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인 민병욱은 의학박사인 윤지영을 아내로 맞는다.
그들은 구미 유학시절 서로 사랑했고, 귀국 즉시 결혼한 뒤 남편은 대학교수로
아내는 개업의로 누가봐도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그러한 어느 날 민병욱의 한마디 실수로 아내와의 냉전이 시작된다.
어쩌다 민병욱의 입에서 튀어나온 "개 같은 년" 이는 아내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고,
지금까지 존경해왔던 남편의 위치는 천하게 멸시를 받게 된다.
부부의 냉전은 날로 심각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가운데 민병욱은 윤지영의 사생활에 대해 불만이 싸이면서
뭔가 위축됨을 느낀다. 묘한 피해의식에 고민한다.
몇번이나 아내와 화해를 요구해봤지만 아내는 여전히 싸늘할 뿐이다.
그러한 어느 날 민병욱은 뜻하지 않은 사람을 맞게 된다.
바로 아내의 제자 문달호다. 그는 남자 간호사로 아내의 병원으로 온 것이다.
문달호의 출연으로 민병욱의 아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게 싸인다.
민병욱은 문달호를 아내의 정부로 생각하고 그들의 사랑놀음을 남몰래 훔쳐본다.
그러한 가운데 민병욱은 또 하나의 새로운 피해의식 속에 고민한다.
언젠가 자신은 아내의 손에 지능적으로 살해될 것이란 생각에 무서운 전률을 느낀다.
매일밤 시간을 맞춰 아내가 끓여다주는 스프를 민병욱은 안 먹는다. 그 스프 속에는
분명 소량의 극약을 넣어 서서히 자기를 말려 죽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맙게 받아 드리면서도 그 스프는 언제나 고양이에게 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자기 대신 말라 죽게 될 고양이에게 조의를 표한다.
그러한 한편 아내의 무서운 살인음모를 백일하에 들어내 보이겠다는것이
민병욱의 계산이다. 그러나 그것은 민병욱의 큰 오해였다.
민병욱은 아내를 볼낯이 없다. 그동안 자신이 이혼까지 몰고 간 사랑놀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나를 뒤늦게 깨닫고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아내가 현재 임신 3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아내를 의심하던 망상심리에서 헤어나 화해하게 된다.
근대화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차지하는 사회적 역할은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다.
'바깥주인'으로 상징화되는 남성의 역할은 보다 가정적이어야 하고,
'안주인'으로만 한정되었던 여성의 역할이 가정 밖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대는 가족질서의 재편을 가져오면서, 여성 고유의 가정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전통적 가족질서에 익숙해 있는 남성에게도 적잖은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런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을 법한 부부갈등을 통해
무엇이 바람직한 삶의 형태인가를 질문하면서 원만한 부부관계를 추구하기 위해
되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이야기가 유보상의 <이혼파티>이다.
이 연극은 맞벌이하는 부부간에 일어날 수 있을 법한 갈등을 다루어
관객의 흥미를 충족하려는 낭만극적 성격을 지닌다.
차분한 갈등과 그 해결과정을 통해, 아내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현대 남성들의 심리적 나약성을 꼬집으면서
자기의 일을 가진 현대 여성도 모성을 획득했을 때
진정한 아내로서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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