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가르시아 로르카 '관객'

clint 2015. 11. 10. 10:54

 

 

 

 

 

20세기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관객' (El publico)은 표면적이고 세속적인 연극에 대한 회의와 작가 개인이 겪은 동성애적 갈등을 가면이라는 메타포로 담아내고 있는 메타형식의 희곡 작품이다. 유년생활을 안달루시아에서 보낸 로르카는 집시, 여성 등 소외된 계층을 소재로 죽음과 에로티시즘으로 대표되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였고 1928년에 발표된 '집시 민요 집' (Romancero Gitano)으로 이미 시인 으로 널리 인정을 받은 바 있었고 이듬해 뉴욕을 거쳐 쿠바를 방문하여 그 곳에서 '관객'을 쓰기 시작해 스페인에 돌아와 1930년에 완성했다. 로르카가 지인들을 모아 놓고 처음 이 작품을 낭독했을 때, 모두 들 "고백하건데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훌륭하지만 결코 무대에 올려 질 수 없는 작품" 이라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에 금기시 되었던 종교나 죽음, 성의 문제를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어 그 혁명성과 극 전체를 아우르는 난해한 초현실주의 미학의 성향 때문에 로르카 생전에 무대에 올려 지지 않았고 1986에야 비로소 첫 공연이 이루어졌다. 현대에 와서는 '어느덧 5년이 흘러'(Asi que pasen cinco anos)와 함께 가장 실험적인 작품 중 하나로 안정 받고 있다. 당시 상업 연극을 상징하는 '공개된 연극' 의 감독은 억압된 내면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모래 아래의 연극 teatro bajo de arena' 을 올리게 되고, 스크린이나 복장, 조명 등의 활용한 다양한 극적 장치와, 꿈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등장하는 복잡한 인물 군을 통해 가면은 벗겨진다. 하지만 4장의 그리스도의 죽음과 이어지는 삽입된 시 '바보 목자의 독연' 을 거쳐 혁명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5장에서 마술사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자 연극은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순환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의 동성애 적 성향이 짙게 묻어나고 있는데. 이는 이성애적 사랑과 동성애적 사랑 간의 충돌이 작품 속에 재현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로르카가 실제로 대학시절 마드리드 기숙사에서 만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의 결별 이후 겪은 충격과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23년 달리를 처음 만나, 1928년 결별하기까지 둘은 가깝게 지냈으며. 특히 1925년에서 1927년까지 2년간은 남다른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로르카에게 미친 강한 영향은 말할 것도 없이 달리에게 '로르카 시대' 로도 칭해지는 이 시기에 둘은 부패에 관한 책을 공동으로 낼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며, 당시에 스페인어로 번역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함께 읽으며 초현실주의의 이론적 바탕을 형성했다. 하지만 달리는 로르카와의 결별 이후부터 로르카의 죽음 이후까지 내내 그들의 동성애적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고, 후에 입을 열었을 때도 말을 지극히 아끼는 태도를 보여 지금까지 둘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렇듯 이 작품 '관객'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감독이 겪는 고독한 고민과 갈등을 감독과 인물, 관객의 연극적 계급 구조로 조직하고 더 나아가 실제로 작가가 고통스러워했던 개인적인 고민을 보편화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작품이 주는 순수한 재미 이상으로 작가 로르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충실한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