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원형의 모래 무대, 그리고 이어지는 만남과 이별,
생명의 순환, 삶의 흔적, 생을 느끼게 하는 의식주,
인간의 본능과 소멸을 담은 우주적 시각과
일상의 삶을 바라보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모래의 정거장>은 삶의 잔주름 같은 무늬가 펼쳐진 모래 벌판 위에서
다양한 남녀의 만남들이 몸으로 쓰는 소멸의 詩이다
무대에 펼쳐진 원형의 모래 벌판은 하나의 우주와 같고 삶의 근원적 공간과 같다.
일상의 삶과 동시에 근원적인 자연적인 본능이 함께 묻어있는 공간이며
이곳에는 다양한 여행자들이 있고 그들은 그 곳을 떠나고
그곳에 이르고 그곳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그들은 모래 위에서 서로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한다.
또한 이 모래판은 의식주를 상징하는 일상의 사물들로 채워져 가고
침묵으로 서성이던 사람들은 왔다가 사라진다.
인간의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통해 생명의 유한성을 극대화하는
<모래의 정거장>은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생명적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람, 물, 흙, 등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시공간, <모래의 정거장>은
인간의 절대고독과 삶의 여정, 우주적 시선과 생의 근원적 힘,
삶의 유한함과 무한함을 말 없이 표현해내고 있다.
圓으로 이루어진 모래의 정거장.
그곳은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우주의 시간이다.
서로 엉기지 않는 모래알의 속성처럼 형체는 사라지고
기억만이 남는 땅 그러므로 기억의 시간이다.
男,女의 우연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며 생명과 잉태의 순환공간으로서의
圓은 모래 위에 열정의 흔적을 남기지만
결국 소멸하는 의식주의 시간, 곧 삶이다.
<모래의 정거장>은 아득한 모래 벌판 위 여러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되며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대사가 없이 이루어지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그 깊이 있는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타 쇼고는 신체성과 침묵을 강조한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연극으로 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앙그라 연극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연출가 겸 극작가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사보다는 극단적일 정도의 느린 움직임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생활의 감성을 표현해낸다. 관념적인 대사 없이 철학적 깊이를 담보하면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오타 쇼고 의 침묵은 이후 1990년대 유행하게 된 '조용한 연극'의 사상적 선구가 되었다.
주요 작품 <고마치후덴>, <물의 정거장> <바람의 정거장> <땅의 정거장>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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