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콜테스 작품과는 달리<사막으로의 귀환>에서는 시간과 장소가 규정되어 있다. 연극은 I960년대의 프랑스 동부의 중소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시기는 프랑스가 알제리 독립전쟁을 치르던 시기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알제리는 프랑스와 혹독한 독립전쟁을 치루고 독립을 이룬다. 이 시기 전쟁은 알제리에서만 치러진 것이 아니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일부 파시스트들의 아랍인들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와 인종차별주의로 인한 아랍인 학살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아랍인 카페들이 폭파되고, 살해된 아랍인들의 시체가 강에 던져졌다. 이 연극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프랑스인들이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을, 이 시대 프랑스에 살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도차이나, 알제리 등지의 프랑스 식민지에서 근무한 직업 군인인 콜테스의 아버지는 콜테스의 유년시절 늘 부재하는 존재였다. 알제리 독립 전쟁이 진행되던 1960년대 초반 청소년이었던 콜테스는 기독교계 기숙학교에서 중, 고교 과정을 마쳤는데, 이 학교가 아랍인 거리 근처에 있었기에 교실에서 이슬람교도들의 기도 소리와 음악이 들렸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가끔 거리에서의 폭발음이 들렸었음을 회상하기도 한다.

18개의 장면으로 구성된<사막으로의 귀환>은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마틸드의 귀환으로 시작된다. 제목이<사막으로의 귀환>이지만 이 연극에는 사막이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면은 프랑스 동부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아드리엥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18장에서 마틸드와 아드리엥은 알제리로 떠난다. 사막이 있는 곳은 프랑스가 아닌 알제리이다. 연극 제목에서 사막은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시 알제리로 떠나는 것, 즉 사막이 있는 알제리를 사막으로 보았다면 연극 제목은<사막으로의 귀환>이 아닌<사막으로의 출발>이었을 것이다. 마틸드는 고향인 '사막'으로 귀환한다. 사막의 사전적 의미에 볼모지대, 오지, 정신적 황량함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마틸드에게 귀환은 사막처럼 황량한 볼모지대인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남매의 알제리로의 출발은 프랑스라는 습하고 추운 비유적 사막을 떠나 진짜 사막이 있는 알제리로 떠나는 것이다.
마틸드는 이곳에 전쟁을 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운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하여, 자신의 정당한 권리인 집을 되찾기 위하여 아들 에두아르 딸 파티마와 함께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틸드의 아들과 딸은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생아들이다. 마틸드의 동생 아드리엥은 누나 마틸드가 2차 대전 중 독일군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워 모욕을 준 과거가 있다. 실제로 1944년 독일군의 패망과 함께 독일에 지배당했었던 프랑스에서는 해방이 되자 독일군의 연인이거나 아내였던 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며 머리를 깎이는 수모를 겪게 했었다 마틸드는 동생 아드리엥의 집을 드나드는 경찰청장인 플랑티에르를 기습적으로 붙잡아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이 그에게 머리를 깎이는 수모를 당하게 하는데, 플랑티에르는 자신의 동생인 아드리엥의 사주로 마틸드를 고발한 사람이었다. 남매의 싸움과 증오는 나날이 커져가고 욕설과 몸싸움이 따른다. 어머니를 따라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파티마는 정원을 배회하다가 어머니의 친구이자 외삼촌인 아드리엥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죽은 마리의 유령을 본다. 유령은 유일하게 파티마의 눈에만 보이고 자신의 죽음의 비밀을 발설하는 대신 마리는 격에 어울리지 않는 집안에 시집을 왔었다는 한탄만 하고 사라져 버린다. 늦은 밤 혼자 정원을 배회하던 파티마는 18장에서 쌍둥이 흑인 남자 아이들을 출산하는데, 이 아이들은 늦은 밤 아드리엥의 집 정원에 나타나 여자를 찾던 흑인 공수부대원의 아이들로 추정된다. 