수용소에 있던 절박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 한다. 그 무렵 살아남은 전쟁포로로서 죽음과 파멸을 지척에서 보아야 했던 민감한 젊은이로서 인류가 공공의 이름으로 저지른 원죄에 가까운 형태에 대해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사명감도 있었을 것이다. 폐허로 돌아온 귀한병들은 온갖 잡역부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했다. 즉 작가와 관객들은 생존해야 할 가치로서 연극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다. 이른바 전후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독일희곡들은 대체로 "슬픈유모어"로 구성된다. 특히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파멸과 방황 그리고 끝없는 인간성의 추락을 지켜보면서 실제 구성원 중의 하나로 반성과 고행의 고통을 겸해서 스스로와 인간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작업으로 인식했다. <은하수를 아시나요?> 쓴 비트링거만 해도 오랫동안 염두에 두었던 주제를 작품화하면서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싣겠다는 욕심으로 장황하고 복잡한 구성 초고를 만들었으나 오랜기간 전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단순화시켜 깊이를 더해가는 작품으로 손질하고 또 손질했다고 한다. 결국 배우도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그리고 아무리 좋은 주제라 하더라도 조금은 덜 슬프고, 덜 생경한, 재미, 즉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다듬어 어쨌든 슬프지만 그래도 코믹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전후문학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