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20세기 추리소설의 황제이다.
수십 편의 크리스티 작품 중 연극화 되어 공연되는 작품이 '쥐덫' 등이 있지만
이 작품 '검찰측 증인'은 살인과 살인 사이에 거듭되는 반전의 기법이
빛나는 일급 추리극이다.

윌프리드 경은 탁월한 변론 기술로 명성이 높은 런던의 법정 변호사이다.
그가 변호사 친구인 메이휴를 통해 알게된 살인사건의 변론을 맡는다.
레오날드은 부유한 연상의 여인 에밀리 후렌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레오날드의 말인즉 그녀가 자신의 발명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기대하고
사귀었을 뿐이었다라면서 둘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한다.
그녀가 살해당한 날 밤 그녀의 집에 갔었던 것은 사실이나,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밤 9시 25분에 귀가했고
그 사실은 아내 로메인이 증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후렌치여사가 유언 속에 8만 파운드의 거액을 레오날드 앞으로 남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의혹이 짙어진다.
레오날드자신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극력 부인한다.

재판에서 검찰측은 여러 가지 상황증거를 제시한다.
죽은 후렌치의 혈액형이 O형인데 보울의 소매에 묻은 혈흔과 일치한다.
또한 후렌치의 가정부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틈으로 새 나오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살인이 일어난 시간대에 근접하는 시간이다.
또 다른 정황증거가 있다. 레오날드가 호화판 크루즈에 대해 문의하러
여행사에 들린 사실도 밝혀진다.
설상가상으로 놀랍게도 레오날드의 아내 로메인이 "검찰측 증인"으로 증언대에 선다.
그녀와 레오날드는 정식으로 결혼한 사실도 없으며
사건 당일 레오날드는 자신이 주장하는 9시 25분이 아닌 10시에 귀가했다고 증언한다.
뿐만 아니라 레오날드의 외투소매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자신이 후렌치여사를 죽였음을 고백했다고 증언한다.
뜻밖의 증언에 레오날드는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나 허사이다.
배심원들의 표정은 이미 그가 유죄라고 밝히고 있다.
법정변론의 귀재 윌프리드로서도 속수무책,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최종진술을 앞둔 바로 전날, 정체불명의 여인이 윌프리드에게 접근하여
로메인이 "막스"라는 독일인 사내에게 보낸 연서를 돈을 받고 건네준다.
그 편지에 적힌 로메인의 계획인즉, 레오날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여
그를 제거한 후에 막스의 품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내용이다.
윌프리드는 로메인을 최종진술 증언대에 세워 자신이 편지를 썼다는
자백을 얻어내자 배심은 무죄의 평결을 내린다.
그러나 은근히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는 윌프리드를 로메인은 냉소한다.
그 정체불명의 여인이 다름 아닌 로메인 자신이었고
문제의 연서 또한 자신이 조작한 것이라고 밝힌다.
남편의 살인재판에서 단순히 알리바이만 주장하는 아내의 증언을 믿을
배심원이 어디에 있겠냐는 윌프리드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꾸민 연극이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검찰측 증인으로 자원하여 남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한 후에
그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는
교묘한 수단으로 남편을 구출했다는 것이다.
기실 레오날드가 살인자임에 분명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이기에 위증을 해서라도 그를 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 문제의 그 "갈색 미인"나타난다.
레오날드는 로메인에게 정중하게 고맙다는 인사하면서 진짜 애인을 포옹한다.
늙은 여자를 죽여 만든 돈으로 젊은 여자와 도주하여 새 삶을 설계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로메인의 힐난에 레오날드는 자신이
독일에서 로메인을 구출하여 영국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이제 그대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으나 서로 빚을 갚은 것이라고 말한다.
격노한 크리스틴은 순간적으로 칼을 들어 레오날드를 쩔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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