파티마의 오빠인 에두아르는 몸은 병약하지만, 아랍인 일꾼 아지즈와 마티유를 부추겨 아랍인 카페와 사창가를 드나들 정도로 수완이 좋다. 자신만의 과학적 신념으로 우주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허공으로 뛰어내린다. 아드리엥의 아들 마티유는 아드리엥의 첫 번째 부인 마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서른이 다 되도록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집에서 과보호 된 채 자란 마티유는 사촌동생인 파티마에게 관심을 갖고 에두아르- 아지즈와의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하며, 알제리에서 온 사촌 에두아르에게서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군대에 자원해 알제리 전쟁으로 떠나기를 원한다. 마리의 동생인 마르트는 아드리엥의 두 번째 부인으로 하루 종일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단순하고 신앙심 깊은 여자인데 마틸드에게 아드리엥의 아내이자 올케로서의 대접도 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한다. 경찰청장 플랑티에르, 도지사 사블롱, 변호사 보르니처럼 아드리엥의 집에 드나드는 이 도시의 기득권 계층이자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아랍인 거리의 카페를 폭파시키려 모의한 후 청부 실행하고 이러한 파시스트들에 의해 사이피의 카페에 있던 아지즈는 죽음을 맞게 되고 군 입대를 앞둔 마티유는 중상을 입게 된다. 이 집의 오래된 가정부 마암 뀔르 아줌마, 일당을 받고 일하는 알제리 출신의 잡부 아지즈, 흑인 공수부대원 등은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지만 프랑스라는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마틸드에게도 고향인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 군대를 다녀오고 이제는 프랑스 인으로 프랑스에서 살고 일하는 아지즈에게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출신으로 프랑스 군대에서 복무하는 흑인 공수부대원에게도 이들에게 프랑스는 과연 어떠한 나라인가? 를 연극은 묻는다.

콜테스의 연극에서는 흑인, 아랍인 같은 이방인의 존재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며 또한 사회의 한 구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파롤을 부여해 준다. 독백, 대화를 가장한 독백, 대화를 통해 이러한 소외된 등장인물들의 말들은 공명한다. 콜테스의 연극은 또한 기존의 연극이 제시하던 등장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데<사막으로의 귀환>에서의 등장인물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유산을 둘러싼 남매간의 갈등으로 시작된 연극은 남매의 격렬한 싸움을 거치지만, 두 남매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알제리로 떠난다. 극의 초반에서 아드리엥은 자신의 재산을 상속할 마티유에 집착하지만, 마티유가 군대에 지원하여 떠난다면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으며, 자신에게는 더 이상의 상속자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냉정해진다. 자신이 폭파를 사주한 사이피 카페에서 마티유가 중상을 입은 후에도 마티유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아드리엥은 테러를 감행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에두아르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파티마가 아버지를 모르는 흑인 쌍둥이를 출산하지만, 마틸드는 딸도 손자들도 쳐다보려 하지도 않고 아들 에두아르의 실종 혹은 죽음을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동생 아드리엥과 함께 이 집을 서둘러 떠난다. 두 남매의 예상치 못한 화해와 희극적이기까지 한 출발이다.
연극 속에서의 시간의 경과 또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마지막 장에서 파티마의 출산은 11장에서의 공수부대원의 출현과 18장 사이에 9개월의 시간이 경과했음을 보여주지만, 파티마의 출산은 그 어떤 관객이나 독자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기도 하다 고향을 찾아 귀환한 마틸드와 이 도시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아드리엥은 이 도시를 떠나고 에두아르는 허공 속으로 사라지며, 마티유는 군대로 떠날 것이며, 마르트 마암 뀔르 아줌마 그리고 알제리에서 귀환한 파티마가 사생아인 혹인 혼혈 쌍둥이들과 함께 이 집에 남게 된다.

