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누엘 푸익 '거미 여인의 키스'

clint 2024. 10. 23. 07:55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안의 작은 감방.
자신을 여자라고 믿고 있는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 정치범 ‘발렌틴’ 
두 사람이 수감되어 있다.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을 최고의 이상으로 여기는 발렌틴은
정치, 사상, 이념에 전혀 관심 없이 소극적이고 현실도피적인 몰리나를 적대한다.
몰리나 역시 차갑고 이성적이며 냉혈한 같은 발렌틴을 이해할 수 없다.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발렌틴은 탐탁지 않아 했지만 감옥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가게 된다.
한편, 몰리나는 자신의 가석방을 조건으로 감옥 소장으로부터 
발렌틴에게 반정부 조직에 관한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감옥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둘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거미여인의 키스]는 마누엘 푸익이 1974년 부터 1975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으로 저자의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선 민감한 정치소재와 동성애를 다룬 것이 문제가 되어 판금조치 당하였다. 이후 대안으로 1976년 스페인에서 첫 출간됐고 자국에서보단 해외에서 호평과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마누엘 푸익은 이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을 밝혔고 [거미여인의 키스]의 주인공인 발렌틴과 같이 반 정부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해 페론 집권 당시 요주의 인물로 살해 위협까지 받아야 했다. 그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로 유명세를 떨쳤음에도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등지고 해외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남자의 우정과 사랑, 암울한 시대 상황과 절묘하게 겹치는 대중문화의 접점, 원작이 그려내지 못한 환상적인 공간 창조, 원작이 쉽게 지나쳤던 감옥 주변의 팍팍한 일상 묘사 등 원작을 능가하는 부분도 뛰어났고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에 확신이 있어 발렌틴과 몰리나의 동기부여에 설득력을 입힌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불필요한 감정묘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효력으로 발현시키고 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국내에서 1994년 12월, 극단 산울림에 의해 처음 선보였다. 

 

 

 

강경한 사회주의 노선의 혁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범 발렌틴과 미성년자 성보호법 위반의 동성애자 몰리나가 한 감방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거칠고 직설적이며 혁명주의 게릴라인 발렌틴은 동성애자인 몰리나를 극도로 거부하며 그러한 성향을 혁명은 통해서도 개선할 수 있다며 사회주의적 혁명에 동참하고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몰리나는 정치적개입이나 관여에는 관심이 없다. 억압받는 소수자로서의 자유를 갈망하며 그것을 자신이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를 통해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응어리를 끄집어 내고 분출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 두 사람의 이념, 가치관 그리고 성정체성에 관한 논쟁이 계속 되면서 그들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인간적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심한 고문으로 황폐해진 자신에게 음식과 물을 나누어 주며 인간적 배려와 희생을 하는 몰리나에게 발렌틴은 조금씩 몰리나에게 대한 반감을 풀게되고 고마움을 느끼게된다. 그리고 그를 더 이상 역겨운 동성애자가 아닌, 여자라는 한 인간으로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몰리나는 감옥의 상부로부터 발렌틴의 비밀조직을 알아낼것을 강요당한다. 몰리나는 그렇게 첩자 아닌 첩자 노릇하다 그들의 수정된 계획으로 출감을 하게 된다. 출감소식을 들은 발렌틴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한껏 들뜬다. 몰리나에게 자신의 비밀조직과 함께 일을 해줄것을 요구하지만, 몰리나는 자유주의자, 사회주의 혁명이나 부르주아혁명에 대한 두려움과 발렌틴과의 헤어짐에 더 슬퍼진다. 그래서 발렌틴의 부탁을 거절한다. 발렌틴은 그의 완곡한 거부와 두려움에 설득을 포기한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면 남한테 무시당하며 살지 말라며 그에게 진심어린 걱정을 한다. 이런 그의 진심에 몰리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그리고 몰리나는 결심한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겠노라고 그가 살 수만 있다면….

 

 

 

출감 후 상부의 감시속에서 몰리나는 발렌틴의 말대로 그의 비밀조직을 돕는다. 그러나, 몰리나는 분명 자신이 감시당할 것을 알고 있었고 발렌틴의 조직원에게 만일 자신이 노출이 된다면, 그냥 총을 쏴달라고 부탁한다. 고문으로 인해 발렌틴과 그의 비밀조직에 대해 그들에게 말을 할지도 모를까봐….발렌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결국, 몰리나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한다. 발렌틴도 심한 고문에 못이겨 결국 감옥에서 사랑하는 여인 마르타를 향한 독백을 하며 마지막을 맞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