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광림 '아빠 얼굴 예쁘네요'

clint 2023. 8. 9. 07:55

 

연탄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탄은 어떻게 캐어낼까?
탄광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숙명여중 학생들이 탄광마을에 직접 가서 그림을 그린 것을
토대로 화가아저씨들이 수십장의 그림을 다시 그렸고
예쁘고 아름답고 슬픈 노래들도 새로 만들었다.
우리 연우소극장에서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면서 석탄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일을 해주는가를 즐겁게 것이다.

그리고 탄이가 연탄가루가 까맣게 묻은 아빠보고

 아빠 얼굴 예쁘네요라고 했을까 생각해본다.

 

 

 

탄광촌에 사는 국민학생 연이의 일기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아이들을 늘 괴롭히던 반 친구 탄이와 갱굴이 무너져 아버지를 잃은 순이와의 
탄광촌 학교생활로 시작된다. 그런데 갑자기 탄광의 굴이 무너지면서 
연이 아버지가 탄이 아버지를 겨우 업고 나오는 일이 생긴다. 
탄이아버지는 자포자기하듯 생활하고 탄이는 학교를 나가지 않게 되고, 
중학교도 보내지 않으려 한다. 신문배달에 나선 탄이에게 
호통치던 탄이 아버지는 사람들의 북돋움과 설득으로 다시 탄광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고, 탄이 아버지는 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다짐한다. 
이 모두들의 가난하고 힘든 행복으로 작품은 맺는다.

〈아빠 얼굴 예쁘네요>의 음악은 대중가요나 동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구절과 악절이 명확하게 구사된 형식에서 그 특징을 먼저 찾을 수 있고, 또한 그것의 변형으로 다양한 장면을 압축적으로 소화해내는 점, 더불어 가사의 악절 사이사이에 대사를 적절히 배치 하여 극적 효과를 더욱 상승시킨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학교생활은 모두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시간', '시험', '개학' 모두 노래의 틀을 활용하여, 선생과 학생이 악절을 나누어 주고받는 방식이나, 가사가 빈 악절을 대사로 풀어서 다시 노래로 매듭짓는 형식을 취한다. 또한 극적 긴장감과 해소를 음악적으로 푸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같은 곡은 굴이 무너진 상황에서 연이와 동생 석이가 탄광으로 쫓아가는 장면을 매우 인상적으로 풀어놓았다. 우리 말의 해박한 이해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특히 우리말의 기본적인 억양구조 를 음악의 강약박에 정확하게 배치하고, 대화체 문장일지라도 시적인 압축을 지님으로 서 악절에 정확하게 배치되어 있다. 예를 들면, '미술시간'을 묘사한 선생과 학생들의 음 악을 보자면,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4/4박자의 강약중강약의 액센트를 정확하게 배 열해놓으며, 선생과 아이들을 같은 마디 안에서 연결시킴으로서 자연스러운 화목한 교 실의 이미지를 만든다. 특히, 말썽꾸러기 탄이를 음악구조 안에서 대사로 돌출시킴으로 서 화목한 미술시간의 방해꾼을 음악적으로 풀어 놓았다. 이 같은 우리말에 대한 치밀한 연구는 한국 음악극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초석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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