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착한 남자 이대평'

clint 2023. 8. 30. 13:14

 

 

"착한남자 이대평”의 주인공 이대평은 우리들 모두의 자화상이다.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의 진실과 양심을 믿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신이 믿는 진실과 양심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품은 한 소시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 또한 우리처럼 소시민적인 양심의 소유자이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삶에 충실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적당한 죄책감, 적당한 반성은 되돌아온 부메랑처럼 그에게 치명타를 입히기 때문이다.

소시민적인 양심은 결코 절대(絶對) 선이 될 수 없다. 양심에 ‘적당한’이란 잣대는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거창한 내적 성찰이나 양심의 탐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배려이다. 남과 이웃에 대한 배려. ‘배려’라는 덕목이 우리의 양심에 첨가된다면

분명 이 세상은 한층 더 살기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채권팀에서 일하는 이대평은 불량 채권을 회수하는 데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대평은 악랄할 정도의 집요함으로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냈는데

그 중에는 신현서라는 여자가 있었다. 임신 중이던 그녀는

이대평의 과도한 채무독촉에 그만 유산을 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다.

이대평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짧은 대화가 오가고 전화가 끊긴다. 그리고 이대평은 발을 헛디뎌 맨홀 아래로 추락하게 된다.
다음 날, 맨홀에서 깨어난 이대평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바깥은 하루 사이에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신현서가 자살을 하면서 자살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 이대평이라고 유서를 남긴 것.

카드사는 여론 악화를 염려해 모든 책임을 이대평에게 떠넘기고,

사회는 그를 사회적 살인자로 몰아 붙인다.

이대평은 졸지에 사회의 적이 되고 만다. 다시 맨홀로 내려오는 이대평.

그런데 그곳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지하도시가 있었다. 이대평은 지하도시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지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말에 남기로 결심한다. 만약 기억을 지웠다가 문제가 생기면 돈이 저금된 통장, 계좌번호,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대평의 지하도시 생활이 시작되는데….

 

 

작가의 글 - 차근호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은 이대평이다. 그 이름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고로 이 작품은 한 소시민의 파란만장한 지하도시 탈출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소시민이라는 말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특별히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평범함, 술과 담배의 주요 수요자, 대중교통 애용자, 익명의 네티즌, 납세와 군복무 등의 의무로 나라를 책임지는 애국자,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생각하는 사람들 등등, 우리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소시민이라고 칭하고, 그렇게 믿는다. 그렇지만 소시민적 양심이 적당한 죄책감, 적당한 반성으로 치부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과연 양심에 '적당한 이라는 잣대가 있을 수 있을까? '착한 남자 이대평'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소시민적 양심은 절대선 (絶對善)이 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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