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연옥 '두 번째 태양'

clint 2023. 8. 31. 09:02

 

<두 번째 태양>은 독도 문제를 모티브로 하여 평화의 소중함, 생명의 존귀함, 국가 간의 도덕적 행위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부루가 가온의 땅을 빼앗기 위해 가온 역사의 출발이자 신화인 검은 새(독도)를 차지하려 하고 이에 가온의 왕과 백성들은 죽음으로 나라와 검은 새를 지켜내는 것으로 이뤄진다.

 

 

 

두 개의 태양으로 세상이 혼돈에 빠져 있을 때,

천지신의 선택을 받은 마루가 나타나 두 번째 태양을 활로 쏘아 떨어뜨려

고통 속의 사람들을 구해 내고 가온을 세웠다.

두 번째 태양은 떨어져 검은새라 불리고, 가온 사람들은 검은새가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로부터 몇백년이 흐른 현재 가온.

마루한인 찬솔은 원로들이 신탁을 핑계 삼아 백순의 딸 소이와 결혼을 채근하고,

백순은 십년 전 가온을 침략하여 찬솔의 부모님을 죽인 부루를 멸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솔은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부모님을 잃은 분노와 슬픔이

평화를 지키려는 자신의 의지를 꺾을 것만 같아 두렵다.

원로들은 세력을 지키기 위해 부루와 손을 잡고 찬솔을 없앨 계략을 꾸미고

가온의 정신적 지주인 검은새를 내어주는 거래를 한다.

이를 모른체 검은새로 간 찬솔은 그곳에서 부루의 이든왕에게 피습을 당하고

가온의 신물인 활을 빼앗기는데....

 

 

처음 인간들은 자신들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향하는 줄 모르고 살았다. 그들은 자연을 지배했고, 더 나아가 무리 중에서 약하고 쓸모없는 자들을 가려내어 버린다. 자신들의 존엄성을 확인하는 그들 만의 방식이었다. 버림받은 자들은 짐승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버림받는 자의 기준은 언제나 모호했지만, 분명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더 강한 자가 되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인간의 본성은 탄생한다. 결국 세상에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등장하고, 그를 위해 진실한 것. 영원한 것들이 신의 섭리에 의해 선택된다. 신의 선택을 받는 것은 강한 자가 아니라 버림받은 자들이었다. 강한 자의 강함이란 자신이 살고자 남을 죽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남의 것을 빼앗는 것으로 그 자신을 비롯한 모두를 파멸로 이끌지만, 버림받은 자는 자신의 존재를 버림으로써 모든 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

 

 

천지신은 버림받은 자 가운데 아들 마루를 두어 그들의 약함이 오히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영원한 것임을 알게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상의 중심, 가온이라는 축복의 땅을 주어 영원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을 지배하는 강함을 이기기 위해 가온은 시련을 거쳐 진정한 힘을 가져야 했다. 진정한 강함이란 상대방을 이기려 하지 않지만, 그를 능가한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다. 어떤 필요나 욕심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영원하리라 하는 뜻에 의해 만들어지고 서로 공생하면서 살아간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 무력으로 남을 이기려고 하는 자는 처음에는 강할 수 있지만, 결국 끊임없이 죽여야 하는 운명과 그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줄 그 어떤 것도 찾지 못한 채 자멸하게 될 것이다. 가온과 부루 두 나라와 검은 새의 이야기는 단순히 국토분쟁의 소재를 넘어 우리가 어떤 가치를 숭상하고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어떤 가치가 진정으로 강한 것인지, 결국 내 자신과 우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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