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참가작품
길명일 연출 극단 작업 제30회 공연작

전쟁으로인한 분당의 상처를 입고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난민들의 삶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대가 한결같이 무겁고 어둡고 침침하다.
그리고 아래 쓰여있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보면 알수 있듯이
주인공 몇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름 마져 잃어버리고 병명만으로 불려지며
뿌리뽑힌채 부평초 처럼 살아가는 군상들의 총집합임을 보여준다.
마치 한국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보는 것같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의 후유증을 처절히 겪고있다.
전쟁의 피해자들로서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은 떠돌이의 모습에서 잠재되어 있는
작가의 현실대응 감각의 일면을 볼 수 있다.
휴전이 되었어도 고향에 갈수 없는사람들,
부평초처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고향을 찾아 외항선을 타고멀리 떠나가고픈 충동...
이런 절망의식이 짙게 깔려잇다.
즉 엔젤 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멀리 떠나는 것이다.
(작가 전진호는 1975년, 미국으로 이민 감)
그러나 마지막에 악당 패거리와의 싸움으로
꿈과 사랑은 좌절되고 마는, 철저한 비극으로 막이 내린다.


작가의 글 - 전진호
참으로 돌연한 결단이었다. 도저히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작업이었다. 그것이 점차 만들어졌다. 가장 가난한 속에서 어렵고 고통스럽게 그리고 외롭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한날 무슨 말을 새삼스레 하겠나. 다만 때때로 억울하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그러나 또한 이번 작업을 통해 결코 가난이 핑계일 수도 없고 외롭다거나 억울하다는 것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직도 우리들 곁에는 무수히 뜻을 같이 할 동료들이 있고 그 동료들이 조금만 힘을 합쳐도 값지고 보람 있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다. 사실, 되돌아보면 우리 연극인이 얼마나 다른 부문의 무대 예술인들과의 관계에서 폐쇄적인 자세를 취해 왔는가. 음악, 무용, 미술 등 가장 밀접하게 서로의 의사(意思)를 타진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좀더 발전적인 안목에서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외곬으로만 빠져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시 말해서 무대를 위해 모두들 최선을 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서로를 경멸하거나 등을 지지는 않았는지.... 첫 술에 배 부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첫술조차 들 수 없는 경우가 바로 이번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作曲이 있어야 하고 按舞가 있어야 하고 또 연기자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악보를 읽어야 하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 너무도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내야만 하는 작업이 바로 이런 「뮤지컬」이라는 것이었다. 말로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이것을 완성하고 무대에 형상화하기 위해서 극단 「作業」은 혹독한 훈련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미 처음부터 연기자로서 갖추어야 할 율동이나 음악에 대한 훈련을 뒤늦게나마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형편상 우리 연극계가 제쳐 놓았던 것이 결국 이제는 우리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로 닥쳤기 때문이다. 몇 년에 걸쳐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어야 했을 것을 이들 젊은 극단 「作業」의 단원들은 하 루 8시간의 그야말로 피나는 훈련으로 임했다. 무릎이 깨지고 입술이 터지고 코피가 흐르고 더러는 쓰러지기까지 하면서. 정말 보기에 안타까운 苦行이었다. 누가 누구에게 칭찬받고 격려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시험하는 듯한 끊임없는 자기확인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 연기자들까지도 노래하고 춤추면서는 서로 입이 틀려지고 걸음이 맞질 않았다. 그렇지만 끝내 이들은 입을 모으고 걸음을 맞추고 엇갈리는 호흡을 서로를 맞추었다. 오직 보는 이(관객)들에겐 힐책과 냉정한 시선만이 있다는 철저한 무대의 양심때문에. 외람되지만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면 될 수 있다는 밝은 전망이 있어 마음 든든하기까지 하다. 성급한 결과를 기대하지는 말자고 부탁하 싶다. 이런 씨앗이 그냥 시들지 않도록 곁에서 북돋아 준다면 분명 씨앗은 나중 훌륭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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