<사막으로의 귀환>은 희극적 요소와 죽음이라는 비극적 요소, 유령의 등장과 같은 환상적 요소들이 혼합된 새로운 연극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18장으로 구성된 이 연극은 이슬람교의 다섯 번의 기도 시간을 구성단위로 제시하는데 이들은 일종의 막의 역할을 한다. 첫 번째인 소브는 이슬람교 의 첫 번째인 새벽의 기도를 지칭하는데 1장부터 5장까지이며, 두 번째 막에서의 조르는 정오의 기도로 6장의 부제목이다. 3막의 구실을 하는 이샤는 마지막 밤의 기도인데 8장에서 11장까지이며,4막의 구실을 하는 마그리브는 네 번째 인 저녁의 기도로 12장에서 14장까지이며, 5막에는 부제가 붙어있지 않다. 마지막 18장은 이슬람교도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축제의 이름인 '알 이이드 앗 싸기이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로 붙은 이슬람교의 기도 시간은 연극 속에서의 시간적 배경을 알려주는 장치이기도 하다.<사막으로의 귀환>은 콜테스의 작품 중 작가의 가장 자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마틸드와 아드리엥의 성인 세르쁘누아즈 뿐만 아니라 뀔르, 사블롱, 플랑티에르, 보르니 등 극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실제로 콜테스가 나고 자란 프랑스 동북부의 메스라는 도시의 길 이름에서 인용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배우 자클린 마이앙 과 콜테스와의 만남을 통해 마틸드 역할의 자클린 마이앙을 위해 쓰여졌다. 통속적인 불르바르 극의 스타인 자클린 마이앙의 높은 출연료 때문에 불르바르 극의 스타가 출연하는 지식인 연극을 올리고 싶어 하는 극장이 많지 않았기에, 연극 제작은 난항을 거듭한다. 결국 롱 포앵 극장과 낭테르 아망디에 극작의 공동 제작으로 파리 가을 페스티벌 에서 1987년 9월 공연하게 된다. 마틸드 역할의 마이앙 뿐 아니라, 아드리앵 역할의 미셀 피콜리, 흑인 공수부대원 역할의 이작 드 방골레 등의 스타급 연기자들이 동참한<사막으로의 귀환>의 초연은 콜테스가 살아있는 동안 올려진 연극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지방의 중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프랑스인들과 프랑스 사회에 대한 풍자, 식민지 문제와 알제리 독립 전쟁이라는 프랑스인들에게 불편하며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1987년 롱 뽀앵 극장에서 초연된<사막으로의 귀환>의 프랑스 관객들은 연극이 제공하는 희극적인 상황에서도 마음 편히 웃지도 못하고, 비극적 장면에서도 울지도 못하는 불편한 아이러니의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알제리 독립 전쟁이 암시된 연극에서 프랑스의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불안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tes)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1989년 사망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가 남긴 작품들은 세계 각국의 뛰어난 연출가들에 의해 무대에 올려져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 다음으로 20세기에 이름을 남길 극작가로 이름이 거론되는 콜테스의 희곡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상연되면서 작가의 생전에 누리지 못한 세계적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콜테스가 남긴 희곡 중 작가 생전 출판된 작품은 '서쪽 부두1985', '목화밭에서의 고독'(1986), '사막으로의 귀환'(1988),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1989) 등이며, 작가의 사후에 '로베르토 쥬코'(1990), '타바 타바'(1990), 초기 작품인 '살렘제'(1995), '씁쓸함'(1998), '유산'(1998), '미친 소송'(1999) 등 출판되었다. 콜테스는 1948년 프랑스 동부의 메츠에서 출생했다. 인도차이나, 알제리 둥지의 프랑스 식민지에서 근무한 직업군인인 아버지는 콜테스의 유년시절 늘 부재하는 존재였다. 