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베스 헨리 '불꽃아가씨 선발대회'

clint 2015. 11. 10. 09:29

 

 

 

 

 

 

〈불꽃아가씨 선발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이 미국 독립기념일 날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 부룩헤이븐에서 개최되는 미인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으려는 카아넬 스코트의 시도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카아넬은 뛰어난 매력도 큰 재능도 갖추지 못했지만 필사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중명함으로써 '바람둥이 아가씨' 로 낙인찍힌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를 영광의 빛으로 채색한 후 부룩헤이븐을 떠나려고 한다. 이 극에서 작가는 미인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카아넬의 모습과 그녀가 경험한 부모, 아주머니, 아저씨의 죽음의 세계, 갖가지 병으로 썩어가는 맥샘, 인생에서 아무것도 성취한 것이 없다는 엘레인, 그리고 인간적 연민은 갖고 있지만 자제력이 부족한 정신병원에서 갓 나온 델마운트 등을 병치시킴으로써 인간의 삶이 죽음, 재앙, 질병, 좌절, 고독 등으로 가득 차있음을 명백히 극화한다. 그러나 배스 헨리는 카아넬이 미인대회에서의 굴욕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실패를 받아들인 후 델마운트, 포파이와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함으로써 위안을 얻는 것으로 극을 끝낸다. 베스 헨리는 자기 작품의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삶의 실패, 어려움, 불행 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삶을 인내하게 함으로써 적어도 인내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출신의 무명 여류작가였던 베스 헨리는 1981년 4월에 〈마음의 범죄〉 (Crimes of the Heart) 로 퓰리처상을 수상함으로써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마음의 범죄〉는 브로드웨이 공연 이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극이 되었고 베스 헨리는 23세라는 어린 나이로 이 명예로운 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류극작가가 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 자리 잡기 시작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연극이 남성주도 하의 전통적인 연극형식을 거부하고, 사회적 금기를 드러내면서 그 동안 무시되었던 여성의 경험이나 문제를 예리하게 극화했지만 급진적인 주제와 지나친 실험으로 인해 대중화에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사실주의극의 틀 안에서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구조 내에 억압되어 갇혀 있는 여성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 〈마음의 범죄〉가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이로써 당시까지는 주변부에서 머물렀던 여류극작가가 미국 연극계의 주류에 진입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베스 헨리의 퓰리처상 수상이 상징하는 페미니스트 연극의 사회적 약진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녀의 극이 상투적인 남성 사실주의자들의 전통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물론 예술적으로도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베스 헨리 자신은 〈뉴욕 타임즈〉의 로버트 버크비스트(Robert Berkvist)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표명하면서 "여성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예요. … 단순히 제가 거기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주제가 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제 관심사를 국한시킨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라고 단언하고 있다.

 

 

 

베스 헨리는 1952년 5월 8일 미시시피 주 잭슨에서 출생했으며 스스로 자기 극작에 있어서 영감의 주원천은 미시시피에서 보냈던 생활과 남부의 구술 전통 (the southern oral tradition)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녀 극의 특질을 언급할 때 남부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베스 헨리의 작품들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음의 범죄〉의 헤이젤 허스트. 〈제이미 포스터의 철야제〉의 캔톤. 〈불꽃아가씨 선발대회〉의 부룩헤이본은 모두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이다.) 배경이외에도 강한 가족의식 및 그것의 붕괴로 인한 고통,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능력, 유머와 공포의 기괴한 혼합, 남부 방언의 사용 등이 이 작가의 극이 남부적인 특징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이다. 또한 등장인물들 역시 남부적인 풍취를 강하게 풍기며, 일반적으로 난폭함이 잠재된 기이한 인물들 (예를 들면 〈제이미 포스터의 철야제〉의 마살, 〈불꽃아가씨 선발대회>의 델마운트, 만족감올 얻으려고 하는 반항아들 (예를 들면 〈제이미 포스터의 철야제〉의 코랄드,<불꽃아가씨 선발대회〉외 카아넬), 삶에서 성취하지 못한 인물들 (예를 들면<제이미 포스터의 철야제〉에서 죽은 제이미와 캐티, 〈불꽃아가씨 선발대회〉의 엘레인)로 유형화 되어 베스 헨리의 모든 극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음의 범죄〉를 비롯해서 〈제이미 포스터의 철이제〉.〈불꽃아 가씨 선발대회〉등은 베스 헨리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 모든 극에서 작가는 가족 간의 애정상실로 인한 가족의 와해’ 감정적 혹은 정신적인 추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부 마을이라는 작은 사회 내에서 드러나는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적인 힘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주제는 전통적인 이상의 붕괴와 관련을 갖는다. 때때로 그녀는 남부라는 소재의 편협성 때문에 이런 주제의 탐구에 있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베스 헨리 극의 소재가 남부를 배경으로 그곳에 거주하는 사회부적응 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 작가는 서로 상처를 입히고 또 상처 입은 채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세계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그녀는 인간의 약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정적으로 그리고, 실패, 좌절. 죽음 등이 팽배한 무의미한 삶 속에서도 인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나타냄으로써 보편적인 호소력을 얻게 된다. 베스 헨리 극의 두드러진 극작기법은 한마디로 정신적. 육체적 죽음 및 질병 그리고 사랑의 결핍과 가족 간의 단절로 인한 소외 내지 공허감이 팽배한 인간 삶을 연민을 갖고 해학적으로 그려내는 희극의 기법이다. 따라서 그녀의 극에는 익살극적인 요소가 많다. 마살이 불루베리 파이를 던지는 것, 브로커가 시체 위에 떨어진 햄 조각을 집어먹는 것, 레온이 웨인에게 콩을 던지는 것 (이상〈제이미 포스터의 철야제〉). 포파이라는 이름의 유래, 선물로 받은 상자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오는 것. 카아넬이 미인대회 개회행진에서 드레스에 걸려 넘어지는 것, 델마운트의 다친 다리에 아이스크림을 바르는 것 (이상 〈불꽃아가 씨 선발대회〉) 등 그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베스 헨리는 여러가지 좌절이나 실패 또는 가속되는 불행을 표면상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게 과장시켜 극화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괴하고. 해학적으로 나타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간 삶에 대한 작가 자신의 희극적인 인식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그녀 스스로는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stressful situation)' 에 집중하여 극을 구성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위기적 상황을 보다 해학적으로 극화할 수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베스 헨리는 죽음, 가족의 분열, 고독, 잔인함 등이 혼란스럽게 뒤엉킨 세계에서 살아가는 상처 입은 인간의 삶을 단순히 해학적으로 그리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징 내지 메타포를 통해서 그런 황량한 인간조건을 예리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그녀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의 육체적 불구와 질병 그리고 죽음은 그들의 도덕적, 감정적, 정신적 불모상태를 상징한다. 또한 그녀의 극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불평이나 불만 또는 불행감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를 먹고 마시기 때문에 음식과 음료, 특히 술 일종의 최면제를 나타내는 메타포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상징과 메타포는 희극적 양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간 약점과 황량한 인간 삶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보다 진지하고 심화된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