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그리트 뒤라스 '라 뮤지카Ⅱ'

clint 2023. 8. 31. 15:24

 

 

 

한 부부가 이혼재판이 끝나고 나서 호텔의 로비에서 만나
하룻밤 동안에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은 함께 지냈던 과거의 시간들에 대해서, 
둘의 입장과 사랑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지난날의 사랑의 아픔까지 현재의 고통으로 되새기면서 
'사랑은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할 수 없어질 뿐' 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미셸은 이혼한 전 부인인 안느 마리 로슈라는 여자만을 원한다. 
그녀에 의해서 주어지지 않은 세계라면 
그는 통째로 던져 개에게나 주고 싶은 것이다. 
그에게는 행복이나 돈, 사랑, 여자들, 도덕, 철학 따위가 다 필요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 여자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에게 인생이란 사랑의 역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이별을 고한다.

 

 

 

 

뒤라스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라 뮤지카Ⅱ' 역시 불가능한 사랑의 욕망과 좌절을 주제로 하고 있다.
'라 뮤지카Ⅱ'는 '라 뮤지카Ⅰ'이 발표된 지 20년 후에 다시 쓰인 작품이다. ('86년).
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남녀가 이혼소송의 판결을 위해

지난날 함께 살던 에브뢰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 마지막 만남에서 현실적으로 유지 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절대적인 사랑이란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욕망임을

고통 속에 확인한다. 죽음만큼이나 강렬한 사랑의 궤적이 뒤라스 적인

특유의 억제된 언어로 고조된 긴장감 속에 전개되어

그 어떤 사랑의 역사보다도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작가의 글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남녀이다. 그들은 아직 젊다. 30에서 35세. 그들은 필시 독서량도 많고 학위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교육도 훌륭하게 받아 지금도 그 교육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거기서 온 우아함을 그들은 결코 물리치지 않고 그대로 지니고 있다. 또한 그들은 선의의 사람들이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처럼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며 정착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열의 나쁜 힘에 휘말려 서로 갈라서고 말았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힘에 걸려들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다. 그들은 이혼소송의 마지막 판결을 위해 에브뢰에 와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모른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단지 피차에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것도 절실히 원해서는 아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자유로워 보인다. 고통의 상처들과 지난날의 지옥과 피차의 과오들을 남자보다는 많이 잊은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본질에 대해서는 비교적 잊지 않고 있다. 즉 그 여자의 내부에서 애인들의 파경이라는 어떤 논리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는 아직도 고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몸부림치며 자신의 삶에서 그 고통을 몰아내려고 애쓴다. 그는 아직도 행복에 대한 믿음을 약간은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경계심이 많은 그 여자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그것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보다 고통에 더 노출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다. 또한 그가 그 고통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 여자 없이는 그가 비참하고 평형을 잃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이들 두 남녀가 '프랑스 호텔'에서 한여름 밤에, 키스 한번 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이 외의 다른 목적은 아무것도 없다. 그 밤의 전반부에서 그들의 어조는 연극적이며 언쟁조이다. 그러나 후반에 가면 그렇지 않다. 그들 은 절망적인 사랑의 완벽한 상황으로 돌아와 있다. 그들은 이혼한 남녀이다. 결혼 초기에 에브뢰에서 살았는데, 이혼이 선고된 날 다시 에브뢰에 돌아와 있다. 20년 전 영국 텔레비전을 위해 이 작품을 썼을 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이제 그 작품을 2막으로 연장하게 되었으니 작품 제목을 '라 뮤지카II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1, 2막을 분리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나는 1, 2막을 함께 묶어 '제2의 라 뮤지카' 라는 제목을 쓰기로 결정했다. '라 뮤지카'의 공연 시간은 50분이었다. '제2의 라 뮤지카'는 1시간 40분 공연된다. 인물도 같은 인물에, 장소도 에브뢰의 같은 호텔, '프랑스호텔'이다. 마찬가지로 시간도 재판이 끝난 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밤중에 떠나지는 않는다. 그들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밤새도록 이야기한다. 마지막 밤이 흘러감에 따라 그들은 차츰 안정을 잃어, 서로 모순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날이 어김없이 밝아오자, 그들의 역사도 일시에 종말이 닥쳐온다. 그들의 마지막 만남의 마지막 순간들은 해가 뜨기 전에 끝난다. 그건 너무 가혹할까? 항상 그렇듯이….
'라 뮤지카‘와 '제2의 라 뮤지카' 사이에는 정확하게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의 그 세월 동안 나는 '라 뮤지카' 2막을 쓰고 싶었다. 20년 동안 나는 2막에서 밤을 샌, 피로로 풀어진 떨리는 목소리들을 들었다. 또한 나는 그들이 언제까지나 첫사랑의 젊음 속에 유지되기를 바란다. 마침내는 무언가를 쓰고야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그리트 뒤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