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어느 해 9월21일 인간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배경은 술주정뱅이와 부랑아들이 득실대는 스키드로우 거리. 이 거리에 무쉬닉이라는 유태인이 경영하는 작은 꽃집이 하나 있다. 이 가게에는 시모어라는 어리숙한 남자 종업원과 아름다운 여종업원 오드리가 있다. 시모어는 고아로, 어릴 때 무쉬닉이 데려다 일을 시키며 키웠는데, 구박을 받으며 자라면서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잘 견뎌왔다. 그들 비롯해 이 동네의 젊은이들은 모두 이 거리의 역겨운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장사가 통 안되자 주인 무쉬닉은 홧김에 가게문을 닫으려 한다. 그러자 시모어는 몇 주 전부터 길러 온 신기한 화초를 내보이며 이를 선 전용으로 전시하여 손님을 끌어보자고 한다. 시모어가 사모하는 오드리의 이름을 따서 오드리 풀, 신기하게도 화초를 내놓자 마자 손님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초는 아무리 거름과 물을 주어도 자꾸 시들어 간다. 고민을 하던 시모어는 우연히 화초가 피를 먹어야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신기한 화초 덕분에 시모어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고 가게는 손님이 넘쳐 모두가 그의 갑작스런 성공을 축하한다. 무쉬닉은 시모어가 자신을 떠나는 것을 염려하여 그를 양자로 삼게 되고 시모어의 미래는 행복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러나 말까지 할 줄 아는 오드리 풀은 자꾸 먹이를 요구하여 시모어에게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을 성취시켜줄 것을 약속한다. 망설이던 시모어는 결국 화초의 뜻에 따르게 되고 오드리를 괴롭히는 남자친구 오린을 첫번째 희생자로 결정한다. 시모어는 치과의사 오린을 살해하러 가지만 마음이 약해 망설이던 중 우연한 사고로 오린이 질식하여 죽게 된다. 이로써 첫번째 화초의 끼니가 해결된 셈이다.
<제2막>
이제 오드리 풀은 거대하게 자라고 무쉬닉과 아들로 상호를 바꾼 꽃가게는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된다. 오드리와 시모어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을 약속하고 행복해하는데, 무쉬닉은 오린의 실종과 시모어와의 관계를 눈치챈다. 궁지에 몰린 시모어는 무쉬닉을 속여 화초의 저녁감이 되게 만든다. 유명 방송국에서 TV소 출연 섭외가 들어오고 시모어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피로 이루어진 이 성공 앞에서 시모어는 죄책감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시모어가 먹이를 주지 않자 거대해진 화초는 오드리를 잡아먹으려 한다. 시모어의 눈앞에서 오드리는 죽어가고, 시모어는 분노에 차 칼을 들고 스스로 화초안으로 뛰어든다. 이제 스스로 몸을 일으킨 오드리 풀이 가지를 넓게 펼치자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꽃으로 피어나서, 성공을 약속하는 화초가 아무리 유혹하더라도 그에게 먹이를 주지말라고 노래하며 막이 내린다.
1959년 상영되었던 로저 콜만의 흑백공포영화 “Little Shop of Horrors"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뮤지컬 오드리(원제: Little Shop of Horrors)는 1982년 7월 27일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울림극장 (Orpheum Theatre)에서 처음 막이 올랐다. 하워드 애쉬만(Howard Ashman)이 극본과 가사를 쓰고 직접 연출을 하였으며, 알란 멘켄(Alan Menken)이 노래를 작곡하고 이디 코원(Edie Cowan)이 안무를 맡았었다. 이 작품은 개막 직후부터 대단한 흥행을 이루어 5년동안 장기공연을 가진 후 미국내 주요도시 순회공연 뿐 아니라 런던,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의 해외 공연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식인식물 오드리 풀(Audrey Il)이라는 등장인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언어와 사고능력을 가진 식물이 인간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계를 정복하려는 음모를 펼쳐나간다. 이 식물 오드리 풀의 음모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욕망이라는 인간의 허점 때문이다. 출세와 성공과 부를 향한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은 도덕이 부재하는 사회를 만든다. 이 때문에 현 사회는 배신과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되풀이 된다. 이러한 인간사회의 병폐를 토대로 하여 탄생된 상상의 식물 오드리 풀을 통해 이 작품은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경고와 풍자를 하고 있다.
스키드 로우라는 빈민가의 지친 영혼들이 부와 풍요로 상징되는 시내(Uptown)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늘 이 불모의 동네 스키드 로우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착하고 어리숙한 주인공 시모어가 점점 화초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악의나 과욕은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그를 몰고 갈 뿐이며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에서는 시모어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은 개연성이 있다. 어느 관객이고 이런 게 바로 그 ‘도덕적 딜레마가 아니겠느냐' 고 노래하는 시모어에게 동정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동정심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정말 이 사회의 도덕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가 하는 것을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인간사회에 대한 풍자라는 주제를 ‘오드리'는 폭소와 감동으로 이끌어 간다. 록큰롤을 불러대며 들썩들썩 춤을 추는 오드리 풀과, 너무도 순진한 두 주인공 시모어와 오드리의 서툰 행동들, 악인에 가까우면서도 하나 같이 밉지 않은 무쉬닉과 오린의 코믹한 성격이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뮤지컬 오드리는 재미있는 뮤지컬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어리숙한 주인공 시모어와 아름답고 섹시한 오드리와의 지고 지순한 러브스토리가 있다. 오드리는 대단한 미모에도 불구하고 자기비하가 심하며, 스스로를 시모어같이 상당하고 착한 사람과 사귈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무대에 들어설 때 오드리는 눈이 퍼렇게 멍들어 있고 다음 장면에서는 팥에 삼각대를 매고 있다. 모두 그녀의 남친인 새디스트, 오리 스크리벨르가 준 선물이다. 매일매일 모든 게 운명이려니 하고 이 모든 것을 참고 살아가는 오드리와 그녀는 가슴깊이 사모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 건네는 시모어, 그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응원하는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꽃집 주인 무쉬닉과 현명한 3명의 소녀들. 로네트, 크리스탈, 쉬폰을 빼놓을 수 없다. 거리의 말썽쟁이들인 동시에 고대그리스극의 코러스와 같이 다가오는 재망을 예언하는 이 3명의 코러스는 560년대의 록큰롤 그룹들은 생각나게 한다. 사실, 이들의 이름은 실존했던 여자 로큰롤 트리오들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 (로네트The Ronnetes. 크리스탈The Crystals 쉬폰The Chiffons) 그래서 이들의 춤과 노래도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5,60년대의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 뮤지컬 오드리는 미국의 많은 장년층으로 부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를 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리게 하는 록크롤 중의 노래와 다이아나 로스를 연상케 하는 코러스의 드레서 탱고와 삼바춤 그리고 시모어와 함께 커다란 16인치 TV로 왈가닥 루시를 보고 싶어하는 오드리의 소박한 꿈… 그래서 이 작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국의 모든 관객에게 어필하는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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