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무섭게 내리치는 장마철의 어느 밤,
아빠와 엄마와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집에 낯선 손님이 방문한다.
묘한 분위기의 이 손님은 유독 그 집의 아이를 경계하고 또 주시한다.
손님의 이름은 시에나, 국적불명, 나이불명, 직업불명, 정체불명,
심지어 실수로 품 안에서 떨어뜨린 소지품은 용도불명의
날카로운 칼 한 자루이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어디선가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환경 운동가인 아빠와 엄마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외출 준비를 하고,
손님은 엄마에게 자신이 아이를 재우고 돌아가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는데.........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무엇보다도 독특한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상징적 언어의 시도가 눈에 띈다.
이것은 현실 세계의 언어도 아니며, 시적인 세계의 언어도 아닌,
완전한 연극적인 세계의 언어이다.
극 중 인물들이 이러한 연극적 언어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의 극적공간이 시에나의 기억 속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부모로부터 커다란 상처를 받은 시에나는 삶의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상처는 기억 속의 부모로부터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녀가 상처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당시의 어린 자신을 패배 시켜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상처를 언어로 이미지화 시켜가는
독특한 서사방식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당선소감 – 임빛나
내가 희곡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막연히 작가의 꿈을 꾸며 뭐 소설을 쓰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운명처럼 만났다. 연극이 내게 왔고 내가 연극에게 갔다. 연극과 나 또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진지는 궁금하다. 우편 몹시 위태로운 관계 맺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도 기가 세고 나도 기가 센 탓이다.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고 연극도 제 자신이길 포기하지 않는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그런 연극과 나의 기싸움의 결과이다. 수상소감을 여기까지 쓰다 말을 만들지 못해 멍을 때리다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남편이 자신의 수상소감을 쓰고 있다. 멋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배꼽이 찌릿찌릿해진다. 그리고 문득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것만큼 연극을 사랑한다면 연극과 나의 팽팽한 이 기싸움이 어느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연극을 사랑한다면, 이 기려 하지 않고 사랑을 해본다면, 연극을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희곡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그분들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좋은 희곡을 쓰고 싶다. 수상의 기회를 주신 대산 문화재단께 감사한다. 열심히 해서 대산대학문학상의 자랑이 되고 싶다. 도움 주시고 조언해주시는 선생님 친구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인사하고 맛있는 것 사드리고 싶다. 두분 엄마, 두분 아빠, 동생, 언니, 믿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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