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프롤로그가 재미있다. 성경 천지창조를 패러디하여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하는데, 하느님이 태양을 특히 따뜻한 햇볕아래서 오수를 즐기는 것이 취미라 그러다가 햇볕에 그을려 수포가 생기고 피부가 검게 그을려 선탠로션을 만들었단다. 조물주이니까 뭐든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였는데… 그 인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햇빛을 좋아하면 선탠로션을 주었고, 싫어하면 동굴이나 그늘막에서 자신들이 알아서 살게 하였단다. 그리고 하느님은 깊은 잠에 들어갔고 인간 세상은 알아서 돌아가게 놔둔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하느님은 좀 오래 자서 그랬는지 인간 세상은 백인과 흑인 두 종(種)이 주류를 이룬 것을 알고 혹시나 해서 흑인중에 백인이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알약을 몇 개 샘플로 만들었는데… 본 이야기는 이 알약을 얻은 한 가족(부, 모, 아들, 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국 대도시의 어느 아파트에 그 알약을 먹고 백인이 된 가족의 집에서 시작된다. 백인이 부와 권력을 잡은 것이 아마도 집안에서 공부만 하게 만들었고, 흑인은 까매지도록 밖에서 놀아서 일까.., 얼굴색이 바뀐 가족은 말투도 고치고, 자신들의 족보도 고칠 기세이다. 그런데 한 백인이 총을 들고 이 집에 들어와 자기 딸을 겁탈해 임신시킨 검둥이 놈을 찾으러 왔다고 한다. 당연히 이 집에는 백인들만 산다고 하는데… ‘주니어’란 이름도 알고 온 걸 보면 이 집 장남이 맞는데 백인 아버지는 여러 정보를 물어본다. 그래서 근처에 사는 지저스란 쿠바계 흑인의 집을 알아서 가고, 이들 가족은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백인이 된 걸 기뻐하는데…. 잠시 후, 그 백인이 다시 이 집에 와서 백인이 된 주니어가 범인임을 알고 그와 그의 아버지를 위협하며 어떻게 검둥이가 백인이 되었는지 캐묻는다…
1960년대 급진적인 작가들(호르비츠, 테렌스 멕넬리, 레오나드 멀피)이 20년 후, 뉴욕 센트럴 파크에 있는 폴란드 왕 야기엘로의 동상 앞에서 재회를 갖는다. 섹스, 술, 마약, 그리고 노골적인 언어의 시대에 자란 이 작가들은, 그때가 자신들의 열정과 생계유지의 요구 모두를 고갈시키고 자신들의 꿈을 반쯤 실현시켜버린 때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작가들 중 한 명의 딸은, 자신들의 세대를 대변하면서, 이 작가들에게, 이 작가들이 깨달았던 말건 간에, 물려준 냉소주의와 절망감의 유산을 가지고 이 작가들에게 맞서게 된다. 아무튼 이 작품은 그런 동기에서 창작이 되었고, 인종차별을 유머스럽게 풀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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