기독교계 기숙학교에서 중, 고교 과정을 마쳤으며, 이 때 피아노, 오르간 등을 배우며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었다 한다. 20세에 캐나다와 미국으로 여행하고 21세였던 1969년, 스트라스부르그에서 마리아 카자 레스라는 여배우가 공연하는 세네카의 '메데아'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친구들과 부두 극단아을 창립한다. 이 극단은 고리키의 '유년 시절'을 각색한 콜테스의 첫 희곡 '씁쓸함'을 콜테스 연출로 공연하였다. 1970년에는 스트라스부르그 국립 연극원에 연출 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23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각색한 '미친 소송'을 쓰며 자신의 극단에서 이 작품을 연출한다. 연극원 재학 당시 슈퍼마켓 점원, 골동품 상점 점원, 지하철 검침원, 영화관의 매표 직원 등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산'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연극원을 1년 정도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콜테스는 24세에 '먼 과거의 이야기'를 집필하며, 파트리스 쉐로가 연출하는 마리보의 '논쟁'을 관람하게 되는데 쉐로의 연출은 콜테스에게 큰 문화적 충격을 제공하게 된다. 24세에 러시아를 여행하고 25세에는 공산당에 가입하나 아프간사태 이후 공산당을 탈당한다. 26세에는 자살을 기도하나 실패하며, 11세에 파리로 올라와 마약을 끊으려는 노력으로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이 해 소설 '도시 속에서 말을 타고 아주 멀리 달아나다' 를 집필하게 된다. 28세에 셀린저의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살랑제'를 브루노 보에글렘 연출로 리용에서 공연한다. 29세에 '숲에 다가가기 전의 밤'을 쓰며, 이 작품을 아비뇽 페스티벌의 off 공연에서 연출한다. 30세에 니카라구아, 과테말라, 살바도르 등의 남미 국가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를, 31세에 말리, 아이보리코스트 과테말라 등을 여행하며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을 집필한다. 이때 연출가 쉐로와 만나게 된다. 32세에는 밥 말리 등의 레게음악에 심취하며 33세에 뉴욕을 여행한다. 34세에 뉴욕에서 '검둥이 와 개들의 싸움'의 미국공연이 이루어지게 된다. 35세이던 1985년 쇄로 연출로 이 작품은 파리의 낭테트-아망디에 극장 에서 공연된다. 35세이던 1983년 처음으로 콜테스에게 에이즈 증상이 발현했다. 이 해 '서쪽 부두'를 집필하며 36세에 세네갈을 여행한다. 1985년에는 시나리오 '니켈 스더프'를 집필하는데, 이 시나리오는 제작자를 찾지 못해 영화로 제작되지 못한다. 1985년 '서쪽 부두'를 출간하며, 이 작품은 같은 해 네덜란드어로도 출간된다. 콜테스가 38세 때인 1986 년, 쇄로는 『서쪽 부두j를 연출하여 파리 무대에 올리고 이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타바타바』가 공연된다. 1986년에는 하이너 뮐러가 『서쪽 부두』를 독일어로 번역한다. 콜테 스가 39세되던 1987년에는 '목화밭에서의 고독' 이쉐로 연출로 낭테트-아망디에 극장에서 초연되며, '사막으로의 귀환'을 집필한다. 40세이던 1988년,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번역하고, 사막으로의 귀환'이 초연된다. 마지막 작품이 된 '로베르토 쥬코'를 집필하며, 41세가 되던 1989년, 콜테스는 과테말라, 리스본 등을 여행하고 에이즈로 사망하게 된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윌리엄 셰익스피어 '끝이 좋으면 다 좋아' (1) | 2015.11.10 |
|---|---|
| 윌리엄 셰익스피어 '말은 말로 되는 되로' (1) | 2015.11.10 |
| 사라 케인 '정화된 자들' (1) | 2015.11.10 |
|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의 헛수고' (1) | 2015.11.10 |
| 마르그리트 뒤라스 '내 사랑 히로시마' (1) | 2015.11.10 |